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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길가의 돌멩이였을 때

시리즈 b판시선 061
출판일 2023-07-20
저역편자 허완 시집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12,000
도서규격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41쪽
ISBN 979-11-92986-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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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길가의 돌멩이였을 때_앞표지.png

 

 

1. 이 책을 발행하며

 

허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내가 길가의 돌멩이였을 때>가 출간되었다. 1994년에 등단한 시인은 오랫동안 침묵을 해오다 3년 전에 첫 시집 <황둔 가는 길>을 펴낸 바가 있다. 시인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해왔는데 은퇴를 하고 창작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이번 시집에는 66편의 시를 5부로 나누어 묶었다. 

시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시적 경향으로는 시인의 자연에 대한 관심이다. 그런데 그 자연은 타자화되거나 대상화된 것이 아니라 피와 살과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 의인화된다. 나무나, 길가의 돌멩이, 바람 등이 빈번하게 의인화되어 나타난다. 가령, 「바람의 흉터」를 보면 “(바람도) 크게 다칠 때가 있는 것이다/간밤 큰 소리로 울며 지나가는 것이다/큰 가로수를 들이받았는지/바람의 팔 하나 뚝 부러져/가로수 줄기에 거꾸로 매달려/잉잉 울고만 있는 것이다”라고 노래한다. 

그러한 방식으로 자연과의 동일성을 추구하는 시인은 자연의 모습과 목소리를 빌려 자신의 내밀한 얘기를 하기도 한다. 시집의 표제시 「내가 길가의 돌멩이였을 때」에서, 시인 자신이 “구르던 돌멩이로 길가에 멈춰 있는 것은” 무수한 발길에 차이어 이리저리 유전(流轉)해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행인들의 발길에 차이는 별 볼 일 없는 돌멩이 하나, 바로 그것이 시인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면서 “내가 무수한 발길에 차이는 / 작고 천한 돌멩이였으나 / 견고하게 쌓는 축대 사이 / 한 곳에 끼어 자리 잡을 수 있다면” 하고 작고 겸허한 소망을 은밀히 품어보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집에는 시적 주체의 지난 시절 스스로 엄격하고 예각적으로 살았던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담겨 있다. 「찔레 가시」에서는 찔레꽃의 날카로운 가시를 보면서 “가시덤불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나도/누군가를 찌르는 찔레 가시였을 것이다/찌르고 찔렀던 사람들 수만큼/내 마음 오늘 찔리는 곳 많다”고 아프게 고백한다. 「날카로움에 대하여」에서는 “부대끼다 널브러져야 부드러워지는구나”라며 세상 만물이 다 무뎌져야지 비로소 쓸모가 있음을 말한다. 

또 한편으로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시인은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어린 학생들을 바닷속에 희생시킨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는다. 세월호에 희생된 아이들이 “사월의 그 날/돌아오지 못한 너희들/꽃으로 피어 돌아오는구나”(「사월에 피는 꽃」)라고 노래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사회적 소외에도 관심을 두고 노숙인, 폐지 줍는 노부부, 택배 노동자, 갯벌 어민 등등을 향한 따듯한 시선을 잊지 않고 있다. 

 

 

2. 지은이 소개

 

허 완 시인:  경기도 파주 교하에서 출생하였으며, 경인교육대학교와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인천의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교사(국어)로 재직하면서 교사문학 동인지와 계간 황해문화(1994 가을호)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황둔 가는 길(2020)이 있으며, 청소년 도서 별난 박물관 별난 이야기(1996, 공저)를 펴내기도 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3. 차례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슬픔의 딸꾹질 소리 들리는

바람의 흉터 13

세상의 중심 14

그림자를 껴안다 16

대나무 속 18

적벽 19

내가 길가의 돌멩이였을 때 20

알토 색소폰 22

태풍 3 24

태풍 4 26

태풍 5 28

거목은 어떻게 쓰러지는가 30

생수통 33

모래시계 34

 

제2부 당신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는개 내리는 강가 37

칠월 38

산책길에서 39

당신의 얼굴 40

그리움의 증세 42

꽃샘 시샘 44

당신 45

그곳 46

등꽃 47

우두커니 관찰기 48

고마리꽃 50

말린 장미 51

그대 마음을 헤아리다 52

 

제3부 초승달도 등이 휘어

희망 55

사월에 피는 꽃 56

여의도 벚꽃 58

농활 59

대열 60

백로 61

가을비 62

폐지 63

시래기 64

선풍기 65

스무 시의 초승달 66

동막 사람들 68

서해 일몰 69

블랙아웃 70

 

제4부 내 첫사랑의 고샅길 에움길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73

방과후 학교 74

지워지지 않는 이름들 76

맛있는 바람 79

체념과 단념 사이 80

늦게 부르는 노래 82

그린란드 84

스러진 고향 86

그리움 88

산그늘 89

참나무의 상처 90

폐선 92

무지개 94

 

제5부 자박자박 그대 걸어오는 소리

적요 97

가을 편지 98

가을이 오는 소리 100

땅따먹기 102

누워버린 나무 103

구월 104

바람의 집 105

한로 무렵 106

폐사지에서 107

날카로움에 대하여 108

마스크 110

찔레 가시 111

우산 112

 

ㅣ발문ㅣ 권순긍 113

 

 

4. 본문에서

 

<스무 시의 초승달>

 

마트나 상점에 가는 대신

전자상거래로 내가 물건을 살 때

그가 새벽부터 택배 운송을 하다가 

자꾸만 놓치는 것은 밥때만이 아니다

아내의 생일을 놓치고 

자녀의 졸업식을 놓치고

장모님 생신날 가족 모임을 놓치고

친한 친구 부친상 조문을 놓치고

아내가 신신당부한 정기 건강검진도 놓친다

가득 채운 택배상자들 주소를 확인하며

할당받은 물건들의 배송 시간을 놓칠까 봐

아파트 계단을 뛰어 오르내리다가

오늘 저녁 다시 밥때를 놓치고

허기를 채우려 트럭 운전을 하는 손으로

한 줄 김밥을 욱여넣는다

전염병 날로 창궐하는 어려운 때에

일감이 많아져 대박이 났다고들 말하지만

그는 등이 휜다, 허리가 휜다

아파트를 나와 물 한 모금 마시다가 바라본

스무 시의 초승달도 등이 휘어 있다

 

     * * * * * *

 

<바람의 집>

 

제주도 한라산 어느 중턱에 

바람의 집은 숨어 있다

집주인인 고양이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가

바람만 아는 이 집을 

어찌 알고 왔냐는 듯

웅크린 채 갸우뚱한다

고양이가 고용한 중년 여직원이

원두를 갈아 천천히 내려 

주문한 커피를 내오는 동안

그대가 주인인가 물으려는데

고양이는 옆 탁자 위에 올라앉아

우리 주인은 바람이라며

입을 열어 크게 하품을 한다

 

   

5. 시인의 말

 

마음은 늘 도성(都城)이었으나

내 시 쓰기는 늘 삭풍 부는 변방이었다

눈 시리도록 하늘 맑은 날 골라

꺼져가는 시심을 좀 지펴 보려

반쯤 무너져내린 봉수대에 올라

자꾸 꺼져가는 시상에 불을 붙이다

혹여 넘어올지 모를 파발을 기다리며

청춘 바쳐 사수해낸 전선

그 치열했던 삶의 고개를 바라보았으나

기다리는 길목으론 파발 대신

바람만 뺨을 매섭게 때리고 달아났다

시편 몇 조각 태워 피워올리던 봉수대 연기

내 마음의 도성에 끝내 닿지 못하고……

 

 

6. 추천사

 

  허완 시인에게서는 밤에 겨운 이슬이 고인 돌샘에 얼굴을 씻는 아침 냄새가 난다. 때로 북방의 산등성에 혼자 삭풍을 견디는 갈매나무를 닮은 눈빛도 보이고, 그 손을 마주 잡으면 봄꽃을 움트게 할 온기가 닿아오기도 한다. 고적하나 쓸쓸하지 않으며, 맑으나 차갑지 않으니 시들도 그 주인을 닮았다. 시편마다 시인이 매만졌을 시어들이 지나온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허투루 흘러넘치지 않으며, 모자람도 없이 손에 잘 맞는 언어들에 손을 맞춘 느낌이다. 

  허완 시인은 세계와 하늘 사이에 놓인 언어들이 오가는 길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시선은 때로 ‘당골 뒤쪽으로 난 좁은 흙 비탈길’이며, ‘지워지지 않은 마을의 고샅길 에움길’로 향하기도 하는데, 그의 시선은 그 길에서 만나는 외로운 존재들에 대한 애틋한 동행으로 이어진다. -이시백(소설가) 

 

  시인은 반쯤 무너진 봉수대에 올라가 꺼져가는 시상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 고백 안에 가엾은 나무를 축으로 움직이는 세계가 있고, 바람의 흉터가 새겨진 가로수가 있고, 길가의 돌멩이가 지지하고 있는 축대의 틈바구니가 있다. 우두커니를 보며 우두커니 생의 곡절을 관조하는 허완의 치열한 시선은 어린아이가 엄마의 얼굴을 찾아 울음을 터뜨리듯 시詩 혹은 ‘당신’을 갈구한다. 시여, ‘당신’이여, 돌아갈 집을 상실한 시인의 집이 되어, 본향이 되어 시인을 구원하여라.-조현설(시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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