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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가 생명이다

시리즈 비평/학술
출판일 2023-11-15
저역편자 이재복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20,000
도서규격 반양장본ㅣ152 x 224mm l 327쪽
ISBN 979-11-92986-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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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의 생명 사상과 이재복의 몸 사상의 공명” 

 

 

1. 이 책의 소개

 

이재복 한양대 교수의 저서 <김지하가 생명이다>가 도서출판 b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김지하와의 인연과 그의 죽음이 남긴 의미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하고 있다. 저자는 그것을 ‘몸 공부길에서 만난 인연’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지하를 통해 저자는 ‘동학’은 물론 <천부경>, <삼일신고>, <정역>, ‘풍류도’ 같은 우리 고대 사상과 <시경>, <주역>, <노자>, <장자>, <회남자>, <황제내경> 등의 동아시아 경전 그리고 장일순, 윤노빈, 프리초프 카프라, 제임스 러브록, 에리히 얀치, 테야르 드 샤르뎅 같은 동서의 사상가, 철학자, 과학자 등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저자는 김지하의 생명 사상이 우리 문명사의 전회(轉回)를 가능하게 할 마지막 사상임을 자각하게 되었고, 그가 <생명과 자치>(1996)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생명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예술 등으로의 적용과 실천은 그 전회의 구체적인 모습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몸 사상도 김지하가 추구한 생명 사상과 그 지향점이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몸은 생명을 구현하는 실질적인 통로이자 매개이며, 생명은 추상적인 개념이고 그것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는 지금 생명의 위기를 몸의 존재 형태를 통해 느끼고 인지하고 있지만 우리 인간은 인간의 몸을 그것도 눈에 보이는 것만 볼 뿐 전체로서의 몸인 지구 혹은 우주의 몸을 보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지구는 고통받고 있지만 우리 인간은 그 지구의 몸이 죽으면 우리의 몸도 죽는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저자는 <김지하가 생명이다>를 통해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되어 있다. 1부는 ‘김지하의 생명 사상과 미학 사상’이 지니는 세계 문명사적 의미를 밝힌 글이고, 2부는 그러한 지하의 생명 사상과 미학 사상이 어떻게 저자의 몸 사상을 통해 창발적으로 해석되고 또 계승되는지를 밝힌 글이다. 그리고 3부는 2006년 지하가 ‘생명과 평화의 길 이사장’으로 있을 때 일산 자택에서 생명론의 발생과 그것이 지니는 ‘지금, 여기’에서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저자와 나눈 대담이다. 

이 각각의 글과 대담은 지하의 생명 사상과 미학 사상을 이해하는 데 일정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저자는 2부에 많은 관심과 애정이 있었음을 피력한다. 그것은 김지하 사상의 생명력과 깊이 관계되어 있기 때문인데, 저자에 의하면 김지하의 사상은 김지하에게서 멈추어서는 안 되며, 그것은 우주 생명이 변화를 통해 순환하듯 끊임없이 후대인들의 몸을 통해 새롭게 창발적으로 되살아나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김지하의 사상을 자신의 몸 사상의 관점에서 해석하면서 김지하가 미처 다루지 않은 bit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digital) 문명(「에코토피아와 디지털 토피아」), 생명학의 계보(「‘그늘’의 발생론적 기원과 동아시아적 사유의 탄생」), 신명(「놀이, 신명, 몸」, 「욕, 카타르시스를 넘어 신명으로」) 등을 해석의 기반으로 삼는다. 이러한 해석은 김지하의 생명론에 통시성과 공시성을 제공함으로써 김지하의 사상의 외연을 넓히고 심화하는 계기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bit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digital) 문명에 대한 성찰은 김지하의 생명 사상과 저자의 몸 사상이 수렴하고 포괄해야 할,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주제라고 말한다.

저자는 지금 우리 인류는 자연으로부터 너무 멀리 와 있으며, 자연에 대한 망각의 정도가 깊어지면 우리는 그것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잃게 됨을 강조해서 들려준다. 그러면서 요즘 자신의 몸 공부는 우리 문명사의 전회(轉回)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일에 맞추어져 있다고 하면서 자신의 목표는 21세기의 새로운 윤리를 정립하는 것임을 밝힌다. 저자는 그것을 ‘몸의 에티카’라고 명명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김지하가 추구한 생명의 윤리가 곧 자신의 몸의 윤리이고, 자신의 몸의 윤리가 곧 김지하의 생명의 윤리임을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

 

 

2. 지은이 소개

 

이재복(李在福)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상 소설의 몸과 근대성에 관한 연구>(2001)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소설과사상> 겨울호에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쿨투라>, <본질과현상>, <현대비평>, <시와사상>, <시로여는세상>, <오늘의소설>, <오늘의영화> 편집ㆍ기획위원을 역임했다. 김준오시학상, 고석규비평문학상, 젊은평론가상, 애지문학상(비평), 편운문학상, 시와표현평론상, 시와시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국제문화대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몸>, <비만한 이성>, <한국문학과 몸의 시학>, <현대문학의 흐름과 전망>, <한국 현대시의 미와 숭고>, <우리 시대 43인의 시인에 대한 헌사>, <몸과 그늘의 미학>, <내면의 주름과 상징의 질감>, <벌거벗은 생명과 몸의 정치>, <근대의 에피스테메와 문학장의 분할>, <정체공능과 해체의 시론> 등이 있다. 

 

 

3. 차례

 

ㅣ머리말ㅣ 22

 

제Ⅰ부  김지하의 생명 사상과 미학 사상

1. 생명 사상의 계보와 문명사적 전회 17

   ⎯생명 사상의 세계 사상사적 위상과 의미

자생 담론의 출현과 생명 사상의 내발성 17

생명 사상의 발생론적 토대와 사상의 계보 22

생명 사상의 이론적 가능성과 보편성의 탐색 30

생명 사상의 세계 사상사적 위상과 전망 40

2. ‘흰그늘’의 미학과 예감의 우주 45

  ⎯김지하의 시와 미학 사상을 중심으로 

미학과 시 45

김지하 미학의 토대와 정립 50

흰그늘의 미학과 시의 실제 58

흰그늘 혹은 한국시의 미적 범주와 전망 73

3. 회음부의 사상, 줄탁의 윤리 79

   ⎯김지하론

감옥 속의 몸, 몸 속의 감옥 79

신생의 즐거움, 중심의 괴로움 83

몸과 우주의 동기감응 91

생명 사상에서 생명 운동으로 100

4. 산알 소식에 접하여 몸을 말하다 103

   ⎯김지하의 흰그늘의 산알 소식과 산알의 흰그늘 소식

5. 풍자냐 자살이냐⎯비트냐 펑크냐 119

  ⎯90년대 혹은 김지하와 백민석의 거리

김지하와 백민석, 그리고 90년대 119

풍자냐 자살이냐, 비트냐 펑크냐 121

우주 생명 공동체와 인공화된 가상 공동체 130

대립을 넘어 길항으로 144

6. 저항 그리고 정서의 응축과 시적 긴장 147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제Ⅱ부  생명 사상의 창발적 진화

1. 생명 문화 정립을 위한 시론적 모색 155

패러다임의 전환과 생명 문화 155

몸, 생명, 우주의 카오스모스 161

산알의 문화와 문화의 산알 171

반성과 전망 178

2. ‘그늘’의 발생론적 기원과 동아시아적 사유의 탄생 181

‘지속 가능한 발전’에서 ‘생명 지속적 발전’으로 181

동아시아, 새로운 주체성의 회복을 위하여 186

생명학의 뿌리를 찾아서 190

생명이 세상을 바꾼다. 197

에코토피아와 디지털토피아 204

그늘에 대하여 211

3. ‘그늘’ 그 어떤 경지 215

   ⎯사유 혹은 상상의 토포필리아

4. 에코토피아와 디지털토피아 223

  ⎯생태시학의 모색과 전망

‘지금, 여기’에서 ‘존재’를 문제 삼는 이유? 223

에코토피아와 디지털토피아 225

몸의 소리, 몸의 정치 230

신생의 즐거움, 중심의 괴로움 234

5. 놀이, 신명, 몸 237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찾아서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으로서의 놀이 237

신명풀이와 한국적 놀이 양식의 탄생 241

탈, 춤, 마당 그리고 몸 247

현대판 길놀이·탈놀이·뒷놀이 254

세계 문화의 지평으로서의 한국 문화 261

6. 욕, 카타르시스를 넘어 신명으로 267

 

제Ⅲ부  생명 사상과 몸 사상의 만남

그늘이 우주를 바꾼다 283

⎯김지하 ‘생명과 평화의 길’ 이사장과의 대담

 

ㅣ인명 찾아보기ㅣ 313

ㅣ용어 찾아보기ㅣ 317

ㅣ김지하 약력ㅣ 325

 

 

4. 본문에서 

 

근대 이후 내발성의 차원에서 우리 사상을 들여다보면 서구의 체계화되고 잘 정립된 여러 사상 속에서도 단절되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온 하나의 사상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의 기원은 19세기 중엽(1860년 4월) 최제우에 의해 창시된 ‘동학’에서 비롯되며, 이후 최시형, 손병희를 거치면서 변주·확산되기에 이른다. 동학은 종교이지만 신 중심이 아닌 인간을 본(本)으로 하는 하나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학은 인간 중심 사상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인간 이외의 존재들을 포괄하는 보다 너른 차원의 ‘생명’ 중심 사상으로 나아간다. 서구의 다른 종교나 사상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이 생명에서 발생한다. 생명에 대한 규정과 해석으로부터 새로운 사상이 탄생한 것이다. 동학이 기반이 된 이 생명 사상은 내발성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한국적 사유 체계의 탐색이나 대중에 기반을 둔 사회 변혁적인 운동의 형태로 계승되기에 이른다. 이런 점에서 생명 사상은 우리 민중의 집단적이고 역사화 된 의식의 내발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에 대한 지극함을 드러내고 있는 불교, 도교, 유교와 같은 우리의 전통적인 사상은 물론 서구의 신과학운동을 포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1쪽, 「생명 사상의 계보와 문명사적 전회」 중에서)

 

그늘과 흰그늘의 대비는 그의 미학적 이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미학적 이념은 그늘과 흰그늘의 분리·대립이 아니라 그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다. 따라서 흰그늘은 그늘의 연장이면서 승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렇게 흰의 존재성을 강조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글이 「예감에 가득 찬 숲 그늘」이다. 이 글에서 그는 빛, 다시 말하면 흰을 “아우라(aura)”라고 명명한다. 그가 이렇게 아우라를 강조하는 것은 그가 생명을 강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의 우리의 실존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과학기술 문명의 발달이 불러온 사회·문화와 예술·미학 차원의 변화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 중의 하나가 아우라의 상실이다. 아우라의 상실은 인간을 점점 왜소하게 만들어 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천박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생명 가치의 상실이나 그늘의 지극함과 숭고함의 상실이 만연한 ‘지금, 여기’에서 그것을 회복하려는 그의 의지가 표출된 것이 아우라 혹은 흰그늘이라고 할 수 있다. (58쪽, 「‘흰그늘’의 미학과 예감의 우주」 중에서)

 

‘지금, 여기’ 우리의 놀이판은 마당보다는 방, 몸보다는 뇌, 신명보다는 카타르시스, 아날로그보다는 디지털, 주체보다는 구조(체제), 공중(public)보다는 대중(mass), 사람보다는 자본, 영성(靈性)보다는 물성(物性), 지각보다는 감각을 지향하는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이 흐름 속에서 그것에 동화되기도 하고 또 그것에 저항하기도 하면서 각자가 향유하는 놀이를 통해 신명풀이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각자가 어떤 놀이를 향유하는지는 취향의 문제이지만 문화가 놀이 속에서 놀이의 양태로서 발달해 온 점을 고려한다면 어느 한 문화의 ‘퍼스펙티브(perspective)’와 ‘지평’을 위해서 그 문화의 정수를 들여다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놀이, 신명(신명풀이), 몸’을 우리 문화의 원리로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우리 문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성찰할 때 비로소 한국 문화의 전망과 지평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놀이, 신명, 몸이라는 우리의 문화 원리가 단순히 한국적인 특수성을 넘어 어떤 인류사적인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금, 여기의 여러 문화 현상 속에서 발견한다는 것은 우리 문화를 위해서도 또 세계 문화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264∼265쪽, 「놀이, 신명, 몸」 중에서)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은 신이 한다는 말이 있죠. 무슨 뜻일까요? 지금 우리가 그런 본질적인 생명의 위기를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천재지변이 나고 전혀 예상도 못 한 우박과 폭설과 물난리가 나고 그런단 말이죠. 물이 토네이도를 만들면서 하늘로 큰 기둥처럼 솟았다가 갑자기 마을 밑으로 내리 때려 그 밑동을 파버리는 거예요. 박살이 나 버리는 거야. 이번의 수재, 물론 인재야. 수백 개의 나무들이 물결과 함께 서서 왔다고 그래요. 물이 산을 넘은 거예요. 이 정도면 이건 물난리라고 볼 수 없다고. 이건 지옥이야. 그러면 쓰나미 같은 화산, 지진, 이건 지구 자전축이 이동한다는 얘긴데, 해수면 상승, 이건 날이 갈수록 더한단 말이지. 온난화, 이런 현상들은 무엇을 말합니까? 이제까지 낙관적으로 보아왔든 제임스 러브록 같은 생태학자들도 이 현상을 보고 ‘가이아의 복수’라는 말을 했어요. 가이아가 자기보존을 포기했다는 거예요. 이거 무서운 얘기 아닙니까? 그러면 이런 걸 보고 우리가 그때 각성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수십억이 다 죽고 결국에는 북극이나 고산지대에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 그러면 각성이라는 것이 와야 하는데 그런데도 각성을 못 해요. (295∼296쪽, 「그늘이 우주를 바꾼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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