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헤겔 연구 현황을 개관하며 향후 연구 방향을 가늠한다”
1. 이 책의 소개
도서출판 b의 헤겔 총서 제10권으로 출간되는 이 <헤겔 강의록 입문>은 <ヘーゲル講義録入門>(寄川条路 編, 法政大学出版局, 2016)을 옮긴 것이다.
이 책에는 엮은이 요리카와 죠지를 비롯한 13명의 재기발랄하고 날카로운 일본의 헤겔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헤겔의 논리학ㆍ형이상학, 자연철학, 정신철학, 법철학, 국가학, 역사철학, 미학, 예술철학, 종교철학, 신학, 철학사 강의의 철학적 핵심에 대한 독해를 펼쳐 보인다. 따라서 이 책을 일독하는 것만으로도 헤겔 연구의 전체를 개관할 수 있다. 그에 더하여 독일에서 ‘헤겔 연구’라고 불리는 것은 본래 어떠한 것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도 헤아려 볼 수 있게 된다. 저자들은 기존의 헤겔 상에 근거한다는 유혹을 떨쳐버리고 헤겔 이해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하겠다는 강한 의지로써 헤겔 강의록에 접근하고 있다.
헤겔의 철학 체계가 철학사상 가장 완결된 사유 기획에 속하고 인간 사유의 전 영역을 포괄한다는 것은 거의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그가 생전에 출간한 저작은―잡지 등에 실린 논문 등을 제외하면―다섯 개(<피히테와 셸링 철학 체계의 차이>, <정신현상학>, <논리의 학>, <철학적 학문들의 엔치클로페디 강요>, <법철학 요강>)에 지나지 않았다. 헤겔의 방대한 저작들 대부분은 강의를 위한 초고와 제자와 청강자들에 의한 강의 필기록이었다. 따라서 헤겔의 강의와 관련된 이러한 텍스트들의 성립과 그 편집 과정을 다시 살펴보고 그 속에 담겨 있는 헤겔의 철학적 문제의식과 통찰을 추적, 확인하는 것은 헤겔 철학에 대한 역사적이고 체계적인 이해를 위해 필수적이다. 이 <헤겔 강의록 입문>은 그러한 이해를 위한 시도이며, 그래서 우리의 앞으로의 헤겔 연구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이 지니는 의의는 전문적인 헤겔 연구자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헤겔 강의록 연구는 그의 견해의 미묘한 변화와 그 이유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그때그때 헤겔이 벌인 지적 격투가 울려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접근을 요구한다. 그 결과 민얼굴로 나타나는 강단에 선 헤겔은 자기 학설의 권위 부여에 애쓰는 노년의 철학자가 아니라 자기 앞에 놓인 연구 주제에 몰두하는 데서 아직 이해에 빈틈이 없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존중하는 사유자이자, 나아가서는 ‘자못 진지한 얼굴을 하고서 난해한 고담준론을 펼쳐 나가는 철학자가 아니라, 사태와 이치를 생각하는 기쁨과 역사와 현재를 이해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경험하고 그 위에서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강단에 서 있는’ 강의자이다. 요컨대 그의 강의들은 ‘앎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의 그야말로 앎의 즐거움을 위한 강의’(하세가와 히로시)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강의를 통해 형성된 헤겔 철학으로 안내해주는 이 헤겔 강의록 입문은 우리 모두에게 그와 같은 살아 있는 헤겔 철학에 접근하기 위한 출발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지은이 소개
■요리카와 죠지(寄川条路)
1961년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났다. 보쿰대학 대학원 졸업, 문학 박사. 현재 메이지 가쿠인대학 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저서로 <신판 체계로의 길>(創土社, 2010년), <헤겔 철학 입문>(ナカニシヤ출판, 2009년), <헤겔 ‘정신현상학’을 읽는다>(世界思想社, 2004년), 공역으로 오토 푀겔러 편, <헤겔 강의록 연구>(法政大学出版局, 2015년) 등이 있다.
■이신철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논리학>, <진리를 찾아서>, <철학의 시대>(이상 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순수이성비판의 기초개념>, <학문론 또는 이른바 철학의 개념에 관하여>, <역사 속의 인간>,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신화철학>, <칸트사전>, <헤겔사전>, <맑스사전>(공역), <현상학사전>, <니체사전>, <유대 국가>, <트랜스 크리틱>, <헤겔의 서문들>, <헤겔 정신현상학 입문>, <헤겔과 그의 시대>, <객관적 관념론과 그 근거짓기>, <현대의 위기와 철학의 책임>, <독일철학사>, <헤겔>, <헤겔 이후>, <이성의 운명>, <헤겔의 이성ㆍ국가ㆍ역사>, <새로운 철학 교과서> 등이 있다. 가톨릭관동대학교와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3. 차 례
머리말 7
서 장 헤겔의 철학 강의 17
제1장 논리학 강의 35
제2장 논리학ㆍ형이상학 강의―「예비 개념」의 성립 57
제3장 자연철학 강의―‘자연철학은 자유의 학문이다’ 79
제4장 정신철학 강의―‘주관 정신의 철학’이란 무엇인가? 99
제5장 법철학 강의 121
제6장 국가학 강의 145
제7장 역사철학 강의 165
제8장 미학 강의 183
제9장 예술철학 강의 199
제10장 종교철학 강의 219
제11장 신학 강의―‘신의 존재 증명’을 둘러싸고서 239
제12장 철학사 강의 261
후기 281
옮긴이 후기 283
찾아보기 287
저자 소개 293
4. 지은이의 말
이 책에서는 헤겔 연구의 필독서인 헤겔 강의록 연구와 그 토대가 된 헤겔 연구를 기초로 하여 일본의 독자들에게 헤겔 전집의 그 후의 진척 상황을 전하고, 그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날카로운 기개를 지닌 헤겔 연구자들이 최신의 연구 성과를 펼쳐 보이고자 한다.
이 책 헤겔 강의록 입문에서는 「헤겔의 철학 강의」에 대한 논문을 서장으로 하여 계속해서 헤겔 전집의 제2부를 이루는 ‘강의록’을 내용별로 고찰해 간다. […] 따라서 이 책을 일독하는 것만으로도 헤겔 연구의 전체를 개관할 수 있다. 그에 더하여 독일에서 ‘헤겔 연구’라고 불리는 것은 본래 어떠한 것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도 헤아려볼 수 있게 된다. -(엮은이 <머리말>에서)
헤겔의 죽음 직후에 이루어진 헤겔의 친구들에 의한 헤겔 전집의 성립 이후 헤겔 텍스트의 제시에서는 그것이 보여준 우여곡절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편집 방침이 변함없이 관철되었다. 요컨대 헤겔이 쓴 것과 헤겔이 말하고 학생이 받아쓴 것을 구별 없이 함께 뭉뚱그려 놓은 것이다. 이로부터 언뜻 보아 완결된 것처럼 보이는 헤겔 철학의 일반적 인상이 비롯되었다. 그러나 ‘저작집’과 ‘강의록’을 구분하고 그것을 문헌학적이고 역사적이며 철학적으로 자세히 검토함으로써 우리에게는 그와 같은 헤겔 철학 이해를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물론 역사철학과 미학, 종교철학과 철학사 등의 경우에서는 그 개요가 엔치클로페디에 이미 제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편집자에 의한 가필과 생략, 이어붙이기 등에 의해 그동안 헤겔 연구에서는 수많은 문제가 야기되었고, 그것들은 그 해결이 확정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이제 그와 같은 문제들에 접근할 수 있는 실마리가 새로운 편집으로 주어짐으로써 우리는 이제 ‘헤겔 철학의 전체상’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옮긴이 후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