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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

시리즈 b판시선 056
출판일 2023-02-24
저역편자 하종오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12,000
도서규격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43쪽
ISBN 979-11-89898-89-2
구매처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_앞표지.png

 

“세계시민으로서 전쟁과 폭력을 고발하는 정치윤리적 성찰의 시”

 

1. 이 책을 발행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전쟁으로 평가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고 러시아에선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발언으로 인해 공포와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만 1년이 되었다. 이 시점에 하종오 시인은 40번째 시집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을 펴내며 전쟁이 가져다준 폭력과 파괴를 고발한다. 

 

시집은 4부로 나뉘어, 제1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다루는 시들로, 제2부는 군부가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지 2년이 된 미얀마의 고통을 다루는 시들로, 제3부는 2021년 8월 미군이 철수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의 폭압 속에 놓인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담은 시들로, 제4부는 전쟁으로 얼룩진 세계 곳곳의 국가들로부터 탈주하고 있는 난민들의 삶을 다룬 시들로 구성되어, 모두 58편을 수록했다.

 

하종오 시인의 이 시집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지구적 펜데믹으로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혹은 권력 장악을 위해 벌이는 전쟁과 폭력에 대한 시인의 절규와 통탄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쟁과 폭력에 대해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접근이 아닌 참상의 비참함과 심각성을 구체적인 시적 기술을 통해 래디컬하게 문학적 응전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하종오식 리얼리즘시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가령, 표제시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는 “전쟁은 추상적인 그 무언가가 아니다. / 인간과 세계를 바꾸는 구체적인 사건이다. / 개개인이 겪는 전쟁 피해를 규명하는 작업도 구체적인 사건이다. / 정치외교적 담론으로 전쟁을 중계해선 안 된다. /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알려야 한다. /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 /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진술되는데, 이 말은 국내 일간지 특파원의 르포를 통해 전하는 우크라이나 여성 의원의 발언이다. 그 발언을 인용하여 적당한 행갈이를 통해 시적 표현으로 바꾼 것인데, 전쟁의 참화 한복판에 있는 우크라이나 여성 의원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의 한 시인의 전쟁에 대한 인식이 일치를 보여주는 대목은 압권이다. 

 

그러한 가운데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수류탄을 수출하고, / 아랍에미리트가 예멘에 수류탄을 제공하고, / (…) / 한국에서 만든 수류탄이 예멘에서 터져” 예멘인을 죽이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그렇게 돈을 벌면서도 예멘인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무관심에 시인은 비탄하고, “우크라이나에 / 폴란드가 오래된 무기를 지원하고, / 폴란드에 새로운 무기를 판매하여 / 한국이 부강해지는 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는 한국인들을 보며 시인은 통탄한다.(「무기 수출국」)

 

또 “미얀마 시인 켓띠 씨가 죽었다고 / 군부에 끌려갔다가 / 장기가 적출된 채로 돌아왔다고 / 나는 강화에서 신문 기사를 읽”으며 “시인이라 해서 다 위대하지 않고 / 위대한 시인만이 위대하다고 / 미얀마 시인 켓띠 씨는 위대한 시인이라고” 위무를 하며 “한국의 군부독재 시절, / 나도 혁명을 꿈꾸었”다는 진술로 공명하고 있다.(「머리와 심장」)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불법 체류하며 번 돈을 / 민주화운동에 쓰이도록 보낸다는 이유로 / 미얀마 군부가 수배령을 내렸다는 당신들을 생각하면 / 내가 당신들의 이웃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한다”며 시인은 강렬한 연대의식을 드러낸다.(「수배령」)  

 

 

2. 지은이 소개

 

하종오 시인: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1975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넋이야 넋이로다>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 <정>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어미와 참꽃> <깨끗한 그리움> <님 시편> <쥐똥나무 울타리> <사물의 운명> <님> <무언가 찾아올 적엔> <반대쪽 천국> <님 시집> <지옥처럼 낯선>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베드타운> <입국자들> <제국(諸國 또는 帝國)> <남북상징어사전> <님 시학> <신북한학> <남북주민보고서> <세계의 시간> <신강화학파> <초저녁> <국경 없는 농장> <신강화학파 12분파> <웃음과 울음의 순서> <겨울 촛불집회 준비물에 관한 상상> <죽음에 다가가는 절차> <신강화학파 33인> <제주 예멘> <돈이라는 문제> <죽은 시인의 사회> <세계적 대유행> <악질가> 등이 있다. 

 

 

3. 차례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한국계 우크라이나 시인  12

해바라기씨유 14

우크라이나 씨, 당신 1 16

우크라이나 씨, 당신 2 18

옥수수 20

청소기 22

현재 시간 24

전범과 승전    26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 28

결혼과 전사 30

인간 말종 32

무기 수출국 34

원자력발전소 36

하이마스 38

흑토 40

 

  제2부

머리와 심장 42

저항 시인들 44

암유 46

4월 48

후원금 모금 50

피켓 52

사상자와 감염자 54

광주와 만달레이 56

터메인 58

총알과 코로나19 바이러스 60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 62

꿈과 꽃 64

수배령 66

마스크와 세 손가락 68

한국 강화에서, 미얀마 양곤에서 70

장기 72

 

  제3부

아프가니스탄 시인 76

전통 의상 78

뜻밖의 정보 80

연날리기 금지 82

공중목욕탕 이용 금지 84

아프가니스탄계 한국인 1 86

아프가니스탄계 한국인 2 88

아프가니스탄계 한국인 3 90

추석, 이드 알아드하 92

부르카 1 94

부르카 2 96

특별기여자  98

아프가니스탄 아이 100

학교 102

양과 양탄자 104

종전 106

가난과 전기 108

 

  제4부

환승 정류장에서 112

아무도 모른다 114

한국어 116

난민촌과 강제수용소 118

아랍어와 한글 120

위구르족 생각 122

티베트 망명정부 124

내가 가보지 못한 국가 126

누군가 살고 있는 국가 128

난민 국가 129

 

ㅣ해설ㅣ 고명철 131

 

 

4. 본문에서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러시아 군인의 우크라이나 여성 강간에 대하여

우크라이나 의원이 외친 말을 옮겨 적으면 

그대로 한 편의 시다 

 

“전쟁을 벌이고 

전쟁 피해를 당하는 

우리 모두는 인간이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빠짐없이 중요하다.

전시 강간을 운 없는 개인이 겪은 

안타까운 작은 일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된다.

분명히 직시해야 할 건 

러시아가 훼손하고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점이다.

전쟁은 추상적인 그 무언가가 아니다.

인간과 세계를 바꾸는 구체적인 사건이다.

개개인이 겪는 전쟁 피해를 규명하는 작업도 구체적인 사건이다.

정치외교적 담론으로 전쟁을 중계해선 안 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알려야 한다.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ㆍ소 불가침 조약을 맺고 

북유럽 동유럽을 침략한 소련에서 살았던  

러시아 시인이 쓴 시에서 

저런 문장을 읽지 못했다 

그 전쟁에선 침략군의 여성 강간이 없었을까? 

 

* * * * * *

 

<머리와 심장>

 

 

미얀마 시인 켓띠 씨가 죽었다고 

군부에 끌려갔다가

장기가 적출된 채로 돌아왔다고 

나는 강화에서 신문 기사를 읽는다  

 

“그들은 머리에 총을 쏘지만 우리 심장 속 혁명을 모른다”

“그들은 머리에 총을 쏘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군부는 우리의 머리에 총을 쏘지만 우리의 저항 정신은 심장에 있기 때문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언론마다 조금씩 달리 번역한 

미얀마 시인 켓띠 씨의 명문장을 읽은 날에

강화군 지방공무원 일부가 행하는 

부당한 공무 행위에나 분개하는  

내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내 가슴이 벌렁벌렁한다

 

한국의 군부독재 시절,

나도 혁명을 꿈꾸었으면서도 

전혀 떠올리지 못했던 

명문장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시인이라 해서 다 위대하지 않고 

위대한 시인만이 위대하다고

미얀마 시인 켓띠 씨는 위대한 시인이라고 

총 맞지 않은 머리와 

장기가 말짱한 가슴으로 

나는 강화에서 새삼 통절한다

 

* * * * * *

 

<난민 국가>

 

 

각국 난민이 모여 국가를 세운다면 

국호를 난민국이라 지을 것이다 

 

난민국에는 어디에 가도 

푸성귀가 포기포기 자라고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고 

곡식이 알알이 익어서 

식량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독재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내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난민만 살 수 있다 

 

난민국에선 누구를 만나도

좀체 눈치 보지 않고

일절 말다툼하지 않고

절대 등 돌리지 않아

사람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니

모두모두 이웃이 된다고 

모두모두 친구가 된다고 

장담하는 난민만 살 수 있다 

 

어느 정도 이상 부유해지지 말고 

어느 정도 이하 가난해지지 말자는 약속을 

건국이념으로 삼는 국가가 될 것이다 

 

 

5. 시인의 말

 

민주주의가 진화하는 한국에서 보면 아직도 변혁이나 혁명이 절박한 국가들이 세계 도처에 있다. 지구상에 악한 무리가 왜 이리도 많은가? 

나는 장탄식한다.

공공 전체가 아니라 강자인 일부를 위해 공무를 하면서 사익을 편취하는 사악한 권력, 부도덕하고 불의한 국가의 이익을 위해 전쟁하는 권력이 전멸한 세계는 존재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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