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에 대하여
시와 평론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맹문재 시인의 첫 산문집. 모두 36편의 산문을 수록하고 있는 이 산문집의 특징은 각 산문에 상응하는 다른 시인들의 시를 1편씩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언뜻 보면 시에 대한 에세이식 평론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저자는 산문의 의미를 더 드러내기 위해 시를 인용하고 있다. 그만큼 시인은 삶에 있어서는 물론이고 글쓰기에 있어서 시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이 산문집에는 김소월의 ｢산유화｣, 윤극영 ｢반달｣, 김수영 ｢눈｣, 백석의 ｢고향｣, 김종길의 ｢성탄제｣, 이성부의 ｢봄｣, 기형도의 ｢엄마 걱정｣, 김남주의 ｢나의 칼 나의 피｣, 문익환의 ｢꿈을 비는 마음｣, 신경림의 ｢떠도는 자의 노래｣ 등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인 삶을 담은 시편들을 인용하고 있다.
이 산문집에서 시인이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인정”이다. 인정은 주로 할머니와 어머니와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등 가족과 관련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할머니의 인정이 진하기만 하다. 그러한 모습은 시인이 <책머리에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할머니를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다. 기쁘거나 자랑하고 싶을 때에도, 힘들거나 지칠 때에도 할머니를 떠올린다. 할머니가 세상을 뜬 지 열네 해나 되었지만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줄어들지 않는다. 아니 나는 할머니가 내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있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그린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손자를 살리려고 당신은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모두 양보하신 그 인정을 시인은 그리워하고 또 삶의 방식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는데, 인간소외가 심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새길 만한 소중한 가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시인은 이 산문집에서 “정의”에 대한 관심을 많이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시인이 제철소에서 근무한 경험으로부터 나온 듯 하다. 시인은 산문집에서 3교대 근무에 한 달에 한 번밖에 쉬지 못하는 조건이었고, 야근을 한 날에는 자고 나면 코피가 쏟아지기도 했고, 안전사고로 죽어간 동료와 그 죽음을 둘러싸고 통곡하는 유족과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책임자들의 비인간적인 행동을 보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대학을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승진하는 데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대리만족을 위해 춤을 배우러 다니고 카드를 치러 다니는 동료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그래도 시인은 그들로부터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배웠고, 그들의 삶을 긍정하는 것이 시쓰기에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들의 불만과 절망을 희망이라는 푯대로 담아내고 싶었고 그들을 억압하고 조종하는 모순된 구조를 변화시키고 싶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 차례
제1부 봄비
어버이날 ………………………… 19
•기형도∕엄마 걱정
수박 ………………………… 24
• 김광규∕수박
봄비 ………………………… 29
• 박용래∕그 봄비
가을밤 ………………………… 34
• 박성룡∕처서기(處暑記)
아버지 ………………………… 39
• 김종길∕성탄제(聖誕祭)
봄 ………………………… 44
• 이성부∕봄
큰고모님 ………………………… 48
• 임영조∕아카시아꽃
밤하늘의 별 ………………………… 53
• 김종해∕별똥별
웃는 얼굴 ………………………… 58
• 최두석∕호박꽃
해바라기 ………………………… 62
• 함형수∕해바라기의 비명(碑銘)
제2부 좋은 의자
아버지의 글씨 ………………………… 69
• 신달자∕어머니의 글씨
동석이 어머니 ………………………… 73
• 권대웅∕쓰봉 속 십만원
차비 ………………………… 79
• 박목월∕가정
좋은 의자 ………………………… 84
• 이정록∕의자
내 집 ………………………… 88
• 이시영∕지상에서의 방 한칸
어머니의 명절 ………………………… 92
• 정재학∕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절제 ………………………… 96
• 조기조∕보석
차 마시기 좋은 때 ………………………… 100
• 함동선∕차 마시기 좋을 때
죽지 않은 시간 ………………………… 104
• 유홍준∕유리관 속의 시간
단 한 사람 ………………………… 108
• 이진명∕단 한 사람
좋은 책 읽기 ………………………… 112
• 윤극영∕반달
제3부 건강한 편견
고향 ………………………… 119
• 백석∕고향
잔소리 ………………………… 125
• 이선영∕가족
B-23호 ………………………… 128
• 김수영∕눈
시를 불러일으키는 시학사전 ………………………… 134
• 맹문재∕엘리베이터에 오르며
전태일문학상 ………………………… 139
• 임성용∕웃는 뼈
건강한 편견 ………………………… 147
• 이희중∕오늘의 노래
피그말리온 효과 ………………………… 152
• 김소월∕산유화
집으로 돌아오는 길 ………………………… 157
• 신경림∕떠도는 자의 노래
산을 닮아 착하고 강한 사람들 ………………………… 160
• 최동호∕젊은 영웅 세르파
우리의 통일 ………………………… 169
• 문익환∕꿈을 비는 마음
아픈 다리 바로 딛고 가십시오 ………………………… 174
• 김남주∕나의 칼 나의 피
순결한 부정 ………………………… 178
• 이연주∕수박을 밑그림으로
농민 ………………………… 183
• 차창룡∕쟁기질 1
할머니의 인정 ………………………… 187
• 장철문∕할머니의 봄날
나를 지키기 위한 욕망 ………………………… 193
• 오세영∕봄은 바이러스처럼
인용 시인 소개 ………………………… 197
에세이 출전 ………………………… 204
■ 저자 소개
1963년 충북 단양에서 출생하여 고려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현재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1년 ≪문학정신≫ 신인문학상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으로 [먼 길을 움직인다], [물고기에게 배우다], 시론집으로 [한국 민중시 문학사], [패스카드 시대의 휴머니즘 시], [지식인 시의 대상애], [다시 읽는 정지용 시](공저), [시창작이란 무엇인가](공저), 편저로 [페미니즘과 에로티즘 문학], [한국 현대 대표시선], [한국대표노동시집],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집], [한국근현대여성의 일상문화](1～9권)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