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의 삶과 죽음, 문학과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행”
1. 이 책의 소개
다자이 오사무 전집(10권)을 출간해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도서출판b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과 삶 전반을 재조명하는 <문학을 위해 죽다⎯다자이 오사무 깊이 읽기>가 출간되었다.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 이종인은 지난 30년 동안 번역과 독서로 일관한 삶을 살며 250여 권의 책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다. 그러한 가운데 여러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한 그의 번역서 250여 권의 목록을 아무리 살펴도, 또 집필한 책의 목록을 봐도 다자이와의 접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다시 ‘다자이 오사무’로 검색을 하면 또 몇백 권의 책 목록이 보인다. 그런데, 번역서만 있을 뿐, 다자이에 관련한 저서는 논문집 하나를 빼면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 다자이를 마음에 품은 일반독자 이종인이 다자이 오사무 깊이 읽기에 나선다.
저자는 심지출판사에서 출간한 한국어판 <인간 실격>으로 다자이를 처음 만나 독특한 매력을 느끼는데 그 매력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한참 지난 지금에 와서야 글로 풀어 놓는다. 에머슨의 <자기신뢰>를 번역하면서 다자이 글 속의 꽃의 의미를 되새기고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면서 <산화>를 마음에 새긴다. 그러면서 짧은 수필을 쓸까 하다가 점차 범위가 넓어져 다자이의 작품 전체에서 다자이의 삶을 지배하는 슬픔의 근원을 찾고 문학의 근원을 찾고 죽음의 근원을 찾는다.
다자이라는 작가는 <인간 실격>이나 몇 편의 소설만 읽어서는 전모를 알기 어려운 작가이다. 저자는 다자이의 문학적 배경이나 사상적 변화를 일기를 쓰듯 투영한 작품의 구절들에 관해 독자들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 나오는 다자인(dasein)에서 다자이라는 필명이 나왔을 것이라는 꼭지에서는 각각의 개념들을 쉽게 설명하면서 그 안에서 또 다자이를 세운다. 꼭지 하나하나로도 글을 읽는 재미는 크다. 글 속에 인용된 다자이의 작품은 도서출판b에서 출간한 <다자이 오사무 전집>의 쪽수를 밝혀 독자들이 작품을 더 쉽게 찾아 읽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은 오로지 다자이가 매력적인 작가라는 것을 알려드리려는 마음’ 하나만으로 집필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하는 많은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다자이를 더 깊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 지은이 소개
■이종인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과 성균관대학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전문 번역가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와 문학서적 250여 권을 번역했다. 쓴 책으로 <번역은 글쓰기다>, <번역은 내 운명>(공저)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1984>, <그리스인 조르바>, <보물섬>, <촘스키, 사상의 향연>, <불평 없이 살아보기>, <폰더 씨의 위해한 하루>,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등이 있다.
3. 차 례
추천사 9
서문 13
제1장 죽음은 나의 오랜 친구 21
제2장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가 65
제3장 <만년>,미리 써둔 유서 101
제4장 에로스와 타나토스 129
제5장 전통의 계승 149
제6장 <쓰가루>,나의 대모 다케 171
제7장 천박한 욕심쟁이들과 나쁜 이부세 씨 199
제8장 「비용의 아내」,의혹의 점 229
제9장 <사양>,사랑의 혁명 263
제10장 <인간 실격>,인간 합격을 하려면? 287
제11장 미다 준지와 미시마 유키오 335
제12장 문학을 위해 죽다 361
다자이 오사무 연표 391
<다자이 오사무 전집> 한국어판 목록 394
4. 책 속에서
한 사람이 자살하는 데는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뭔가 더 크고 객관적인 원인이 숨겨져 있는 것이라, 이 말이지. 집에선 다들 여자가 원인이라며 난리지만, 난 그게 아닐 거라고 말해뒀어. 여자는 그저 길동무일 뿐이라고. 더 중요한 원인이 있을 거야. -32쪽
진짜 꽃을 피우면 슬픔이 사라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다자이는 이길 수 없는 게임에 뛰어들었다. -100쪽
절망 곁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상처받기 쉬운 어릿광대의 꽃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 거대한 슬픔. -124쪽
다자이가 하쓰요나 도미에와 신주를 하려 했던 것은 그 사랑이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그 사랑이 인생의 불안과 슬픔을 완전히 제거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142쪽
「소리에 대하여」, 「잎」, 「비용의 아내」, 인간 실격은 사이카쿠를 지나가듯이 혹은 암묵적으로 인용하고 있지만, 나의 사이카쿠는 그렇지 않다. 이 책은 다자이가 사이카쿠의 여러 작품에서 소재를 얻어와 다자이식으로 다시 쓴 사이카쿠이다. 그래서 다자이는 처음에 작품집의 이름을 “나의 사이카쿠”로 지으려고 했다. -165쪽
다케는 가끔 어린 다자이를 절로 데려가 불당 벽에 그려진 지옥과 극락 그림을 보여주면서 선과 악을 가르쳤다. 멀쩡한 아내를 놔두고 첩을 둔 남자가 머리 둘 달린 푸른 뱀에 휘감겨 고통을 당하는 그림, 거짓말하다가 지옥으로 떨어져 혀를 뽑힌 사람의 그림, 불을 지른 사람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 바구니를 등에 지고 서 있는 그림 등이었다. -186쪽
나의 문장력에 대해 영원히 불안을 품고 있던 사람은 이부세 씨와 쓰가루 본가의 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두 사람은 둘 다 올해(1946)로 48세. 나보다 열한 살 위다. 형은 벌써 머리가 벗겨져서 번쩍거리고, 이부세 씨도 요즘 부쩍 흰머리가 많이 늘었는데, 둘 다 잔소리가 꽤 심했다. 성격도 어딘가 비슷한 데가 있었다. -214쪽
아름다운 여인 미치코 덕분에 어둠에서 나와 빛을 보았고, 그동안의 방황을 끝내고 안정을 되찾으며, 사랑의 이름으로 슬픔을 이겨보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245쪽
시즈코는 자신이 남편을 정성껏 사랑하지 못해 아이가 죽었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이 무렵 다자이의 한 단편 「어릿광대의 꽃」 시작 부분에 나오는 “나는 이 두 손으로 소노를 물에 빠뜨렸다”를 읽고서 충격을 받으며 다자이에게 일기 풍의 노트 몇 장과 함께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편지를 써서 보냈다. -267쪽
이상야릇하면서도 어딘가 추잡한, 묘하게 사람 속을 메스껍게 만드는 사진이다. 나는 여태껏, 이토록 이상한 표정의 아이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293쪽
어리석은 것은 미시마의 그런 생각이었다. 열등감은 받을 값을 다 받을 때까지는 결코 물러가지 않는 것이다. -343쪽
“당신이 싫어져서 죽는 것이 아닙니다. 소설이 쓰기 싫어져서 죽는 것입니다.” -378쪽
5. 지은이의 말
다자이라는 작가는 <인간 실격>이나 몇 편의 단편소설만 읽어서는 전모를 자세히 알기가 어렵다. 다자이는 자신의 문학적 배경이나 사상적 변화를 거의 일기를 쓰듯이 자신의 모든 작품에 투영했기 때문이다. 가령 단편 「유다의 고백」이나 장편 신햄릿을 읽지 않으면 그의 슬픔과 불안이 어디서 오는지 그 분명한 기미를 알아내기가 어렵다. 또한 「후지산 백경」, 「아버지」, 「오상」, 「비용의 아내」, 「오바스테」 같은 단편들을 읽지 않으면 그의 가정사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 이 책은 오로지 다자이가 매력적인 작가라는 것을 알려드리려는 마음, 그것 하나만으로 집필되었다. 그런 만큼 어떤 작가를 아주 좋아하다 보면 자신의 배움과 재주 같은 건 돌아보지 아니하고 이렇게 긴 글을 쓸 수도 있구나, 하고 가상하게 여기며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6. 추천사
“소설을 읽으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가? 술 취한 후에 해장국을 먹으면 속이 풀리고 배고플 때 밥을 먹으면 허기가 사라진다. 문학에 그런 구체적 쓸모가 있는가?”
그는 당시에 뭔가 많은 것을 내게 말했으나 석연치 않았고 자신이 꾼 꿈을 제대로 말하지 못해 끙끙거리는 벙어리처럼 답답한 표정이었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지금껏 잊어버리지 않고 천착해 오다가 (20년이 지난 후) 마침내 그 대답을 이 책에서 풀어놓았다. 그 결론은 인생이나 소설이나 모두 이야기이며 누구나 다 자신의 이야기를 완결하기 위해, 혹은 그 이야기를 멋지게 끝낼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제목도 “문학을 위해 죽다”라고 정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비록 다자이 오사무를 전혀 읽지 않은 독자라도 이 책의 주제에 흥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노민(전 강릉대 영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