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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시리즈 b판시선 064
출판일 2023-10-10
저역편자 전기철 시집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12,000
도서규격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17쪽
ISBN 979-11-92986-11-1
구매처

박쥐_앞표지.png

 

“미칠 것 같은 세계에 구멍내기로서의 시 쓰기”

 

 

1. 이 책을 발행하며

 

전기철 시인의 신작 시집 <박쥐>가 출간되었다. 시인의 제7 시집이다. 전기철 시인이 문예창작과 교수를 정년 퇴임하고 펴낸 첫 시집이기도 하다. 54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다. 

 

이제 노년으로 접어들고 있는 전기철 시인은 성찰적 사유보다는 감각적 사유에 의지한 시 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은 시인의 젊음을 보게 되는데, 시인의 발랄하게 자동기술적으로 구사되는 언어를 통해, 혹은 자유 연상되는 상상력의 개진을 통해 포착된 세계의 풍경을 그려낸다. 시인의 시선은 분방하다. 그 시선을 따라 묘사되는 공간은 작은 방에서부터, 우주 행성까지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며 속도감 있게 종횡무진으로 넘나든다.

 

“식탁 위 입술 한 접시, 손을 접고 글그렁거리는 어둠은 추근대는 포르노 / (“어른들은 너무 복잡해. 뭐든지 한데 뒤섞어서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려.”)”-(「복화술사」 부분)

 

“발륨이 더 나은 삶을 약속하지만 / 머릿속은 파랑에서 분홍, 보라로 빙글빙글 돈다. / (중략) / 소파 하나 달랑 있는 / 여기는 / 나만의 행성, 디아제팜” -(「우주여행을 위한 감성 가이드」 부분)

 

“엄마의 신경증 약이 비뚤어진 입으로 미소를 짓는다. 놀란 도자기 인형의 눈, 쉰이면서 열다섯인 뺨은 핑크, 퍼플이다. // 엄마는 인형의 내연녀였어” -(「숏컷」 부분)

 

“머리가 둘 달린 엄마는 도박장에 갔고, 동생은 홍대 앞 지하 클럽에 갔어. // 나는 지금 고스트록에 물들어 있어. // 아빠, 자살하지 마. 너무 웃기니까” -(「꼬깔콘을 손가락에 끼고」)

 

그런데 이 세계의 풍경들은 왠지 우울하거나 장애를 갖고 있거나 비정상적이며 약에 의지하고 있는 등 분열적이다. 그리고 빠른 시인의 연상을 따라가다 보면 가위로 도려낸 듯한 세계의 풍경이 환등 사진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러한 풍경을 통해, 이러한 시적 방법을 통해 시인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왠지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인간관계, 모든 것이 스마트폰에 갇혀버린 세계, 아직도 사계절이 있다는 것이 이상한 기후환경…… 등등은 시인에게 ‘범죄도시’로 보인다. 그 도시의 한복판에서 시인은 이렇게 외친다. “왜 새들이 노래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겁쟁이가 되고 싶지 않아. 누가 내 날개를 감춰버린 거야. 난 바다 위를 날 거야. 세상에 구멍을 낼 거야.”(「짙은」 부분)라고 말이다. 아마도 시인은 그런 도시에서일망정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한편, 모던한 시 세계를 추구하면서도 시의 배면에 깔려 빛을 발하는 우리말 탐구가 돋보인다. 

 

 

2. 지은이 소개

 

전기철: 시인. 전남 장흥 출생. 1989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나비의 침묵>, <풍경의 위독>, <아인슈타인의 달팽이>, <로캉탱의 일기>, <누이의 방>, <풍경, 아카이브>, 산문집 <도시락>, <거미의 집> 등이 있다. 현대불교문학상, 이상시문학상, 포이트리슬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3. 차례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마리서사 13

블라인드 15

열다섯 살 소년을 꿈꾸는 토마토 17

저만치 튤립이 피어 있다 19

복화술사 21

르네 마그리트, 혹은 매트릭스 23

우주여행을 위한 감성 가이드 25

숏컷  27

마오쩌둥과 감자튀김 29

연극 보러 오실래요 31

토끼 도끼    33

리어카 35

용의자 X 37

심문 38

 

제2부

일요일 43

시소 44

백담, 돌탑 45

귀 홀림 46

전혜린, 울리히 벡, 그리고 슈바빙 47

구름의 가장자리 48

트랜스포머 50

정오의 아포리아 52

관촌에서 박상륭의 소설 속을 헤매다 이문구를 만나다  53

짙은 56

꼬깔콘을 손가락에 끼고 58

맥도날드, T-25, 그리고 세레스 60

명동에서 밥이 포켓몬 고하다 62

백마 63

강가에 매인 배는 끄르륵거리고    64

 

제3부

물고기자리 69

엄마, 안드로이드 71

눈부처 74

설핏 76

무정부주의자 소녀 78

여백 79

날아라, 아빠 80

동의어이면서 반의어인 말들의 해부학 사전 82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83

우주 몽상 84

쏙독새 86

박쥐 88

 

제4부

마스크 91

어느 허무주의자의 죽음 93

저지대 94

담배구름 96

로봇 A 98

전륜 100

도도 102

송혜희를 찾습니다 103

헤드라이트 104

하양 106

롱 테이크로 찍어주세요  108

엘리베이터    110

나는 다단계 판매원이다    112

 

ㅣ시작 메모ㅣ 나와 알약과 시와 115

 

 

4. 본문에서

 

<꼬깔콘을 손가락에 끼고>

 

돈 빌려줄 수 있어?

 

아빠, 오늘 밀수 담배 좀 팔았어. 나는 초록 머리를 하고 클럽에 갈 거야. 클랙슨이 빽빽거리네. 덜떨어진 아빠 애인이 왔나 봐. 그년에게 제발 자동차 바꾸라고 해.

 

어젯밤에는 고속도로 한중간에 서 있는데 150킬로로 쌩쌩 달리는 차들이 나를 비켜 갔어. 죽음의 천사들은 맹인이야. 하지만 꿈은 기계들의 피투성이였어.

 

커트 코베인의 유서를 대필했다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을 만났어. 그 사람은 자기 고양이를 죽인 거야. 펭귄이 변기에 서서 오줌을 누었나 봐. 어제 쓴 일기에서 지린내가 나.

 

유치원은 술집으로 바뀌었고, 추문들이 동물 애호가의 입에서 흘러내려. 길에서 죽은 창녀를 개가 뜯어먹고 있어.

 

머리가 둘 달린 엄마는 도박장에 갔고, 동생은 홍대 앞 지하 클럽에 갔어.

 

나는 지금 고스트록에 물들어 있어.

 

아빠, 자살하지 마. 너무 웃기니까.

 

* * * * * *

 

<박쥐>

 

한밤의 헤비메탈, 너는 없어 여기 없어 씨바, 나선형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 남자, 밤하늘로 별들이 날고 누구나 중력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십억 비트의 오르가슴이 티슈 한 장으로 포물선을 그린다 무중력을 견디는 머리가 짧은 여자, 느린 박자에서 지지직, 우주의 목소리가 대번에 속도를 높인다 테크니컬 헤비 헤비, 날개를 부러뜨릴 듯 씨바 씨바스, 어둠 속으로 날카로운 비트가 출렁인다 

 

* * * * * *

 

<나는 다단계 판매원이다> 

 

나는 쓴다. 폴린 보티의 웅숭깊은 엉덩이에 쓴다. 

애벌레는 하얀 거품을 덮어쓰고 투명하게 꿈틀거리지. 

나는 도브 비누를 쓴다. 동그랗게 날아오르는 비눗방울들. 처끈처끈한 눈이 물끄러미 떠다니고 물의 메아리가 안개를 쓴다.

너는 라깡을 쓴다고 했지. 난 술이 깨지 않아 나가르주나인지 나가주, 나주인지 헷갈려 소주잔에 새우깡을 빠뜨렸지.

골디록스는 곰 세 마리의 욕조 안에서 거품 목욕을 했지. 태양이 유리창을 깨뜨릴 때 멀리서 어흐어흐, 애애, 공기가 쓸렸지.

시는 쓴 입술입니다. 애젖한 빨강이 달아오른 곽인식의 유리로 쓴 말들

나는 깊이 쓴다. 유리창이 얼비치게 투명한 비누를 쓴다.

 

 

5. 시인의 말

 

내 안에는 내가 너무 부족하여 인형이 내 책을 읽고, 마네킹은 내 옷을 걸치고 ‘나, 어때?’한다. 주인 잃은 개조차 힐끗 입맛을 다시는

알약을 권하는 사회,

거울 속을 엿보면 거기에는 낯익은 눈빛이 흐흐흐, 비웃음을 흘린다.

나는 너이기도 하고 그녀이기도, 가끔은 프록시마b에서 온 그 사람인지도……

 

 

6. 추천사

 

전기철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 복화술 극을 보는 것 같다. 시의 행간마다 시공간을 교차하면서 감각적이고 낯선 존재들을 소환해내는 장면들은 각지고 견고하다가도 백지가 넘어가듯 가볍다. 시인은 우리가 생각해 오던 시의 질료와 서정의 장소들을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그만의 언어인 ‘유리로 쓴 말들’로 바꿔버린다. 그의 언어들은 벽과 어둠을 건너다니고, 장미 넝쿨 사이에서 천사의 손짓이 되고, 빛이 가득 찬 알약 통으로 반짝인다. 시집을 읽다 보면 여러 행성을 여행하는 시간 여행자를 만난다. 그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며 당신의 꿈속에 들어갔다가 저 멀리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다. 홀린 듯이 시공간을 넘나들다가 시집을 덮고 나면 당신은 슬픔 중에서 가장 말랑한 부분을 만지거나, 창문 너머에서 저음으로 떨리는 사랑과 증오를 얼핏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정현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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