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이트의 『끝낼 수 있는 분석과 끝낼 수 없는 분석』 출간!

이 책은 독일 피셔Fischer출판사에서 펴낸 프로이트 전집 가운데 <기법에 대한 논문들>을 모아 번역 출간한 것이며, 한국어로 처음 번역 소개되는 책이기도 하다. 한국어판 <프로이트 전집>에는 이 책에 번역된 논문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정신분석 치료 전문가들을 위한’ 글이라는 이유에서이다. 프로이트의 의도를 어느 정도는 꿰뚫는 말이다.

 

정신분석은 임상적 경험, 즉 신경증을 정신분석 기법으로 치료하는 것 속에서 태어나고 발전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정신분석 치료 기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을 남기지 않았다. 실수와 농담에 대해서도 꽤 두꺼운 책을 쓴 것을 생각해 볼 때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프로이트는 그런 책을 쓰려고 했으며 그 사실을 공표하기도 했다. 제목까지 <정신분석 일반 방법론Allgemeinen Methodik der Psychoanalyse>으로 정했다. 그리고 실제로 수십 쪽의 초고를 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도에 그만두었다.

 

• 이 책은 신경증 환자들이 보아서는 안 될 책이다?

프로이트는 기법에 대한 논문들Technical Papers이라고 불리는 여섯 편의 논문(이 책의 첫 6장)을 연달아 발표했는데 그 중 마지막 네 편(이 책의 3장부터 6장까지)은 “정신분석 치료를 행하는 의사에게 하고 싶은 조언” 시리즈이다. 제임스 스트라치의 말대로 이 여섯 편의 논문은 정신분석 기법에 대한 체계적 서술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럼에도 그것에 가장 근접해 있는 글이다. 이 글들은 프로이트가 분석가 또는 분석가 지망생을 위해 쓴 듯하다.

 

이 글들은 분석가를 위해 쓴 글이므로 따라서 피분석자인 일반인 특히 신경증 환자들이 읽는 것을 프로이트는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표준판 전집>을 편집한 제임스 스트라치의 재미있는 추측이 있기도 하다.

 

• 하지만 이 책은 일반인들을 위해 씌어진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여섯 편의 논문이지만 이 책에는 그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글들이 실려 있다. 7, 8, 9 장은 일반 대중 또는 비분석 의사들을 위해 씌어진 글이기 때문에 상당히 이해하기 쉬울뿐더러 정신분석이라는 실천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15장에 실린 <끝낼 수 있는 분석과 끝낼 수 없는 분석>은 프로이트가 말기에 쓴 기법에 대한 주요한 글이기도 하다.

 

하지만 독자에 대한 프로이트의 어떤 염두나 의도와는 별개로 정신분석 이론이 치료 기법의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혀 있기 때문에, 가령 정신분석 치료 중에 발생하는 ‘전이’를 모르고서는 정신분석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없기 때문에 정신분석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닐 수 없다.

 

■  추천사

 

이 논문들이 아주 많은 중요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들을 정신분석 기법에 대한 체계적 서술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이것들은 그것에 가장 근접해 있다. -『표준판 전집』 편집자 서문에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치료 기법에 대한 논문들에는 정신분석의 실천이 어떤 발전 과정을 거쳤는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 극도로 중요한 구절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분석 요법의 실행에서의 근본적인 개념들-저항이라는 개념, 전이의 기능, 전이에의 개입, 심지어 전이 신경증의 근본적인 역할-이 점차 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저작집이 아주 특별한 관심을 요한다는 것을 더 이상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라깡, 『세미나』 1권에서

 

■  차례

 

▪ 일러두기 6

▪ 기법에 대한 논문들-표준판 편집자 서문 9

 

1. 정신분석에서 꿈해석 다루기 15

2. 전이의 역동에 대하여 27

3. 정신분석 치료를 행하는 의사에게 하고 싶은 조언 45

4. 치료의 개시에 대하여 65

5. 기억하기, 되풀이하기 그리고 훈습하기 103

6. 전이 사랑에 대한 소견 123

7.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방법 149

8. 정신치료(마음치료) 163

9. 정신요법에 대하여 195

10. 정신분석 요법의 앞으로의 가망성 217

11. ‘야생’ 정신분석에 대하여 239

12. 정신분석 작업 중의 기억 착오(이미 말한 것 같음)에 대하여 253

13. 정신분석 요법이 나아갈 길 267

14. 꿈해석의 이론과 실천에 대한 소견 287

15. 끝낼 수 있는 분석과 끝낼 수 없는 분석 311

16. 분석에서의 구성 381

 

▪ 표준판 편집자 주에 언급된 저작들 404

▪ 기법에 대한 저작 목록 426

▪ 옮긴이 후기 428

▪ 색 인 432

 

■  이 책의 재미있는 내용

 

• 의사는 환자와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된다.

여성 환자가 의사와 사랑에 빠진 후 의사와 환자는 헤어지며 치료는 포기된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 때문에 곧 다른 의사와 두 번째로 분석을 시도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그런데 그 환자는 이 두 번째 의사와도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치료를] 중단하고 다시 [다른 의사와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다. 틀림없이 일어나는 이런 사실[전이 사랑]은 잘 알다시피 정신분석 이론의 근거 중 하나이며 분석을 행하는 의사[분석의]에 의해 이용될 수도 있고 분석을 받을 필요가 있는 여성 환자에 의해 이용될 수도 있다. -(128쪽)

 

• 환자의 치료는 금욕 속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사랑을 필요로 하는 여성 환자가 요구하는 만족을 거절versagen할 것을 분석 기법이 규칙으로서 의사에게 요구한다는 사실이 함축되어 있음을 벌써 추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치료는 금욕Abstinenz 속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나는 여기서 육체적 결핍körperliche Entbehrung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사람이 욕망하는begehren 모든 것에서의 결핍Entbehrung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어떤 환자도 참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환자의 욕구Bedürfnis와 갈망Sehnsu- cht이 [분석] 작업과 변화를 위한 추진력으로서 존재하도록 해야 하며 그것들이 대용물Surrogate에 의해 달래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환자는 [신경증적] 상태 때문에, 억압이 제거되지 않는 한 진짜 만족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대용물밖에 없다. -(135쪽)

 

• 기적의 치료는 실제로 일어난다.

기적의 치료를 전혀 믿지 않으려 하고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종교를 빙자한 속임수frommer Betrug와 부정확한 관찰의 결합으로 설명하려 한다면 편리하긴 하겠지만 아주 잘못된 것이다. 이런 설명이 아주 많은 경우에 맞다고 하더라도 이 설명으로 기적의 치료라는 사실을 모두 무효화할 수는 없다. 기적의 치료는 실제로 일어나며 모든 시대에 있어 왔다. …… 그렇지만 기적의 치료를 설명하기 위해 정신적 힘 말고 다른 어떤 것을 끌어올 필요는 없다. 그런 상황[기적의 치료]에서도 우리의 인식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여길 수 있는 작용은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실로 여기에서는 종교적 믿음의 힘이 인간적인 여러 원동력Triebkräfte에 의해 강화되는 것이다. 한 개인은 보통 군중 속에서 거룩한 장소로 가게 되는데 군중의 열광 때문에 개인의 경건한 믿음이 강화된다. 그런 군중의 영향으로 개인의 모든 정신적 흥분Regungen이 극도로 상승할 수 있다. …… 이렇게 많은 강력한 힘들이 함께 작용한다면 가끔 목적이 진짜로 이루어진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175쪽)

 

■  저자 소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

의사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위대한 사상가라는 평가에서부터 범성론자, 가부장제 옹호자, 사이비 과학자라는 평가까지 오늘날에도 여전히 논란이 되는 인물이다. 저서로는 <프로이트 전집>이 있음.

 

이덕하

연세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했고, 현재 프로이트 번역과 연구에 전념하고 있으며, 정신분석 카페 http://cafe.daum.net/Psychoanalyse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