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인 기억을 담고 있는 우리나라 지명들”
1. 이 책의 소개
윤재철 시인의 <우리말 땅이름>이 1, 2, 3권의 인기에 힘입어 제4권이 출간되었다. 이번 책의 부제 ‘지명에 새겨진 생태적인 기억들’에서 보듯이 4권에서는 생태적인 특성이 강한 동물, 식물, 세간살이, 농기구 등의 이름을 딴 예쁘고 정겨운 우리말 지명 91개를 소개하고 있다. 이로써 1권에서 4권까지 <우리말 땅이름>이 소개하는 이름은 265개다.
1권에서는 우리말 땅이름이 꾸밈없고 과장 없는 작명임을 강조했고, 2권에서는 땅이름을 짓는 데 자연의 모습을 갖다 붙여 생명감이 있음을 눈여겨본다. 3권에서는 이렇게 꾸밈없고 생명감 있는 작명이 대를 물려 사용되는 데에는 구성원들의 공통된 가치관이 뒷받침되었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4권에서는 작은 우리말 땅이름들이 사람살이와 주변 환경에서 찾아 붙인 만큼 오염이 덜하고 생태적이라는 의미를 오롯이 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모두 4권으로 <우리말 땅이름>을 마무리하면서 단순한 땅이름으로서의 지리적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땅이름 속에 담긴 구성원들의 공통된 가치관, 풍습과 문화, 물질적이면서도 정신적인 자산으로서의 의미 등등을 역사나 문학, 언어 등 인문학적 탐구를 곁들여 풀이해줌으로써 지명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의 주소는 OO로 XX번길로 표시된다. 그래서 주소를 통해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이름이나 그 유래를 알기는 쉽지 않다. 행정 편의주의와 이동의 효율성만을 따지기에 그 이름들에서 우리 선조나 우리 자신들이 살아가는 삶의 풍속이나 지역 풍경 등의 의미를 깨닫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이동의 효율성이라고 했지만 인간의 이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가운데 하나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아닐까. 바야흐로 여행의 시대에 자신이 발 디딘 곳의 우리말 땅이름이나 그 유래를 곰곰이 되짚어본다면 분명 그 여행의 의미, 그것이 여행자 자신에게로의 위안이든 낯선 곳에 사는 타자에 대한 이해든 배가가 되지 않을까.
2. 지은이 소개
■ 윤재철: 1953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초·중·고 시절을 대전에서 보냈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981년 ‘오월시’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아메리카 들소> <그래 우리가 만난다면> <생은 아름다울지라도> <세상에 새로 온 꽃> <능소화> <거꾸로 가자> <썩은 시> <그 모퉁이 자작나무> 등과, 산문집으로 <오래된 집> <우리말 땅이름> 1, 2, 3, 4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1996)과 오장환문학상(2013)을 받았다.
3. 차 례
이 책을 펴내며 5
제1부 동물 지명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 17
-산제비당개울ㆍ산제비골ㆍ연암의 제비바위
아프리카까지 날아가는 우리나라 뻐꾸기 22
-뻐꾹산ㆍ뻐꾹골ㆍ꼭꾸바위
으뜸가는 스텔스기 수리부엉이 26
-붱바위ㆍ붱박골ㆍ봉산
꿩 일가족 장끼 까투리 꺼병이 31
-꽁바치ㆍ꿩밭골ㆍ까투리골ㆍ덜거기봉
고래를 줍다니요? 37
-고래불ㆍ고래준골ㆍ고래죽은작지
만석꾼 집터에 족제비업은 뛰어들고 43
-족제비골ㆍ쪽제비다리ㆍ쪽제비배미
뱀이 많아 뱀골 구불구불해서 뱀내 47
-뱀골ㆍ뱅골ㆍ뱀내장ㆍ김녕뱀굴
하늘을 나는 거위 고니 52
-고니섬ㆍ고누섬ㆍ곤이도
백학은 학이야 두루미야 56
-두루미산ㆍ두루뫼ㆍ학산
혼례 때 전안상에 올라앉던 기러기 62
-기러깃재ㆍ기럭재ㆍ기리재
보랏빛 깃털이 아름다운 보라매 66
-보라매공원ㆍ보라매동ㆍ보라미
쥐 몸에 새 날개 기괴한지고 71
-박쥐굴ㆍ다람쥐굴ㆍ빨쥐바위
흥부네 제비와 재수 없는 제비 명매기 74
-제비실ㆍ제비울ㆍ명매기마을
가평 호명리 호명산은 범울이 79
-범울이ㆍ범울이골ㆍ범물리
자라는 아내가 뒷집 남생이와 눈이 맞을까 봐 걱정 83
-자라골ㆍ자라섬ㆍ남새이골
누에의 머리 모양으로 쑥 솟은 산꼭대기 87
-누에머리ㆍ눼머리ㆍ잠두봉
우렁이각시의 집 울엉이 91
-우렁이산ㆍ우렁골ㆍ우렁바위
제2부 식물 지명 1─나무
푸르고 물기가 많은 청실배 97
-신배골ㆍ돌배골ㆍ배나무실
물이 파랗게 변하는 물푸레나무 102
-물푸레울ㆍ물푸레골ㆍ물푸르젱이골
이팝나무는 쌀밥 조팝나무는 조밥 106
-이팝나무길ㆍ조팝꽃피는마을
헤이즐넛은 서양 개암나무 열매 111
-깨금벌ㆍ갬벌ㆍ개암나무
산사나무는 아가위나무 찔광이나무 115
-아가위나무골ㆍ아가나무말ㆍ찔광이골
갈매나무가 많아 초록산 119
-새푸르기ㆍ초록말ㆍ조리울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124
-앵두나무골ㆍ앵두밭우물ㆍ함도리
벽오동 심은 뜻은 128
-머굿대ㆍ머구실ㆍ머귀내
나무 중의 공주 자작나무 133
-자작골ㆍ자작나무골ㆍ재작장이
뒷산에두 봇나무 앞산에두 봇나무 137
-봇나무골ㆍ봇밭골ㆍ봇바데기ㆍ봇나무산
고욤나무가 있는 풍경 141
-괴염나무골ㆍ고용나무골ㆍ꼬약나뭇골
오솔길과 외솔배기 그리고 솔뫼 145
-외솔고개ㆍ일송정ㆍ솔메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151
-찔레골ㆍ찔갯골ㆍ독고리남밧
서귀포시 보목동 볼레낭은 보리수나무 155
-볼레낭개ㆍ볼레남개ㆍ볼레오름
나무에 달린 참외 모과나무 159
-모과울ㆍ모개실ㆍ목과동
율곡매 선암매 설중매 164
-매화고랑ㆍ매화골ㆍ매화나무골ㆍ매실
죽을 때 꽃을 피우는 대나무 170
-대밭마ㆍ대밭골ㆍ대숲골ㆍ죽림리
제3부 식물 지명 2─풀
연애하기 좋았던 붉은 수수밭골 177
-수수앝골ㆍ쉬앝골ㆍ쑤시밭골
면화는 솜꽃 목화는 나무에 핀 꽃 181
-면화골ㆍ메나골ㆍ미영밭골
여뀌꽃과 흰 해오라기 185
-여꾸말ㆍ여꾸실ㆍ여뀌울
양산같이 생긴 노란 마타리꽃 188
-마타리우물ㆍ마타리재ㆍ마타리골
도롱이나 부채를 만들던 줄풀 191
-주을내ㆍ주랏들ㆍ주라골
가난한 동네 녹두밭윗머리 194
-녹두거리ㆍ녹디밭골ㆍ녹두골
물음표 모양의 고비와 고사리 198
-고비덕ㆍ고사리데기ㆍ고새울ㆍ궐동리
매운맛의 대명사 고추와 후추 201
-고추말ㆍ고추봉ㆍ후추우물ㆍ초정약수
사자 발같이 생긴 강화 사자발쑥 204
-쑥밭다리ㆍ쑥밭들ㆍ쑥밭재
생강 농업의 종가 완주 봉동생강 207
-샹들ㆍ샹바위ㆍ새앙골
‘산산’은 마늘산 210
-마늘메ㆍ마늘봉ㆍ마늘메봉
삘기 뽑아 먹던 띠 213
-띠울ㆍ모동ㆍ모리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모데미풀 217
-모데기ㆍ남원 회덕마을
강아지풀을 닮은 조 이삭 220
-조밭골ㆍ조앝골ㆍ속전동
댕댕이로 만든 멋쟁이 모자 정동벌립 224
-댕댕이산ㆍ댕댕이버덩ㆍ댕댕이골
왕십리 미나리꽝 미근동 미나릿골 229
-미나리꽝ㆍ미나리골ㆍ근동
제4부 농기구 지명
농기구의 한류 ‘Ho-mi’ 235
-호미골ㆍ호무골ㆍ호미실ㆍ호미산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고? 239
-낫머리ㆍ낫거리ㆍ낫골ㆍ겸동
쇠스랑으로 왜적을 쳐 죽인 쇠스랑 장군 244
-쇠스랑골ㆍ소시랑봉ㆍ쇠스랑개
아침가리는 아침나절이면 모두 가는 작은 따비밭 249
-따비골ㆍ따부골ㆍ따불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253
-보습곶이ㆍ보습바위ㆍ보섭봉
‘丁’ 자 고무래를 닮은 곰뱃골 곰배령 257
-곰배등ㆍ곰배산ㆍ고무래봉ㆍ정봉
채워지면 비워지는 운명의 삼태기 260
-삼태미골ㆍ삼태기안ㆍ삼태봉
멍에는 완만한 ‘∧’ 모양이다 263
-멍에골ㆍ멍에실ㆍ멍에미ㆍ몽애배미
연세대 뒷산 안산은 질마재 267
-길마재ㆍ질막고개ㆍ질매섬ㆍ안마도
돼지구융같이 늘어선 ‘병든 서울’ 272
-구유골ㆍ구수산ㆍ구융골ㆍ구시물
홈통을 놓아 물을 대던 홈다리들 276
-홈실ㆍ홈들ㆍ홈태골ㆍ명동
“칼 갈아요~ 가위 갈아요” 외던 칼갈이 281
-숫돌산ㆍ쉿돌메ㆍ숫돌고개ㆍ지석강
멍석에 말아 몽둥이로 치던 덕석말이 285
-멍석바위ㆍ멍석골ㆍ덕석골ㆍ덕석굽이
팽개쳐 참새떼를 쫓던 팡개 290
-팡개바위ㆍ팽개바위ㆍ팽암
머슴 새경을 결정하던 들돌 들기 294
-들돌거리ㆍ들독거리ㆍ들돌골ㆍ거석리
깊은 산 절벽 밑에 세워 놓은 벌통 297
-설통바위ㆍ설통바위골ㆍ멍덕봉
마당 가의 어리와 추녀 밑의 닭둥우리 300
-둥우리골ㆍ둥지리봉ㆍ닭둥지마을
Y자 모양의 양다리 디딜방아 304
-물방아골ㆍ물방아거리ㆍ방아골ㆍ방아다리
장작불로 소금을 굽던 가마 ‘벗’ 308
-벗마을ㆍ벗말ㆍ염촌
제5부 세간살이 지명
머리에 이고 물 길어 나르던 동이 315
-동이골ㆍ동이말ㆍ동이점골ㆍ분점리
질그릇과 오지그릇 그리고 옹기 319
-질골ㆍ오지말ㆍ옹기말ㆍ독점
김유정의 고향 실레마을은 떡시루 모양 323
-시랫골ㆍ시릿골ㆍ시루굴ㆍ시루미
방배동 중국집 이름 함지박 326
-함지박골ㆍ함지골ㆍ함지누게골ㆍ함박산
삼겹살 굽기 좋은 소댕 330
-소댕이ㆍ소당바위ㆍ소두방재ㆍ소탱이골
쪽박산과 대박산 334
-똥그랑산ㆍ한박산ㆍ대박촌
오줌싸개 머리에 씌우던 키 338
-키울ㆍ칭이실ㆍ치실ㆍ키산
다람쥐(또는 개미) 쳇바퀴 돌듯 342
-채바퀴골ㆍ쳇망오름ㆍ채빠꿈이ㆍ쳇다리산
개다리소반에 닥채 저붐 이 도령의 밥상 346
-소반바위ㆍ소반뫼ㆍ반지울ㆍ반산
구례 운조루를 빛낸 통나무 뒤주 351
-뒤주골ㆍ두지골ㆍ두지터ㆍ뒤주바위
부엉이 방구통으로 만든 됫박 357
-됫박산ㆍ됫박고개ㆍ되골
벌레 먹은 돌로 만든 맷돌 361
-맷돌머루ㆍ맷돌바위ㆍ맷돌산ㆍ망돌산
방귀로 날려 버린 절구통 365
-절구폭포ㆍ절구골ㆍ도구통바위ㆍ호박소
여성들의 주요 혼수품이었던 ‘농’ 370
-농다리ㆍ농바우ㆍ농박골ㆍ농암
부산 해운대 동백섬은 다리미섬 374
-다리미산ㆍ대리미재ㆍ다리빗들ㆍ다래비산
신틀 오빠 베틀 누나 377
-신틀바우ㆍ신트리ㆍ신털이봉
한쪽을 자르면 넉가래가 되는 도투마리 381
-도투말ㆍ도투마리고개ㆍ도고머리ㆍ도토리
홍두깨는 방망이다 385
-홍두깨등ㆍ홍두깨날ㆍ홍두깨산ㆍ홍두깨골
물동이 밑에 받쳐 이던 똬리 390
-또아리고개ㆍ똬리산ㆍ똥아리골ㆍ두아리
야한 동네 야동동은 풀뭇골 394
-풀무골ㆍ풀무재ㆍ불맷골ㆍ야로리
금강산 비로봉 은사다리금사다리 398
-사다리병창ㆍ새드레ㆍ사닥다리바위ㆍ사다리논
옛날의 냉장고 빙고 402
-핑곳골ㆍ빙고리ㆍ빙고재ㆍ핑구골
4. 지은이의 말
작은 우리말 땅이름들은 기본적으로 생태적이다. 작은 만큼 오염이 덜한 사람살이와 주변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소박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은 작은 우리말 땅이름 중에 동식물 지명과 세간살이 지명에 대한 탐색으로 이루어졌다. 필자가 이미 낸 책 우리말 땅이름 1, 2, 3권에서 언급된 것들은 원칙적으로 제외하다 보니 온전한 체계에는 별 신경을 쓰지 못했다. 특히 농기구 같은 것은 몇십 년도 안 된 사이에 농사짓는 방식이 너무도 달라진 탓에 지금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래도 땅이름만큼은 어제 일인 듯 생생히 전해지며 땅의 훈김을 전하고 있다. -(‘이 책을 펴내며’에서)
5. 본문 속에서
‘고래준골’이라는 지명은 고래를 사냥하지 않았던 우리의 특이한 역사적인 배경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고래준골’은 ‘고래를 주운 골’이라는 뜻이다. 연평도의 ‘고래준골’은 예전에 죽은 고래가 떠밀려와 주민들이 고래를 주웠다 하여 ‘고래준골’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그러니까 애써 사냥한 것이 아니라 거저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어서 ‘줍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대개는 죽어 해안에 떠밀려 온 고래를 수습하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좌초 즉 수심이 얕은 해안에 들어왔다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고래를 포획하는 것도 포함된다. 추자도의 ‘고래죽은작지’는 예초리 동쪽 해안 고래가 죽었던 자갈밭을 이르는 말이다. 제주도 대정읍 영락리 바닷가의 ‘고래통’은 직경 50m 정도 되는 움푹 팬 곳인데 멸치 떼를 따라 고래가 이곳에 왔다가 간조 때가 되어 먼바다로 못 가서 갇혀 있었던 곳이라 한다. -(「고래를 줍다니요?」, 41쪽)
우리에겐 아주 친숙했던 견과류인 ‘개암’은 도깨비를 쫓는다 하여 정월 보름날 깨무는 부럼 중의 하나였고, 북부지방에서는 결혼 초야의 신방에 개암 기름불을 켜서 귀신과 도깨비를 얼씬 못 하게 했다고도 한다. 실록에도 ‘개암(榛子(진자), 개암나무 진)’은 제물로도 쓰이고 여러 지역 공물 목록에도 올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개암 크기만 한 진주’라든지 ‘우박의 크기가 개암알만 했다’든지 해서 일정한 크기를 표현하는 비유물로 개암이 쓰인 것을 보면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열매였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던 ‘개암’이 물론 수입산이지만 ‘헤이즐넛’이란 이름으로 되살아 온 것이다.
이효석의 단편소설 「산」(1936년)은 ‘깨금’ 얘기로 시작한다. ‘깨금’은 ‘개암’의 방언형이다. “나무하던 손을 쉬고 중실은 발밑의 깨금나무 포기를 들쳤다. 지천으로 떨어지는 깨금알이 손안에 오르르 들었다. 익을 대로 익은 제철의 열매가 어금니 사이에서 오도독 두 쪽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가을 하늘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도 ‘깨금’이 등장하는데 아주 감각적이다. “돌을 집어 던지면 깨금알같이 오도독 깨어질 듯한 맑은 하늘, 물고기 등같이 푸르다”에서 거울같이 맑은 가을 하늘을 ‘깨금알같이 오도독 깨어질 듯’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헤이즐넛은 서양 개금나무 열매」, 111~112쪽)
‘마타리’ 지명은 흔치 않다. 나물로도 식용하고 약재로도 이용한 풀이지만 흔하디흔한 들풀이어서인지 지명에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사면 인화리에는 ‘마타리우물’이 ‘닥바우 아래에 있는 우물’이라는 간단한 설명으로 소개되어 있다(인천광역시사). 우물 지명에서는 흔히 우물가에 있는 나무나 풀 등을 이름에 붙이는 것으로 보아서 ‘마타리우물’도 우물가에 마타리가 많이 자라고 있어 이름 붙여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물맛이 ‘패장(썩은 된장)’같이 별로 좋지 않아 붙여졌을 가능성도 있다. ‘마타리우물’은 한국지명총람에 강화읍 남산리에도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 “문천말에 있는 우물”이라는 간단한 설명 외에 유래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단지 막탈정(寞奪井)이라는 한자 지명이 병기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는데, ‘막탈’은 ‘마타리’를 한자의 음을 빌려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마타리고개’는 평안남도 온천군 온천읍 청산동 동쪽에 있는 고개인데, “마타리라고 하는 산나물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조선향토대백과)이라는 설명이다. 평안북도 운전군 월현리 천주산 남쪽에 있는 ‘마타리재’는 “마타리나물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황해남도 안악군 월정리의 북쪽에 있는 골짜기 ‘마타리골’ 역시 “마타리나물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양산같이 생긴 노란 마타리꽃」, 190쪽)
우리 속담에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라는 것이 있다. 이쪽에서 방망이로 저쪽을 때리면 저쪽에서는 홍두깨로 이쪽을 때린다는 뜻으로, 자기가 한 일보다 더 가혹한 갚음을 받게 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남을 해치려고 하다가 제가 도리어 더 큰 화를 입게 되는 경우 쓰는데, 이때의 ‘홍두깨’는 ‘방망이’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홍두깨 세 번 맞아 담 안 뛰어넘는 소가 없다’는 속담도 있다. “아무리 참을성이 많은 사람도 혹심한 처우에는 저항을 하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이때의 ‘홍두깨’도 보통의 몽둥이나 방망이보다 훨씬 큰, 때리는 도구라는 뜻이 담겨 있다.
“젊은이 망령은 홍두깨로 고치고 늙은이 망령은 곰국으로 고친다”는 속담은 사뭇 교훈적이다. ‘망령’이라는 말은 “늙거나 정신이 흐려서 말이나 행동이 정상을 벗어남.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한다. 이 말은 노인이 정신이 흐려 말과 행동이 주책없을 때는 곰국[소의 뼈나 양(羘), 곱창, 양지머리 따위의 국거리를 넣고 진하게 푹 고아서 끓인 국]으로 몸을 보해 드려야 하고, 젊은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에는 매로 엄하게 다스려 교육해야 한다는 뜻이다. 달리 표현해서는 “노인네 망령은 고기로 고치고 젊은이 망령은 몽둥이로 고친다”라고 쓰기도 한다. 여기서 ‘홍두깨’는 매나 몽둥이의 뜻으로 쓰였다. -(「홍두깨는 방망이다」, 3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