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도서목록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시리즈 b판시선 067
기타사항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출판일 2023-11-15
저역편자 하종오 시집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12,000
도서규격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09쪽
ISBN 979-11-92986-16-6
구매처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_앞표지.png

 

“글을 읽다 인상 깊은 문장에서 비롯된 시들” 

 

1. 이 책을 발행하며

 

독자가 시를 읽으며, 시는 어디서 어떻게 오나? 하는 궁금증이 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만약 독자가 시인에게 그와 같은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시인의 대답은 천차만별일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그 시인만의 독특한 시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도 진지하게, ‘나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면서도 좋은 시를 남기는 시인도 있을 것이다. 그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줄 것 같은 시집이 하종오의 신작 시집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도서출판 b)이 아닐까. 하종오 시인의 이번 시집은 독서를 하는 가운데 시인 자신의 마음에 와닿은 어떤 문장에서 촉발되어 쓴 시 50편을 모아 묶은 것이다. 

‘시인의 말’에 따르면 시인은 책을 읽거나 어떤 정보를 접하며 “인상 깊어 공책, 노트북, 핸드폰에 옮겨놓았던 문장으로부터 받은 명상”을 시로 썼다. 어떤 문장들은 “그 주제나 골자와는 상관없이 특별나게 각인되”는데 “그 문장에는 감각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 사유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 상상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무엇인가’는 “저자의 의도와도 무관하고 내용의 전후 맥락과도 연결되지 않는” 것들도 있는데, 어쨌든 시들의 제목으로 인용된 “문장의 저자들을 외경”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한편 사족으로 “시로 쓰지 못했으나 간직하고 있는 의미 깊은 문장이 훨씬 더 많”음을 밝히고 있다. 

시인에 의해서 인용된 문장은 장르가 다양하고 고전과 현대물을 망라한다. 시, 소설, 에세이, 동화, 인문학, 사회과학, 철학, 사전, 공공기관에서 보내온 재난 문자메시지까지 있다. 

그 가운데 한 편을 살펴본다. “낱말이 걸음걸이에서 가락을 찾아냈을까 / 가락이 걸음걸이에서 낱말을 찾아냈을까 // 어느 낱말이 어떤 가락을 탄다고 하여 / 다 비장미 깊은 판소리가 되진 않는다 / 어느 가락이 어떤 낱말을 태운다고 하여 / 다 해학미 넘치는 판소리가 되진 않는다”(「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한발딛고 한발들고……」)라는 시는 김지하의 담시 「소리내력」의 한 시구(詩句)에서 비롯된 시다. 하종오 시인 또한 굿이나 판소리 형식의 시를 쓴 바가 있는데, 자신의 선배 시인인 김지하의 시구에 고평을 붙이고 있다. “노래에 맞아떨어지는 낱말이 따로 있지 않고 / 이야기에 맞아떨어지는 낱말이 따로 있지 않다 걸 깨치고 / 운문을 고치는 데 평생을 걸고도 / 나는 아직 미완성했다”는 쉽지 않은 고백을 덧붙이며 말이다.

또 다른 시편에는, “저자에게 강요하려 하지 말고, 여러분 자신이 바로 그 저자가 되도록 노력해 보세요. 저자의 동료가 되고 공범자가 되어 보세요”는 시인이 버지니아 울프가 쓴 <버지니아 울프 독서법>을 읽으며 인용한 문장이 있다. 이 문장으로부터 시작된 명상은 다음과 같은 시로 씌어졌다. 

“독자가 나에게 시 쓰기를 희망해도 / 나는 독자를 위해 시를 쓰진 않습니다 // 내가 독자에게 시 읽기를 희망해도 / 독자가 나를 위해 시를 읽진 않습니다. // 언제나 내가 나의 시를 읽는 독자가 되고 / 언젠가 독자가 자신의 시를 쓰는 시인이 됩니다 // 아무려나 내가 쓴 시를 읽는 독자는 별로 없습니다.”(「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저자에게 강요하려 ……」 전문)라고 말이다. 이 시는 절묘하게도 시인에게 한 편의 시가 어떻게 찾아오는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독자 또한 스스로 “자신의 시를 쓰는 시인이” 되어 보기를 은근히 권유하고 있다.

 

2. 지은이 소개

 

하종오: 시인.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1975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넋이야 넋이로다>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 <정>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어미와 참꽃> <깨끗한 그리움> <님 시편> <쥐똥나무 울타리> <사물의 운명> <님> <무언가 찾아올 적엔> <반대쪽 천국> <님 시집> <지옥처럼 낯선>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베드타운> <입국자들> <제국(諸國 또는 帝國)> <남북상징어사전> <님 시학> <신북한학> <남북주민보고서> <세계의 시간> <신강화학파> <초저녁> <국경 없는 농장> <신강화학파 12분파> <웃음과 울음의 순서> <겨울 촛불집회 준비물에 관한 상상> <죽음에 다가가는 절차> <신강화학파 33인> <제주 예멘> <돈이라는 문제> <죽은 시인의 사회> <세계적 대유행> <악질가>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 <세 개의 주제와 일흔일곱 개의 서정> 등이 있다. 

 

 

3. 차례

 

ㅣ시인의 말ㅣ 5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빨간 수염을 …… 11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누가 감히 …… 14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농가에서 백로에 …… 16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근방에는 아무도 …… 18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저자에게 강요하려 …… 19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죽어 천국의 …… 20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할애비는 말했다 …… 22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아빠.」 그녀가 …… 24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다른 동물은 …… 26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인간 구원은 …… 28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박제가 되어버린 …… 30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파농은 삶과 …… 32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이유식이 아이 …… 34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어제 달이 …… 34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특히 나는 …… 37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질문하는 방법은 …… 40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이제 가봐야겠어요.」 …… 42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마크 트웨인은 …… 44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등은 갈색에 …… 46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글을 쓰는 …… 48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언제부턴가 세상이 …… 50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기타를 만드는 …… 52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사람에게는 얼마만큼 …… 54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잘잘못에 대한 …… 56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죽음은 우리와 …… 58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모든 일은 …… 60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과거에 맛보았던 …… 62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절망은 인간이 …… 64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어디서 배웠넌지 …… 66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젊은 사람들이 …… 68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다른 많은 …… 70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감응을 인간의 …… 72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세상의 모든 …… 74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아이들은 두 살 …… 76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말’로써 확실히 …… 78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마음은 계속 …… 80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파블로 네루다는 …… 82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01월 09일 01:28 …… 84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뼈 전도 …… 86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자! 이제는 …… 88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무슨 일이 …… 90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우리가 땅을 …… 92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하르츠산맥의 당신 …… 94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사실성의 한쪽 …… 96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죽음은 죽어보지 …… 98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창작집을 낼 때 …… 100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한발딛고 한발들고 …… 102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우리는 어딘가에 …… 104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문학적 감수성과 …… 106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세상을 살아가면서 …… 108

 

 

4. 본문에서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글을 쓰는…… 데는, 누구나 알다시피, 타자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연필 한 자루와 종이 몇 장에 책상과 의자가 있으면 그만이다.*>

 

글을 쓰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말을 알아듣는 귀가 있어야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알아채는 감이 있어야 하고,

글을 잘 쓰려면

일속을 눈으로 알아보는 사람들 말고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을 알아야 하고

말귀를 귀로 알아듣는 사람들 말고 

자신의 귀에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음성을 알아야 하고

갈등 관계를 감으로 알아채는 사람들 말고 

자신의 감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깊이 생각한 적 있다

 

사실 그런 능력은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직업인은 다 가지고 있는 걸 발견한 후엔

거기에 더하여 독서력과 상상력과 표현력을 지니고 있어야 문학가라고 

가끔 빤한 주장을 하지만 

아무리 명문장을 구사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혼자 쓸 수 있는 시간과 

혼자 쓸 수 있는 장소와 

혼자 쓸 수 있는 필기구가 없으면 

문학가란 있을 수 없다고  

늘 엄숙하게 전제한다 

 

* 앨리스 먼로의 단편소설 「작업실」(<행복한 그림자의 춤>, 뿔, 2010, 12쪽) 중에서.

 

* * * * * *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감응을 인간의 전유물로 여기는 것은 인간만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예외주의에 다름 아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유한한 생명들에게 다른 신체와의 마주침은 존재의 조건이다. 신체와 신체의 마주침이 야기하는 신체의 변화에 대한 정서적인 반응의 집합이 감응이라면, 인간만이 감응적인 존재일 리가 없다.*>

 

왜 인간만 지구를 장악하고 있을까?

이해할 수 없는 때가 있다 

인간을 피해 도망하는 무리와 

인간을 향해 돌진하는 무리가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동물이라면

동물의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은

인간이 멸종한 후 지구를 장악하고는 

(절대 멸종하지 않는다고 인간은 믿겠지만) 

동물의 언어로 대화하다가

악수 대신에 다리를 비비고

포옹 대신에 옆구리를 맞대면서

인간이 사용하던 언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글을 쓸 수 있도록 

진화하는 법을 알아낼 것이다

(절대 진화하지 못한다고 인간은 믿겠지만)

인간의 멸종이 불가능한 까닭은

인간이 서로 간에 느끼기 때문이라는 걸 인간 스스로 알고  

동물의 진화가 가능한 까닭은

동물이 서로 간에 느끼기 때문이라는 걸 동물 스스로 안다 

왜 동물은 지구를 장악하면 안 될까? 

이해할 수 없는 때가 있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전쟁과 학살을 보게 되는 때

인간이 인간을 못살게 하는 수탈과 착취를 보게 되는 때

 

* 최유미의 글 「공생의 생물학과 감응의 생태학」(<감응의 유물론과 예술>, 최진석 엮음, 도서출판b, 2020, 98쪽) 중에서.

 

 

5. 시인의 말

 

책을 읽거나 정보를 접하면 그 주제나 골자와는 상관없이 특별나게 각인되는 문장이 있다. 그 문장에는 감각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 사유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 상상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저자의 의도와도 무관하고 내용의 전후 맥락과도 연결되지 않는 그 무엇인가 말이다. 

여기 실린 시들은 주로 그 무엇인가의 일부이거나 일면에 지나지 않을망정, 책이나 정보를 보았던 당시에 인상 깊어 공책, 노트북, 핸드폰에 옮겨놓았던 문장으로부터 받은 명상을 쓴 것이다. 

이 시들의 제목에 인용한 문장의 저자들을 외경한다. 그 인용문의 표기는 원전을 따랐다. 사족을 붙이자면, 시로 쓰지 못했으나 간직하고 있는 의미 깊은 문장이 훨씬 더 많다. 


  1. 어떤 문장으로부터의 명상

    b판시선 067

    하종오 시집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2023-11-15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09쪽

    12,000

    67

    Read More
  2. 릴리와 들장미

    b판시선 066

    정철훈 시집

    2023-10-30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42쪽

    12,000

    66

    Read More
  3. 당신이 전태일입니다

    b판시선 065

    표성배 시집

    2023-10-24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34쪽

    12,000

    65

    Read More
  4. 박쥐

    b판시선 064

    전기철 시집

    2023-10-10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17쪽

    12,000

    64

    Read More
  5. 다시 사람에게 묻다

    b판시선 063

    변경섭 시인

    2023-08-24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41쪽

    12,000

    63

    Read More
  6. 세 개의 주제와 일흔일곱 개의 서정

    b판시선 062

    하종오 시집

    2023-08-22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212쪽

    12,000

    62

    Read More
  7. 내가 길가의 돌멩이였을 때

    b판시선 061

    허완 시집

    2023-07-20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41쪽

    12,000

    61

    Read More
  8. 그 다 이를 말인가

    b판시선 060

    김병섭 시집

    2023-06-20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58쪽

    12,000

    60

    Read More
  9. 람풍

    b판시선 059

    최성수 시집

    2023-05-25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25쪽

    12,000

    59

    Read More
  10. 엇배기 농사꾼의 늙은 꿈

    b판시선 058

    신언관 시집

    2023-03-30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51쪽

    12,000

    58

    Read More
  11. 저녁의 신

    b판시선 057

    이학성 시집

    2023-03-16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43쪽

    12,000

    57

    Read More
  12.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

    b판시선 056

    하종오

    2023-02-24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43쪽

    12,000

    56

    Read More
  13.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온 달빛

    b판시선 055

    윤재철 지음

    2023-01-20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09쪽

    12,000

    55

    Read More
  14. 푸른 독을 품는 시간

    b판시선 54

    유종 시집

    2022-12-01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33쪽

    12,000

    54

    Read More
  15. 콜센터 유감

    b판시선 053

    최세라

    2023 문학나눔 선정 도서

    2022-09-28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43쪽

    12,000

    53

    Read More
  16. 겨울이 복도처럼 길어서

    b판시선 052

    이기린 시집

    2023 문학나눔 선정 도서

    2022-09-26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42쪽

    12,000

    52

    Read More
  17. 악질가

    b판시선 51

    하종오 판소리체시집

    2022 문학나눔 선정

    2022-08-22

    반양장본 l 124 x 194mm l 172쪽

    12,000

    51

    Read More
  18. 나이테의 무게

    b판시선 50

    김영언 지음

    2022-05-03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57쪽

    10,000

    50

    Read More
  19. 은목서 피고 지는 조울의 시간 속에서

    b판시선 049

    박두규 지음

    202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

    2022-02-18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09쪽

    10,000

    49

    Read More
  20. 그 모퉁이 자작나무

    b판시선 048

    윤재철

    2022 세종도서 선정

    2021-11-30

    반양장본 | 124 X 194mmㅣ151쪽

    10,000

    4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