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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별것도 아니네

시리즈 b판시선 040
출판일 2021-01-28
저역편자 신언관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10,000
도서규격 143쪽 | 124 X 194mm
ISBN 979-11-89898-45-8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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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발행하며

 
신언관 시인은 네 번째 시집 『뭐 별것도 아니네』(도서출판 b, 2021)를 펴내며 “이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 해야 할 일과 하지 못할 일을 나눌 수 있게 되면서 / 세상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시인의 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두울수록 더 잘 보이는 눈을 갖고 싶다 / 막힐수록 더욱 뜨거운 가슴으로 살고 싶다”고 하는 신언관 시인은 청년 시절의 민주화운동과 생활인으로서의 농민운동을 거쳐 현실정치운동의 꿈을 펼쳐 보이다가 이제는 결실을 준비하는 노년의 초입에서 모든 실천적 활동을 그만 두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시인의 이번 신작 시집에는 67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신언관 시인의 시들은 그의 곡절 많은 이력만큼이나 다성성을 갖고 있다. 감옥 속 무의식의 상상력, 현실과 대거리하는 정치적 상상력, 농부의 시선, 변화를 열망하는 전위성, 자연 속에서 신과 만나는 영지주의, 무소유의 깨달음 등 서로 다른 시적 인식이 혼재돼 있다. 굴곡진 삶의 궤적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시적 상상력의 깊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만큼 신언관 시인의 시는 단순하지 않다. 일별을 해보자면 “탈출을 꿈꾸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을 것이다 함께 했던 쥐새끼들 다 도망가고 없다 일생 중 가장 긴 밤을 보내며 서너 방울 똥과 오줌도 지렸다”(「덫」), “봄비 오는 밤 / 낮에 보았던 아리따운 벚꽃이나 / 수선화 향기는 까마득히 잊었고 / 홀로 빗소리 들으며 / 나는 왜 유배와 반역을 생각하는가 / 나는 왜 피의 구호를 떠올리는가”(「적폐와 반동」), “묵어 닳아진 삽날에 찍힌 / 불어터져 누운 벼톨 / 폭염에 갈라진 상처 딱징이에 / 흰자위 들어낸 원망의 눈으로 / 진흙을 덧씌운다”(「똘」), “물은 혼자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 낙엽도 있고 바위도 있던 거야 / 곁을 지키던 작은 소나무 가지에 붙은 / 새벽이 가져다준 고드름 떼어내 / 맑은 입맞춤의 고백을 했어 / 사랑한다고”(「독백」) 등등의 시편들처럼 말이다.
 
신언관 시인의 시집에서 특히 강렬한 지점들로 감옥 안에서의 죽음의 공포가 빚어내는 비극적 이미지들이 있지만 “시작은 알 수 없으나 / 끝은 바로 여기인데 / 돌아가지 못하는 줄 알면서 /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리워했을까 / 여기가 그곳인 줄 알면서 / 얼마나 많은 아쉬움을 참았을까 // 이제는 욕망의 짐 내려놓고 / 너른 바다에 거품 되어 사라진다”(「파도」)는 모든 욕망을 내려 놓고 대자연의 일원으로 회귀하는 진리의 의미를 담지케 하는 성찰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지점들이 아닐까 한다. 시는 바로 이러한 순간, 내려 놓았지만 끝이 아니라는 인식의 순간에 터져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  지은이 소개
 
신언관
1955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했다. 2015년 ??시와문화??로 등단하여 시집으로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그곳 아우내강의 노을??, ??낟알의 숨?? 등을 펴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다. 대학재학 중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1980년 5월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수도군단에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농민운동을 하며 전국농민협회 사무처장,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총무, 민주주의민족통일 충북연합 의장,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연) 상임집행위원을 역임하였고, 1990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창립을 주도하며 창립선언문을 작성하였고 초대 정책실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고향(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성재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톨릭농민회 청주교구연합회 생명농업실천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최근작 : <뭐 별것도 아니네>,<낟알의 숨>,<그곳, 아우내강의 노을> … 총 4종 (모두보기)
 
■  차례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겨울강 13
돌아온 밤길 14
물봉선 15
하느님도 내 것 16
기름을 짜내면 18
새순아, 미안하다 19
앉은뱅이책상 20
감춰진 이야기ㆍ1 24
감춰진 이야기ㆍ2 26
감자2 29
산비둘기의 봄 32
합장 34
인연 36
이젠 그러려니 한다 38
망월 41
 
제2부
 
별 담아오는 여인 45
가을강의 백로 46
부엉이 울던 밤 47
건조기간 48
8월의 끝자락 풍경 49
거미줄 50
까치밥 51
국가론 52
적폐와 반동 54
똘 56
작어 57
유등 58
장송 60
기도를 멈춰라 61
그렇게 지나가는데 62
들국 63
대보름 주문 64
도발이 66
 
제3부
 
박제된 사람 71
저 산들도 다투며 사는지 72
청바지 74
은하철도 76
자위 77
군불 때던 겨울밤 78
밤길 80
대추나무 시집보내는 날 82
늙은 참나무집 84
새뱅이찌개 86
아름다운 혁명이라고? 88
세상일이란 게 90
몸단 박새 91
밤 92
경운기 94
덫 97
꽃의 미소 98
 
제4부
 
뜨락의 봄볕 101
독백 102
오후의 물비늘 104
정의 106
산책 108
돌탑 110
상사화 112
여기 계신가요 114
붓꽃 피어오르던 날 116
달무리 117
빈 꿈 118
봄맞이 푸념 120
감자밭에 두엄 내며 121
섣달그믐날 124
발자국도 닮아가네요 125
농민으로 산다는 것 126
파도 128
 
ㅣ해설ㅣ 이민호 131
 
■  본문에서
 
<기름을 짜내면>
 
내 몸을 갈아 짜내면
몇 종발의 기름을 얻을까
 
무덤까지 가는 길
추위 막을 만큼은 될까
 
꺼뜨리지 않고
긴 어둠 밝힐 수 있을까
 
함께 기뻐했던 사람 돌려보낼
호롱불 심지 태우지나 않을까
 
어리석음 많은 불순한 것이라서
끄름이 많겠지
다행히 기름에 눈물은 없겠지
 
<청바지>
 
일천구백칠십년대
청년 시절을 보냈으나
예순다섯에 난생처음으로
누구한테도 믿기지 않겠지만
 
추곡수매 끝나고
무 배추 뽑아놓으면 가겠다고
며칠을 벼르고 별러 작심하고
늦은 가을비 내리는 날
 
미군 주둔 방위분담금 따따불 인상과
지소미아 겁박하러
미 국방장관 방한한 날,
살을 태우는 전태일의 화염이
사팔뜨기 진영의 검은 연기로
불꽃을 잃어가던 날,
식량자급 반의반도 안 되는데
이제는 개발도상국 훨 넘어섰다고
고삐 풀린 소가 웃던 날,
플래카드 잠바 속에 감추고
광화문 미 대사관 쳐들어간 쌍팔년도 농민시위
그 기록을 새로 써야 한다고
광주 김정순 동지와 통화한 날
 
스무 살 때부터
양키문화라고 끝끝내 외면했었는데
최신 유행 신상품 청바지를
겁도 없이 농협 신용카드로 사서
존나 멋지게 입고
가을비 낙엽을 밟았다
 
뭐 별것도 아니네
 
<늙은 참나무집>
 
양철지붕에 퍼붓는 비는
그침 없이 줄곧 내려
원래 이 집이 내는 소리가 되어
고요와 침묵을 가르치고
 
지난밤 혼돈의 쾌락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새벽 지나 잠들어 눈떴을 때
출렁이는 살덩이에 놀랐었지
 
방문이 열리고
낯선 사내 목 디밀고 두리번대며
무슨 말인지 중얼대다
포기한 듯 문 닫고 가버린다
 
세느강변의 버드나무
바람에 흔들리는 요란한 곡조는
빗소리를 증폭시키는데
 
여기가 누군가를 위해
종을 울릴 수 있는 집이라는
그녀의 술 취한 말을 듣는다
 
오래된 참나무에 기대어
양철지붕은 무너지지 않았고
다음날 그녀는 떠났다
 
■  시인의 말
 
이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못할 일을 나눌 수 있게 되면서
세상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음을 나는 안다
 
사랑이 기쁨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리움의 형상을 스스로 그려 보일 수 있게 되면서
세상일 생각하는 가슴이 달라졌음을 나는 안다
 
어두울수록 더 잘 보이는 눈을 갖고 싶다
막힐수록 더욱 뜨거운 가슴으로 살고 싶다
허겁지겁 안간힘 쓰며
오늘도 나는 낭떠러지를 오른다
 
■  추천사
 
벤야민은 언어가 상징으로 기능할 때 섬광처럼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 눈부신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언어는 단순히 전달에 그치는 지시적 기능에서 벗어나 그것이 진실에 있어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함축한다. 진리가 섬광처럼 드러나는 순간은 위기의 순간이기도 하며 깨어남의 순간이기도 하다. 신언관의 시에도 이 변증법적 이미지가 작동하고 있다. 한낱 미물로 쓰레기처럼 취급당했던 역사의 폐허에서 건져낸 구원과 해방의 이미지이다. 일상에서 눈에 띄지 않았던 이 구속된 과거를 기억해냄으로써 오늘 겪고 있는 공포와 증오에서 우리를 구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짓밟히고 억눌린 시적 자아의 이미지에서 자라고 북돋아진 유토피아이다. - 이민호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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