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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

시리즈 b판시선 003
출판일 2013-12-12
저역편자 김병섭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8,000
도서규격 반양장본ㅣ157쪽 ㅣ124x194mm
ISBN 978-89-91706-27-9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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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발행하며

 

도서출판 b에서 시리즈로 김병섭의 첫 시집 [봄눈]이 출간되었다.

 

김병섭 시인은 2001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은 이력을 갖고 있지만 문단활동이 전혀 없었던 문자 그대로 무명시인이다. 하지만 그가 시를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김병섭 시인은 충남 태안에서 출생하여 줄곧 그 어름에서 살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인 활동을 해왔다. 그는 1990년대 초에 <서산노동자문학회>를 조직하고 10여 년 동안 이끌어오면서 실천적 문학활동을 해온 강골시인이다. 그의 나이 이미 쉰 줄로 접어든 지금, 2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의 시를 정리하여 펴내는 이 첫 시집에서 시인의 시에 대한 애정의 폭과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노동자문학운동을 주도하며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이력으로 비추어 그의 시가 아마도 낡은 쇳된 목소리일 거라고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시인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작지만 당당한 목소리로 향토색과 서정성을 강화하며 자신만이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해 놓고 있다. 또한 소위 변방에서의 시쓰기라고 해도 현실성을 놓치지 않고 당대 농어촌의 삶을 핍진하게 그려놓음으로써 시적 긴장을 잃지 않고 있다.

 

김병섭의 시는 변방의 시인답게 시에 향토색이 물씬 넘쳐난다. 구수한 서산ㆍ태안 지역의 사투리를 시집 전반에 걸쳐 무성한 잡초처럼 길러내고 있다. 마치 우리 문학사에서 충남 서남단의 사투리를 소설 속에 유장하게 구사하던 소설가 이문구를 연상케 할 정도이다. 이미 그 지역에서조차 젊거나 어린 축들에게는 사어가 되다시피 한 입말들을 새록새록 되살려 놓고 있는 것이 김병섭 시의 특장으로 나타난다. 그는 이러한 입말을 통해 자연의 절기나 그 시간을 나름대로 견뎌내는 지역의 소외된 삶 등을 서정을 통해 그려내는데 거기에 어느 정도의 신산스러움이 묻어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과 자연에 대한 따듯한 신뢰의 시선이 담겨 있다. 매 시편마다 사용된 독특한 언어에 대해서 친절하게 용어해설을 곁들여 놓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그와 함께 문학활동을 해온 한민자는 해설에서 “그의 사투리는 사라져가는 고향의 어머니 뒷모습이나 아직도 어느 구석엔가 살아있는 사람들의 쇳된 목소리와 관련이 깊다. 「고향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는 사투리 중에서도 단어를 이용해 표현하고(“똥아리”, “구멍통”, “땅개비”), 「갈비탕농사」는 태안 지역에서만 알아들을 수 있는 관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가두 가두 만대”, “꿩 울었구먼”). 아무리 입에 잘 붙는 말도 시로 나타내면 버석거리기 마련인데 그의 시는 “고여니 정갱이 긁으며 고시랑고시랑 수원할메네 마실가는 길”(「고향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이나 “암만 열나절 호라시라 가구두 안 닿남 나원참 자거품 났어”(「갈비탕농사」)처럼 다정하고 부드럽게 읽힌다.”고 지적해 두고 있다. 또한 그는 지역 사투리와 함께 “바람창”, “물별”, “햇봄길”, “살치마” 등과 같은 순우리말을 만들어내면서까지 우리말을 갈고 닦아 되살려놓으며 시에 더욱 풍성한 윤기를 더해주고 있기도 하다.  

 

■ 지은이 소개

 

김 병 섭

1962년 충남 태안에서 태어났다.

<글마당사람들>과 <서산노동자문학회>에서 작품활동 시작, 제10회 전태일문학상(2001)을 받았다.

 

■ 차례

 

ㅣ시인의 말ㅣ 5

 

청개구리 10

가을소리 12

작은추석 14

석류 16

씨박거미 18

애동지 20

집알이 22

절이 싫다 떠나면 24

모래기재 26

도리도리 짝짜꿍 28

뭐해 놨어 30

풍경 32

잠 좀 자자 34

중복 36

나랏말싸미 38

진리 40

죽창 이후 42

찬이슬 무서리 44

어디까지 왔나 46

그런 소리 말어 48

여보게 안 그런가 50

아닌 게 아니라 52

실업일기ㆍ풍전池에서 54

실업일기ㆍ목련 56

실업일기ㆍ보았니 58

실업일기ㆍ5월 1일 60

실업일기ㆍ어머니 62

실업일기ㆍ사랑노래 64

실업일기ㆍ세리 팍 66

실업일기ㆍ불내나는 생일 68

실업일기ㆍ凡鳥 70

실업일기ㆍ남은 말복 72

실업일기ㆍ노을 진 세상 74

실업일기ㆍ묻지 마라 76

왕배야덕배야 78

이 사람아 80

돈나무 82

아침식후 저녁식후 취침전 84

청설모야 청설모야 86

통일호 88

얼룩동사리 90

마흔 92

고드름 94

줄을 선다 96

산방문답 98

안떼나를 세운다 100

어항청소 하는 날 102

금수강산 104

비 갠 아침 106

문자 1 108

약수터 110

문자 2 112

입추 114

늦더위 116

진리 이후 118

고향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120

한로 122

청둥호박 124

등셍이별 126

갈비탕농사 128

봄눈 130

 

ㅣ발 문ㅣ 신현두 133

ㅣ해 설ㅣ 한민자 141

 

■ 책속에서

 

실업일기

-노을 진 세상

 

초들초들 고춧대

시든 잎새

쭈그렁 희나리

 

타라

그을린 얼굴

철매 냇내

활활 타올라라

 

검은 재티 에도는

노을 진 세상

짚직이 갈아엎으마

 

잘 가라

용구새 꼭대기

홍시처럼 울지 말고

훨훨 날아가라

 

* * *

 

초들초들: (조선어) 나무나 풀잎이 시들면서 마르는 모양

희나리: 상한 상태로 말라서 희끗희끗 얼룩이 진 고추

철매: 연기와 그을음

냇내: 연기의 냄새

재티: 불에 탄 재의 티끌

에도는: 곧바로 나아가지 않고 멀리 빙빙 도는

짚직이: 조금 깊숙하게

 

 아침식후 저녁식후 취침전

 

동짓달 문풍지소리에 말렛바닥 올라서는 열 발가락이 오므라든다 어머니는 오룡골 교회 가셨나 전기장판 코드는 농바위 칡넝쿨 뻗듯 널브러지고 웁목에 벗어놓은 옷가지 시래기처럼 수둑하다 점점점 파리똥 형광등 아래 꼬드러진 걸레를 들추니 구겨진 자릿내 시계 발자국 썰썰 핑긴다 아룹목 밤잔물은 못고지 파리채만큼이나 심심한데 요강 속 머리카락 털오리 는실난실 노생지몽이다 어느새 테레비 옆댕이를 차지한 게발선인장 뻘건 갓난쟁이 안고 한오메마냥 히죽이 웃는다

 

아침 식후 저녁 식후 취침 전 아침식후 저녁식후 취침전 봉지봉지 약봉지 언제까지 드실 수 있을까 시렁 눈 부채 손이 달력 한 장 뜯어 들고 부엌 문지방을 밟는다 못꼬쟁이 그림자 어른거리는 구락젱이 더듬더듬 군불을 피운다 괭이발짝 노릇노릇하던 소당 사르랑 밀면 뜨뜻한 숭님 양재기 콩눙갱이 한 사발 들어있을까 연탄재 넉 장 담아 쪽문을 나선다 누렁이놈 왕왕 흰목 젖히는 북쪽 하늘 삐걱삐걱 가슴 시린 기러기 떼 역마살 팔자 까치밥꼭지를 넘는다 으스스 등바람 인다

 

* * *

 

말렛바닥: 마룻바닥

오룡골(五龍谷): 용이 살았다는 샘이 다섯 개 있는 산후리 2구 3반

농바위(農岩): 산후리 2구 2반 허구렝이 근처 산에 있는 바위

웁목: 아궁이로부터 먼 쪽의 방바닥

자릿내: 오래도록 빨지 않은 빨랫감에서 나는 쉰 냄새

핑긴다: 흩어진다

아룹목: 아궁이 쪽의 방바닥

밤잔물: 밤을 지낸 자리끼

못고지: 무엇을 걸게 하려고 벽에 못을 박아 놓은 자리

는실난실: 야릇하고 상스럽게 구는 모양

노생지몽(盧生之夢): 인생 영화의 덧없음을 이르는 말

한오메: 정신에 이상이 생겨 떠돌며 구걸하는 여자

시렁 눈 부채 손: 뜻과 마음은 간절하나 능력이 없어 무엇을 하지 못하는

못꼬쟁이: 못

구락젱이: 아궁이

군불: 필요 없이 때는 불

소당: 솥뚜껑

콩눙갱이: 콩누룽지

흰목: 자신이 있다고 목을 빼며 힘을 뽐냄

역마살(驛馬煞):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늘 떠돌아다녀야 하는 액운

등바람: 가난한 사람의 등이 시린 찬바람

 

■ 추천사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구나. 겨울 바다바람이 사람의 동네에 깊숙이 스며들 무렵, 흐린 불빛 아래에서 우리는 만났다. 소금꽃 핀 등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를 했다. 피 뜨거운 청년들이었다. 형형한 눈빛이었다. 김병섭을 처음 본 느낌은 천상 충청도 딸깍발이였다. 군살이 전혀 없는, 꼭 필요한 근육만 남아있는, 꼬장꼬장한, 소신과 원칙에 충실한, 깐깐한 사내의 전형이었다.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 그때 그 청년들 중 누구는 쓰러졌고 누구는 망했으며 누구는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저 백화산 바위덩어리처럼 꿈쩍 않고 제 자리 지킨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이 시집의 주인공이다. 모두들 자본의 파도에 휩쓸려 휘어지고 부러지고 꺾이기 쉬운 세상인심에서 오로지 뚝심 하나로 버틴 김병섭의 말은 추상같다. 매서운 회초리다. 스승 만나기 어려운 부박한 시대의 사자후다. 어떤가, 오늘 새벽 찬물 같은 말씀의 죽비세례를 받아보고 싶지 않은가.

여전히 춥고 어두운 시절, 시를 버리지 않고 살아온 옛 친구의 옹고집과, 오랜 세월 함께 아파하며 기다려준 가족들께 경의를 표한다. -유용주(시인ㆍ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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