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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철학

시리즈 b판고전 15
출판일 2018-12-13
저역편자 사드 지음ㅣ이충훈 옮김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15,000
도서규격 반양장본 | 464쪽 | 130 X 190mm
ISBN 979-11-87036-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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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소개

 
포르투갈 시인 페소아는 수많은 이명(異名)을 갖고 시를 썼다. 단지 여러 필명으로 시를 썼던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에게 새로운 성격과 개성과 문체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놀랍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는 한 생애 동안 여러 사람이 되어보고, ‘나’와 다른 수많은 인생을 살아본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페소아만의 것일까? 한 작가의 경험과 그 작가만의 문체로 표현되는 문학의 영역은 좁다. 작가는 나를 완전히 잊을 줄 알고, 그 무(無)에서 새로운 누군가를 상상하고 그려내고 결국 마치 현실 속에 실제하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문학 작품에서 우리는 한 명의 영웅, 한 명의 선인(善人), 한 명의 특이한 자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나를, 우리를, 인류 전체를 발견해낸다.
 
그런 점에서 사드는 ‘이명’의 저자라는 점에서 페소아를 훨씬 앞선다. 그의 작품에서 일관된 문체, 통일적인 사상을 발견하기 어려운 까닭이 여기 있다. 먼저 작가로서의 야망을 가진 문인 사드가 있다. 그는 특히 극작가로 성공하고 싶어 했다. 돈과 명예가 따르는 일이어서만은 아니었다. 문학이야 말로 그를 감옥에서의 삶도, 프랑스혁명기에서의 삶도 견뎌내게 했던 유일한 분야였다.
 
그러나 문인이 되고자 하는 야망은 좌절되었고 그는 곤궁과 비난을 견뎌내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혁명기에 대귀족의 후손이었던 그의 출신 성분이 의심되었다. 그가 혁명기 파리를 구성했던 마흔여덟 개 지부 중 한 군데였던 피크 지부에 참여하여 지부의장까지 지냈을 때 그를 혁명의 스파이로 의심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과연 사드는 20세기 초반의 급진적 예술가들의 시각대로 ‘혁명적’이었을까? 아니면 사드는 그저 타협했던 것일까?
≪규방철학≫은 공포정치를 지휘했던 로베스피에르에 의해 그의 귀족신분과 정치적 온건주의가 문제가 되어 다시 옥살이를 했던 사드가, 폭군 로베스피에르가 실각하고 석방된 이후에 쓴 저작이다. 사드는 이 작품에서 몰락한 과거의 방탕한 귀족들을 규방으로 불러내어 그들 스스로 그들만의 ‘축제’를 열어준다. 그들은 한 젊은 처녀를 유혹하는데, 그들의 목적은 그녀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그들을 닮은 방탕한 자로 교육하는 데 있었다. 그들의 ‘이론’과 ‘실천’은 어리숙한 외제니를 쉽게 그들의 지지자로 만들고, 어쩌면 그녀는 그들보다 더욱 사악하고 더욱 방종한 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끔찍한’ 이야기 뒤에 사드는 그가 창조한 귀족들이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지 감추지 않는다. 그들의 악행과 범행은 그저 그들이 갇혀 있는 ‘규방’에서나 모의되는 것일 뿐이다. 그들은 혁명이 두렵고, 분노하는 민중을 끔찍해하면서도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무력한 자들이다.
 
사드는 ≪규방철학≫의 주인공들을 그렇게 조롱하고 있지만 결국 그 역시 그들과 다름없는 무력한 존재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는 자신의 귀족 출신을 부정하는 걸까? 계급을 폐지하고 국왕을 끌어내 기요틴에 올린 혁명의 과격파와 민중의 편에 선 것일까? 확실히 아폴리네르와 20세기 초 초현실주의자들은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사드는 어느 쪽에도 설 수 없었고, 어느 쪽도 믿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적절한 해석일 것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지만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주저한 사람이 사드만은 아니었다. 사드는 구체제를 되돌리려고 하는 모든 반동적인 시도를 조롱했다. 그러나 구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삶의 형식과 정치적 이상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였다. ≪규방철학≫과 같은 해에 출간된 그의 ≪알린과 발쿠르≫에서는 어느 정도 그런 새로운 삶의 형식과 정치적 이상이 드러나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어느 쪽도 진짜 사드의 생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는 동시에 두 작가로 모순되기까지 한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으며, 이후 ≪누벨 쥐스틴≫, ≪쥘리에트 이야기≫, ≪사랑의 죄악≫에서는 또 다른 입장을 들고 나온다. 이것이 사드를 한 가지 이념으로 환원할 수 없는 이유이고, 바로 이런 이유로 사드를 그저 흔하디흔한 포르노 작가로, 혁명의 대변자이자 투사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사드는 18세기 말의 수많은 이념과 이상을 매번 다른 방식으로 제시했으며, 이것이 그의 문학이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는 원천이었음이 분명하다.
 
■  저자 소개
 
도나시앵 알퐁스 프랑수아 드 사드(1740-1814)
일명 사드후작 혹은 성(聖) 후작(le divin marquis). 유서 깊은 프로방스 귀족가문 출신으로 성적 문란과 매춘부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되어 뱅센 감옥에 12년간 감금되었다가 프랑스혁명 이후 석방되었다.
프랑스혁명기 능동적 시민의 자격으로 정치에 참여했으나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시대에 그의 귀족 신분과 과거의 행실이 문제가 되어 다시 투옥되었다가, 로베스피에르의 실각 후 석방된다. 총재정부 시대에 ≪규방철학≫, ≪알린과 발쿠르≫, ≪신 쥐스틴≫, ≪쥘리에트 이야기≫ 등 그의 걸작을 잇달아 출간하지만, 풍속을 저해한다는 죄목으로 마지막으로 감금되었고 그곳에서 사망했다.
사드는 ‘시대를 앞서간 혁명가’라는 평가로부터 구체제 특권계급의 타락상을 대변한다는 비난까지 극에서 극을 달린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사드가 구체제 문학 전통을 이어받은 동시에, 사상과 주제에서 혁신을 보였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이충훈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공부했다. 프랑스 파리 제4대학에서 ≪단순성과 구성: 루소와 디드로의 언어와 음악론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프랑스학과 부교수이다. 디드로의 ≪미의 기원과 본성≫, ≪백과사전≫, ≪듣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농아에 대한 편지≫, 장 스타로뱅스키의 ≪장 자크 루소. 투명성과 장애물≫, 사드의 ≪규방철학≫, 모페르튀의 ≪자연의 비너스≫ 등을 번역했고, ≪우리 시대의 레미제라블 읽기≫, ≪18세기 도시≫를 공동으로 펴냈다.
 
■  차례
 
옮긴이의 말‥11
 
리베르탱들에게‥23
 
규방철학 혹은 부도덕한 선생들
젊은 처녀들의 교육을 위한 대화
 
첫 번째 대화
생탕주 부인, 미르벨 기사‥29
 
두 번째 대화
생탕주 부인, 외제니‥45
 
세 번째 대화
생탕주 부인, 외제니, 돌망세‥47
 
네 번째 대화
생탕주 부인, 외제니, 돌망세, 미르벨 기사‥170
 
다섯 번째 대화
돌망세, 미르벨 기사, 오귀스탱, 외제니, 생탕주 부인‥181
 
‘프랑스인이여, 공화주의자가 되기 위해 좀 더 노력을’‥231
 
여섯 번째 대화
생탕주 부인, 외제니, 미르벨 기사‥337
 
마지막 일곱 번째 대화
생탕주 부인, 외제니, 미르벨 기사, 오귀스탱, 돌망세, 미스티발 부인‥341
 
|부록| 사드의 정치 저작
1. 한 프랑스 시민이 프랑스 국왕에게 보내는 글‥365
2. 자선시설 행정회의에 제출한 보고서‥379
3. 법을 비준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385
4. 파리 지부에서 국민공회에 보내는 청원서 초안‥401
5. 파리 지부에서 국민공회에 보내는 청원서‥407
6. 피크 지부 상설 총회 의결 기록부 발췌문‥413
7. 피크 지부에서 샤랑트 앵페리외 도 생트 소재 자유와 평등의 협회의 형제와 동지들에게 보내는 편지‥421
8. 피크 지부의 시민이자 인민협회 구성원 사드가 마라와 르 펠르티에의 넋을 기리기 위해 본 지부가 마련한 축제에서 낭독한 논고‥425
9. 마라의 흉상에 부치는 시‥433
10. 피크 지부에서 프랑스 인민의 대표자들에게 보내는 청원서‥435
11. 피크 지부 상설 총회가 코뮌위원회에 보내는 편지‥441
 
|해설| 사드와 프랑스혁명‥451
 
■  본문에서
 
여자의 명예는 맹세를 지키는 것이며, 맹세를 어기면 명예는 훼손된다. 몸을 망치거나 족쇄를 차거나지. 고통으로 죽든 말든 말이다. 아! 아니다, 외제니, 이건 아니야. 우리가 그러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지 않느냐. 저 당치도 않은 법률은 남자들이 만든 것인데 우리가 왜 그 법에 복종해야 하느냐. […] 확실한 것은 여자들의 방종이 아무리 도를 넘는다 해도 그것이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기는커녕 우리 여자들이 자연을 진심으로 찬양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자연이 우리 여자들에게 마련해주었던 욕망에 순종하는 일이야말로 자연의 법칙에 복종하는 일이다. 자연을 거스르는 건 자연에 저항할 때뿐이니까. 남자들은 간통을 죄악시하지. 남자들은 뻔뻔하게 간통한 여자들을 죽음으로 처벌했다. 외제니, 간통이라는 것은 말이다, 자연에 대한 권리 이행일 뿐이다. 폭군 같은 남자들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건 우리 권리는 절대 빼앗을 수 없을 것이다.[…] (102-103쪽)
 
국민교육에 어떤 종교적 이야기도 끌어들이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양성하고자 하는 사람은 신의 비열한 숭배자가 아니라 자유인임을 단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소박한 철학자는 우리의 새로운 학생들에게 자연에 깃든 이해력으로 포착할 수 없는 숭고함을 가르쳐야 한다. […]자연을 이해하는 것보다 자연을 향유하고 자연의 법칙에 순종하는 일이 더 중요한 일임을, 자연의 법칙만큼 단순하고 현명한 것이 없음을, 자연의 법칙은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새겨져 있음을, 자연의 법칙과 충동을 구분하려면 마음에만 묻는 것으로 족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257쪽)
 
프랑스 사람들은 자유롭기를 바라며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자기들을 여전히 묶고 있는 폐습이 있음을 바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 우리가 선택한 새로운 통치방식은 새로운 체제에서 발생한 폐습을 틀림없이 근절하게 해줄 것인 반면, 전하께서 행한 과거의 통치형식은 폐습을 견고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시대와 본성 때문에 타락하게 된 통치형식에 폐습이 내재했지만, 그러한 폐습은 우리의 새로운 체제에 부합하지 않으니, 근절되고 말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견디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손을 뻗어 잡고자 하는 자유, 그러는 동안 누리고 있는 저 값진 자유가 있으므로 우리의 불굴의 용기는 꺾일 일이 없고 그 용기로써 못해낼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전하, 저 자유의 결과에 저항하려 들지 마시고, 유럽 사람들에게 우리 프랑스 인민의 만장일치의 소망을 폭동이요, 분열로 선전하면서 프랑스의 격을 떨어뜨리려 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천오백만 프랑스 인민은 결코 반란분자가 아닙니다. […] 자유를 향한 성스러운 소망은 이성의 과업이요, 지혜의 과업이요, 예전 정부와 현 정부의 실정失政으로 말미암아 왕국 전체가 빠져들고 말았던 절망에서 비롯한 과업이기도 합니다. 이성이 정화될 때 폐습이 살아남을 길은 없습니다. 무지가 빚은 폐습은 지옥을 다스릴 법한 군주의 가공할 소행으로서, 편견과 광신과 속박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나 작동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 것들은 어느 가을 밤, 깜깜한 구름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칠 때처럼 철학의 횃불이 타오르면 이울기 시작하고 이내 철학의 유익한 빛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전하, 지금은 저희를 을러대고 감옥에 가둘 때가 아니라 언제나처럼 전하를 사랑하게끔 해야 할 때입니다. (377-378쪽)
 
도대체 누가 폭군을 만들었는지 살펴봅시다. 시민 여러분, ‘위임된 권력이 남용’되었기 때문임이 의심의 여지가 없소. 로마 황제 네로와 티베리우스, 신성로마제국의 바츨라프황제, 프랑스 국왕 샤를 9세와 루이 16세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피를 뿌렸던 것은 그들이 ‘위임된 권력’을 남용했기 때문이오. 한마디로 말해서 호민관이 로마를 떨게 한 것은 오직 ‘위임된 권력’의 남용 때문이요, 아시아가 저 끔찍한 사슬에 묶여 신음한 것은 ‘이전된 권력’의 남용 때문이오. 단일한 인민의 권위가 한 사람이나 여러 사람의 손에 들어갈 때 바로 귀족주의가 생기오. 권력이 이동되고 남용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예가 바로 이것이오. 여러분의 위임자들이 법을 제정하는 데 여러분이 불필요하다면, 그들이 여러분의 비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그 순간부터 여러분은 노예가 되는 것이오. […] 그들이 여러분의 비준을 거치지 않은 법을 공포한다면 여러분은 이제 끝장인 것이오. 여러분은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 힘을 결집해내어 그들에게 빛을 전하지 않았소?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모인 강력한 빛의 중심을 낚아채, 결코 여러분이 내주어서는 안 되는 권한을 끝내 보이지 않게 만들어버리려 하오. 위임자들에 대한 정당한 신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들은 그저 우리에게 견해를 제시할 임무를 맡은 개인일 뿐임을 받아들이라고 요청합시다. 우리에게 법을 명령할 사람은 오직 우리뿐이오. (396-397쪽)
 
■  옮긴이의 말
 
≪규방철학≫의 사드가 옛 귀족정치를 옹호하고 그 체제로 복귀하고자 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그는 민중의 정치를 믿지 않았던 만큼이나 귀족정치와 왕정의 복귀를 열망하지 않았다. 물론 귀족들의 ‘좋았던 시절’은 분명 사드에게 여전히 노스탤지어로 남아 있다. 그가 ≪규방철학≫의 주인공들을 ‘규방’에 모아두는 것이 정확히 그 이유이다. 18세기에 돈 많고 권세 높은 유한계급들이 누렸던 전원의 프티트 메종과 그곳의 상징적인 관능과 타락의 공간인 규방은 그들의 노쇠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일한 곳이다. 그들은 더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행동에 나설 능력도 힘도 없는 이들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의 행사는 ‘고작’ 딸을 찾으러 온 독신자篤信者를 무참히 유린하는 것밖에 없지 않은가?
 
이 이야기가 잔인해 보이는가? 그의 상상력이 사악해 보이는가? 물론 그렇다. 하지만 사드가 그의 주인공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위험한 사상과 사악한 심성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무기력이다. 그리고 그런 무기력은 바로 사드 자신의 것이다. 달아오른 머리로 폭력을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외국으로 도망가 혁명을 포위하도록 사주하는 형편없는 과거의 특권계층에게 보내는 조롱이자 야유이다.
 
폭력의 경험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 취할 길은 두 가지뿐이다. 도피가 아니면 투항이다. 이 시대 많은 귀족들은 프랑스를 떠나 외국으로 망명길에 올랐다가 로베스피에르의 실각 후, 총재정부 시대에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모리스 르베의 생각을 따라, 혁명 이후 재산도 가족도 귀족의 칭호도 모두 잃은 사드가 살아남기 위해 귀족 성姓을 제거하면서 자신의 출신을 감추고 피크 지부에서 정치활동을 한다면 결국 사드는 프랑스혁명에 투항한 셈이다.
 
그렇지만 사드의 정치행위와 입장이 혁명에 대한 그의 미온적인 태도를 감추는 위선이었다고 그를 단죄하지 말자. 사드는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식인종들’ 사이로 들어갔고, 그들과 함께 잠시나마 ‘향연’을 즐겼다. 그러나 혁명기에 사드가 취한 입장을 단순히 기회주의로만 볼 수 없다. 오히려 프랑스혁명의 다양한 이념과 전망을 단 한 가지로 환원하고자 했던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와 이후 프랑스혁명의 경향적인 해석에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프랑스혁명은 처음부터 단일한 이념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모든 특권계급이 같은 생각을 가졌던 것이 아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제3계급 역시 단일한 이념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았다. 왕국에 다양한 입장들이 존재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귀족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왕권의 폐지와 구체제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라파예트가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사드 역시 당대 다양한 정치적 입장들의 하나를 지지(하고 주저)했으며,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았던 당파의 이해를 위해 정치에 뛰어든 프랑스혁명의 여러 인물 중 하나였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1. 거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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