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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고風으로 그러므로 희극적으로

시리즈 b판시선 011
출판일 2016-01-30
저역편자 이철송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9,000
도서규격 124 X 194 반양장
ISBN 979-11-87036-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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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발행하며

 
 
도서출판 b에서 이철송 시인의 시집 『땅고風으로 그러므로 희극적으로』가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시인이 1992년 등단해서 무려 23년 만에 펴낸 첫 시집이다. 총 4부로 나누어진 이 시집에는 모두 53편의 시가 실려 있다.
 
제1부의 표제작인 「사쿠라 사쿠라」에서 시인은 끝났거나 끝나지 않은, 혹은 끝나지 않았으나 이미 끝나버린, 그리하여 ‘순간으로 끝나버린 영원’이라는 일종의 사랑의 모순에 대해 진술한다. 시인은 이러한 사랑의 모순성이야말로 사실은 사랑의 본질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랑의 모순성은 「호세 펠리시아노」라는 시에서 보여주듯이 또한 우연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제2부에 실린 「탱고」 연작에서 시인은 사랑의 희극성에 대해 노래한다. 그는 춤과 음악으로서의 탱고에서 진지한 희극성을 발견한다. 더 정확히는 매우 진지하면서도 혹은 진지함으로써만 희극적인 탱고의 어떤 속성을 발견하는 듯하다. 그리하여 탱고의 속성은 곧 사랑의 속성으로 전화된다. 시인에게 사랑은 진지해서 희극적이며 희극성을 통해서만 드러낼 수 있는 탱고와 같은 어떤 것이다.
 
제3부에서 시인은 ‘이생’에서 ‘저생’으로의 어떤 도약을 꿈꾼다. 그러나 그 도약은 ‘보사노바 풍’의 <카니발의 아침>을 배경 음악으로 ‘요구’함으로써 진지함이 해소된다. 그 도약은 가을의 끝에서 겨울의 초입 그 사이에 존재하는데, 결국 그 도약은 그 사이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한없이 반복되는 보사노바풍의 카니발의 아침은 매번 그 사이를 지리멸렬하게 왔다갔다 할 뿐이라는 게 시인이 파악한 사랑의 본성으로 보인다.
 
제4부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시는 「공황장애」이다. 이 시를 통해 시인은 사랑이, 그리고 삶이 결국은 ‘없는 장소’ 즉 허공에 허공을 쌓는 것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나 그에게 허공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 허공은 허공으로서 ‘존재’한다. 따라서 그에게 허공은 없지만 있는 것이며, 있지만 없는 어떤 것이다. 없으면서 ‘나’를 지배하는 어떤 것 말이다.
 
정리하자면 이철송의 시집 『땅고風으로 그러므로 희극적으로』는 사랑에 대한 시집이다. 사랑은 문학예술사에서 흔한 주제이다. 그러나 그는 그 사랑만이 인간을 ‘견디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이유로 그 흔한 사랑이라는 주제가 이 시집에서 반복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리멸렬하는 그 사랑 속에서 결국 인간은 삶을 영위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운명이라고 시인은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이 시집은 ‘사랑으로 삶의 허무 건너기’(최두석)의 또다른 판본이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  지은이 소개
  
 
이철송 : 1960년 전남 나주에서 출생하였다. 1992년 계간 『실천문학』 가을호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지은 책으로 『황지우와 박노해, 증상과 욕망의 시학』이 있다. 현재 대학에서 현대문학과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  차례
 
 
시인의 말        5
 
제1부 사쿠라 사쿠라
 
사쿠라 사쿠라        13
성긴 눈        14
호세 펠리시아노                16
祭 亡妹        18
튀니지아에서의 하룻밤        19
9월의 사랑        22
가부좌 튼 야만인        24
琉璃        26
설원의 자야        28
비        30
가을 감은사지        32
木浦        34
월요일                35
 
 
제2부 가려운 피
 
가려운 피        39
탱고 0                40
탱고 1                42
탱고 2                44
탱고 3                46
탱고 4                48
薄暮        49
독사의 꿈        50
러시안 룰렛        51
노래        52
밤의 밀롱가        54
막달라 마리아        55
生        56
 
 
제3부 말보로를 피는 여자
 
사하촌 일박        59
판토마임        60
紅焰        62
평온한 비애        64
地下鐵                65
木浦 노을        66
전등사                68
女僧        69
고인돌                70
말보로를 피는 女子        72
그        74
頌 거시기        76
유달산                77
 
 
제4부 공황장애
 
또 다른 生        81
入院        82
공황장애        84
아무도 없는 아침        86
공황장애 2        88
寂猫        89
항문내시경        90
바다        92
아침 장례        94
生매장                96
혹은 中心        99
心心한 삶        102
관음        104
서시        105
 
해설ㅣ박상수        107
 
 
 
■  본문에서
 
 
사쿠라 사쿠라
  
 
당신은 오지 않고 그날, 사쿠라는 졌네
사쿠라 사쿠라 재즈 스타일로 나는 휘파람을 불었어
살랑살랑 낙하하는 사쿠라 꽃 사이
지지 않는 태양 빛이 거기서, 난분분
당신은 보이지 않는 저기 어느 곳에
아직 어린, 그늘도 없는 벚나무 아래
돗자리 방석을 깔고
녹차 한 잔을 마시더니 이내
가버렸네 깔깔거리던 그 웃음이
여직 들리는데 당신은 저만치
걸어가고 있네
사쿠라 사쿠라
콘트라바스의 저음이
세상에 가득 하네        
 
 
 
튀니지아에서의 하룻밤
-A night in Tunisia, Dizzy Gillespie
 
 
튀니지아에 가지 않고도
튀지지아에서 하룻밤을 잘 수 있다네
그래 나는 오늘 하룻밤을 튀니지아에서 보내려니
그리하여 나는
편백나무가 서 있는 호텔 튀니지아
일층 바에서 맥주 한 잔을 시킨다네
흑갈색의 바텐더가 말없이 술잔을 내밀고 한 잔
(을) 따르는군
뭐 오늘 하루가 즐거웠으므로, 깊게 한 잔
여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막 생각했는데, 오,
저기
옛날 내 애인, 베티 붑을 닮은 아가씨, 가 다가오네
엉덩이를 삐죽거리며
아무렴 그러니 한 잔 살 수밖에
와우 튀니지아에서의 하룻밤을 축하해요
한 잔 주실 거죠
그럼요 당근, 바텐더, 베티 붑 양에게,
아니 내 옛 애인에게 한 잔을
저 염화미소, 씨익 웃으며 바텐더가 베티에게
한 잔 따르는군, ok! 망설임 없이 지갑에서
일 달러를 꺼내 건네주었지
탱큐 써
그때 나의 미스 베티가 기분 좋게 또
슬쩍 나를 보며 웃어주는 거야
연거푸 몇 잔을 마셨더니 취하는군
이제 자러 갈 시간 그런데 잠깐
구석진 스피커에서 마이 퍼니 발렌타인
물론 베이커 선생의 목소리야
곱게 미친 자의 다정한 혼잣말, 흠
오우, 이제 맥주는 그만
나는 취했어, 베티 붑 안녕
나의 옛 애인도 안녕
나는 잔다네 오늘 하룻밤을 튀니지아에서
튀니지아國 서대문구 북가좌동 2-49
호텔 튀니지아 1024호
안녕 바텐더, good night 베티,
굿 나잇 디지 길레스피
 
 
 
■  시인의 말
  
 
나는 내 삶이, 내 시가 탱고처럼 항상 터무니없이 즐겁고 재즈처럼 건들거렸으면 좋겠다, 라고 세상의 눈치를 살짝 보며 중얼거리고 있다.
 
 
 
■  추천사
 
 
‘사랑으로 삶의 허무 건너기’는 인생사의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이 주제는 육체와 정신을 아우르며 동서고금에 걸쳐 다양한 층위의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가령 예수와 황진이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의 삶을 살아낸 족적을 성스럽게 혹은 우아하게 남기고 간 경우이다. 그런데 이철송은 자신의 처지에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이 주제를 소화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내 몸을 음속 돌파해 나를 (떠나)버린 여자”(「밤의 밀롱가」)는 이 시집의 기본 전제이다. 그 여자와의 추억이 “성난 상어처럼 이빨을 세우고 / 흐느끼던 살갗의 쾌락”(「가부좌 튼 야만인」)을 떠오르게 하고 “생을 팔아 사랑할 수 있다면 / 형벌은 새의 깃털처럼 가벼운 것”(「전등사」)이라 고백하게 한다. “추억이 없는 자 행복하리 / 죄짓지 않았음으로”(「목포 노을」)라고 말하지만 사랑에 죄를 물으며 행복한 자는 지상에 없을 것이다. -최두석(시인)
 
그에게는 한때, 어딘가에 그만의 사랑이 있었다. 애인이자 누이였으며 때로 그의 어머니였거나 그의 새끼였던 사랑이. 그러나 이제, 이미, 그런 사랑은 없다. 그가 사랑했던 것은 자기 자신, 시시한 육체가 만들어낸 위대한 욕망이었을 뿐이다. 지독한 자기애에서 비롯한 자기혐오가 불가능한 사랑과 몸을 섞으려고 몸부림쳤던 시간들을 그는 통과해 왔다. 그는 기다린다. 그녀가 오지 않기를. 그에게 선뜻 올 수 있는 그녀였다면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으리라. 그녀의 거시기는 解脫로 가는 문이었다. 그러나 그래서 그는 꼭 그녀의 거시기 앞에서 거시기 거시기 말을 더듬었던 것이다. 있는 것만 느껴야 하는데, 없는 것을 느끼고자 했으므로 그는 아팠다. 광대한 무한까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밀어가고자 했을 뿐이었으나 거기에도 그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죽음조차 무료했다. 과연 어떤 삼천 년 된 긴 손톱 끝이라야 그의 몸에 그가 흡족할 만큼의 피의 홈을 파줄 수 있을까? -이진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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