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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리밭으로 갈 것이다

시리즈 b판시선 017
출판일 2017-04-14
저역편자 조길성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9,000
도서규격 101쪽 | 125 X 194mm
ISBN 979-11-87036-22-7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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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발행하며

 

도서출판 b의 ‘b판시선’으로 조길성 시인의 신작 시집 <나는 보리밭으로 갈 것이다>가 출간되었다. 조길성 시인이 첫 시집 <징검다리 건너>(2010) 이후 7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시집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5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한국 현대시의 전통 가운데 하나가 정조의 여성성이다. 김소월, 한용운을 시작으로 대개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시들은 일단 외형적으로 여성적 어조를 갖고 있다. 그러한 차원에서 서정시는 여성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어떤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조길성 시인의 시들의 어조는 강한 남성적 톤을 갖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물론 남성적 어조를 드러내는 시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그 강렬함에서 돌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조길성 시인은 자신의 시에 묵직한 저음의 남성적 톤으로 외로움이나 슬픔, 어둠, 가난 등과 같은 어찌 보면 감상적인 듯한 시적 메타포를 깔아놓는데, 자칫 가볍게 읽으면 낡은 ‘엄살’로 읽히기 십상이다. 그러나 조금만 집중하여 읽노라면 묵직한 감동이 출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사인은 시집의 추천사에서 “극한의 울분과 허기 속에서 농축된 시편들이, 고요는 고요인 채, 분노는 분노인 채로 처절하고 동시에 예민하다. 나아가 일말의 협기(俠氣)마저 수반하는데, 협과 시의 길이 둘이 아닌 때문일 것이다. 발분을 동력으로 삼되 목숨을 걸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는 것. 진검의 돌이킬 수 없음과, 그러므로 마땅히 두려워하고 민감해야 함을 그의 시들은 몸으로 익혀 있다. 자기연민을 절제하는 능력 역시 마찬가지. 우리 시가 귀한 시집을 하나 얻었다.”고 상찬하고 있다.

 

외로움이나 슬픔, 어둠, 가난 따위 역시 한국 서정시의 전통적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날 그 주제를 통하여 시적 성취를 얻고자 할 때 생의 한 경계를 필사적으로 통과해 보지 않고서는 다가설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익숙한 주제에서 감동을 길어 올릴 수 있기 위해서는 깊고 예리한 진정성과 핍진한 현실적 감각이 담겨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집에 실린 「허기」, 「식구」, 「성님성님하면서 눈이 내릴 때」 등의 시편들에서 우리는 그 깊이와 진정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인 정우영은 해설에서 열거한 시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을 하고 있다. 그 시들은 “조길성 시의 미래를 예감케 한다. 감동 실린 울림이 여러 갈래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그늘과 허기가 그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해도, 더러는 이 시처럼 천연덕스러운 낙천성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 시는 회상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 현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점이 무척 중요하다. 그의 발이 세상을 딛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이다.

 

■  지은이 소개

 

□ 조길성 시인

1961년 경기도 과천 출생. 2006년 계간 <창작21>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징검다리 건너>가 있다.

 

■  차례

 

시인의 말 5

 

제1부

 

은하수 13

수탉 14

격파 15

물매화 16

놋쇠황소 18

꽃을 쉬게 하세요 20

자연은 자꾸 냉정해만지고 21

세상 모든 얼굴 가진 것들 22

잘 가라, 첫사랑 물방울 벌레들아 24

쇠가 부드러우면 칼을 만들 수 없고 26

허기 28

비린내 29

입동 30

겨울바람에 낙엽이 31

여우고개 32

나는 보리밭으로 갈 것이다 34

낙숫물이 언젠가 지구를 뚫을 것이다 36

입춘 지나 어디쯤 38

 

제2부

 

식구 41

다녀오겠습니다 42

아무 데나 43

꽃밭에는 꽃들이 44

서글퍼서 45

용접 46

풍성갈비 47

지워질 것이다 48

말 달리자 49

대설풍경 50

폭설 51

성님성님하면서 눈이 내릴 때 52

다시 안면도에서 53

두루미는 물가에서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54

아직도 아궁이 불빛이 56

뜨거운 열매 58

피 대신 흐르는 것들 59

꽃 같은 세상 60

 

제3부

 

바늘 63

고요 65

첫사랑 66

아지랑이 67

몸살 68

호두 두 알 70

송아지 눈 속 깊은 우물을 본 적 있니 71

꽃소식 72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73

사과문 74

저녁이 오고 있다 저토록 아름다운 75

보라 76

불국사 77

너에게 가는 동안 78

중환자실 79

가을 편지 80

객사 82

문득 83

 

해설ㅣ정우영 85

 

■  본문에서

 

<허기>

 

오늘은 귀로 국수를 먹습니다 바람국수를요 바람이 키운 아이가 국수를 말고 있습니다 굶어죽은 사람의 마지막 숨결이 고명으로 얹혔네요 누군가 어깨 들먹이며 울먹이는 국수 흐느끼는 국수 한숨으로 울음으로 뜨거워진 국수를 먹습니다 내 안에 사는 허기라는 이름을 가진 짐승은 다리가 코끼리를 닮았고 대가리는 쥐를 닮은 놈이 배창새기가 흰고래수염만큼 커서 그 허기가 말도 못하여 저승 윗목에 부는 바람같이 막을 길이 없습니다 국수를 먹습니다 불치의 국수를 집 없는 국수를 문이 없어 꽉 막힌 국수를 팔다리 잘리고 몸뚱이로만 굴러다니는 불구의 국수를

 

   * * *

 

<나는 보리밭으로 갈 것이다>

 

지난겨울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수십만 킬로 고압선도 종달새의 작은 발을 따뜻하게 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오늘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니 돌멩이도 눈을 뜨더라

지렁이도 자기 몸을 즐길 줄 아는 날들이다

 

바람은 지난겨울 내내 믿음이 없는 사람은 예술가가 될 수 없다 중얼거리며 쏘다니다가 생각 깊은 얼굴로 꽃그늘에 앉아있다

생각의 근육이 얼굴을 만든다고

오늘은 신의 근육을 만져본 것도 같다

 

겨우내 베개 밑으로 만져지던 차갑고 거친 눈빛이 아직 얼얼한데

그 손끝에서 세상 모든 쫓겨난 것들이 모여 우는 아궁이를 보았다

세상의 아침을 보았다

새벽이슬을 열고 나온 불면증 환자의 눈에서 고약을 뜯어내는 시간

부스럼을 이기고 나오는 새살들을

 

  * * *

 

<성님성님하면서 눈이 내릴 때>

 

입춘 추위가 매섭던 새벽 차비도 없이 눈 속에 갇혀버린 광명하고도 사거리에서 헤매다 찾은 조모 시인의 고시원

 

성님 시원한 물 쪼까 드셔 이 방 저 방 다니며 담배도 얻어 와서 성님 담배 잠 피워 보드라고잉 앗따 차비라도 구해얄 텡게 또 이 방으로 저 방으로 돌아친다 성님 전철비가 천오백 원잉께 버스비가 팔백오십 원 이제 이천사백 원이면 갈 수 있제 성님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한 장에 백동전을 하나하나 세어가며 손에 쥐어준다 성님 참말로 미안하요 라면이라도 한 봉지 끼려 드려야는디 주머니 먼지밖에 가진 게 없어라 맨발로 따라나서며 우린 입춘의 눈발을 맞는다 성님 봄 되면 나가야지라 일거리도 많을 테고라 방도 얻어야지라 성님 도다리 좋은 놈 잡아 회도 쳐 묵고 찌개도 끼려 감서리 소주도 한잔 찌끄리고잉

 

새봄엔 광명한 햇살이 내리실라나 광명사거리에 눈 내린다 성님성님하면서

 

■  시인의 말

 

그나마 마음 주고자 노력했던 세상 모든 고향들이 나를 버리고 떠나가고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  추천사

 

이 뻑뻑하고 묵직한 진검의 느낌! 예컨대 「허기」라는 제목과 함께 “국수를 먹습니다 불치의 국수를 집 없는 국수를 문이 없는 꽉 막힌 국수를”이라고 쓰는 일은 생의 한 경계를 필사의 포복으로 통과해본 이에게나 허락될 듯하다. 극한의 울분과 허기 속에서 농축된 시편들이, 고요는 고요인 채, 분노는 분노인 채로 처절하고 동시에 예민하다. 나아가 일말의 협기(俠氣)마저 수반하는데, 협과 시의 길이 둘이 아닌 때문일 것이다. 발분을 동력으로 삼되 목숨을 걸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는 것. 진검의 돌이킬 수 없음과, 그러므로 마땅히 두려워하고 민감해야 함을 그의 시들은 몸으로 익혀 있다. 자기연민을 절제하는 능력 역시 마찬가지. 우리 시가 귀한 시집을 하나 얻었다. ― 김사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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