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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의 비밀

시리즈 b판시선 043
기타사항 2022 세종도서 선정
출판일 2021-07-07
저역편자 홍성식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10,000
도서규격 127쪽 | 124 X 194mm
ISBN 979-11-89898-54-0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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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발행하며

 
“시적 진실을 찾아 시공을 넘나드는
중년 시인의 로드무비”
 
홍성식 시인의 신작시집 <출생의 비밀>이 도서출판 b에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아버지꽃> 이후 16년 만의 두 번째 시집이다. 시집에는 53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수록되었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이병철은 홍성식의 시집 <출생의 비밀> 해설에서 “2021년 오늘에서부터 1871년 여름까지, 포항 죽도시장에서 마다가스카르까지 시공을 넘나드는 광대한 서사를 시적 수축에 담아 이미지화하고, 소설적 이완을 통해 아포리즘이나 관념 대신 이야기가 지닌 감동을 극대화한다. 그렇게 그의 시는 걸으면서 춤추기, 순간에 머물면서 이동하기를 동시에 성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홍성식의 이번 시집의 특징은 우선 시인의 시선이 넓고 활달한 만큼 시적 진술 또한 강한 남성성을 통해 거리낌 없이 펼쳐진다는 데 있다. 한국시에서 대개의 시적 주체는 여성성이거나 중성성을 드러내기 십상이라서 홍성식의 남성성은 도드라진다. 아마도 시적 진실을 담아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한국시가 점점 현실과 멀어지고 있는 지금, 시적 진실을 찾아 시간과 공간의 얽매임을 뚫고,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폭력, 가난, 질병, 소외, 소멸 등 비극적 현실을 직접 겪어보고 발화하기 위한 주체 설정으로서 말이다.
또 다른 특징은 운문과 산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점이다. 시적인 소설이자 소설적인 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산문적 확장과 시적 응축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잘 견인되고 있다. 서정과 서사가 하나로 결합할 때, 로드무비의 거친 질감 안에서 각각의 신(scene)과 시퀀스(sequence)에는 시적 대상이 사람이든 풍경이든 섬세한 무늬와 주름마저 선명하게 도드라지면서 삶의 비애와 동시에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각각 내용과 형식으로서 여타의 시들과 차별화을 시도하는 이번 시집은 제1부에서는 주변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핍진한 삶을 그리고 있고, 제2와 3부에서는 시적 주체의 혈연적 관계 혹은 지인들과 어울려 살아가면서 되돌아보게 되는 삶의 의미를 담고 있고, 제4부에서는 지구 곳곳을 누비며 세계의 진정한 모습을 포착해보려는 시들이 담겨 있다.
 
■  지은이 소개
 
홍성식
1971년에 태어났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 기자로 9년간 일했고, 마흔 살에 아시아, 중동, 동유럽을 10개월간 여행했다. 2005년 문예지 《시경》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고, 시집 《아버지꽃》, 영화 에세이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여행기 《처음, 흔들렸다》, 정치 칼럼집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등 몇 권의 책을 썼다. 몇 곳의 신문사를 옮겨 다니며 20년 가까이 기자로 일하고 있다.
마흔 살이던 2011년 20여 개 나라를 홀로 떠돌며 기억 속에 남을 ‘에뜨랑제의 삶’ 10개월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작 : <출생의 비밀>,<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처음, 흔들렸다> … 총 9종 (모두보기)
 
■  차례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죽도시장 1 13
죽도시장 2 15
대게잡이 선원 철구 씨 16
천변 풍경 19
신림동 사람들 20
노량진 사는 행복한 사내 22
돗돔을 기다린다 24
4월, 그녀가 오면 26
초록빛 네온 28
1996년 청송에서 29
아무도 살아나갈 수 없다 30
한라산에서 32
자본주의 33
1898년 무술년생 홍종백 씨에게 북조선은 34
1915년 을묘년생 이수덕 씨에게 북조선은 36
1941년생 그 사내 38
 
제2부
 
자두나무 아래서 41
출생의 비밀 42
전생 44
내력 46
불혹 47
살구나무를 심고 싶었다 48
통영에서 울다 49
망자의 명함 50
1982년, 열두 살 유정에게 52
아버지의 죽음에선 박하 향기가 났다 54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보다 56
알 수 없는 일 57
1944년, 아버지가 울었다 58
 
제3부
 
길 위의 방 63
눈이 내렸다 64
스위치를 올려줘 66
우주를 만진다 68
혈통 70
누이 하나 가지고 싶었다 72
벨벳 드레스를 입은 여자 74
삭 76
저 좁은 창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은…… 77
타클라마칸 혹은 서울 78
 
제4부
 
라틴의 피 81
겨울, 해삼위 83
울란바토르, 겨울 84
방비엔, 여름 86
국경의 아이들은 맨발로 자란다 88
캄보디아 사는 조선 처녀에게 90
저 멀리, 해가 지는 쪽으로 92
크메르, 보석보다 빛나는 돌의 나라 94
테베레강, 늑대와 만나다 97
소리가 되지 못한 노래 99
신들만 알지 못한다 102
이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104
폐허를 덮은 폐허 106
선로를 베고 잠드는 부랑자 108
 
ㅣ발문ㅣ 이병철 111
 
■  본문에서
 
<천변 풍경>
 
집이 없는 비둘기는 자정이 넘어도 냇가를 떠나지 못했다. 비둘기 닮은 아이들 서넛, 자식을 버린 아버지를 욕하며 싸구려 술에 취해가고. 주황빛 휘황한 가로등은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 위로가 사라진 세상, 가난한 연인은 서로를 연민하기엔 지나치게 야위었다. 그녀 무릎에 올린 그의 손은 이미 식어 차갑고.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는 자전거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나. 저토록 아픈 고성방가는 누구의 죄를 묻는 것인지. 잠이 사라진 여름밤, 오층 창가에 서서 쓸쓸한 바깥 지켜보는 나를 얼룩진 달이 내려다보고. 물소리마저 숨을 죽인다.
 
<출생의 비밀>
 
범선으로 요하네스버그를 떠나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한 아버지는 목덜미에 나비를 문신한 인도계 아프리카인. 파타고니아에서 태어나 해변으로 밀려온 혹등고래를 치료해준 엄마는 마드리드 뱃사람과 아르헨티나 원주민의 피가 섞인 붉은 얼굴의 메스티소였다.
 
바나나를 따서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군도를 오가던 아버지는 초록빛 빙산을 타고 보라보라섬 사촌언니를 찾아온 엄마를 에메랄드빛 산호초가 꺼이꺼이 우는 타히티 북부 갈대숲에서 만났다. 1871년 여름이었다.
 
엄마는 망고스틴 여섯 개를 건네는 아버지의 흙 묻은 손바닥을 얼굴로 가져가 달콤하게 핥았다. 둘이 몸을 섞은 얕은 바다에선 일만 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맹그로브 사이로 뜨거운 바람이 웅얼거렸다. 원주민들은 뜨지 않는 달을 기다렸다.
 
여섯 달 후. 아버지는 이슬람 양식으로 조각된 여신상을
실은 목선을 타고 바그다드로 떠났다. 움직이는 섬에 오른 엄마 역시 북서쪽으로 흘러갔다. 외눈박이 숙부가 야자유 일곱 병을 들고 나와 배웅했다. 동아시아 낯선 항구에 도착한 엄마는 백 년 후 사내아이를 낳았다. 나는 1971년 부산에서 첫울음을 터뜨렸다.
 
<길 위의 방>
 
소진한 기력으론 신을 만나지 못한다
황무지에 달이 뜨면
갸르릉 도둑고양이 울고
집 나간 누이는 오늘도 돌아오지 않았다
식은 밥상에 마주 앉은 데드마스크들
시간은 석고처럼 창백하게 굳고
조롱의 숟가락질, 싸늘한 만찬이 끝나면
표정 없이 젖은 침대에 드는 사람들
 
어쨌거나 창 너머 달은 또 뜨는데
째각대는 시계 소리에 맞춰 계단을 올라
어둡고 축축한 방, 문을 열면
나신의 엄마
그녀로부터 시작하는 하얀 비포장길
꿈에서도 달맞이꽃은 흐드러졌는데
길을 잃은 자, 길 위에는 방이 없다.
 
■  시인의 말
 
철없이 미래를 낙관했던 청년 시절. 문장은 물론, 붓글씨에서도 일가를 이룬 소설가 김성동에게 ‘水觀’이란 글씨를 청해 선물 받았다. 시를 쓰거나 읽는 행위는 ‘물을 바라보는 마음’을 가져야 가능하리라 믿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그게 바다건, 강이건, 호수건 수면을 응시하는 시간이 좋았다. 세르비아 도나우 강변에서건,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해변에서건, 인도 콜람의 낡은 목선 위에서건,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사찰에서건.
김지하와 아르튀르 랭보의 노래에 매료된 열일곱 소년은 외가가 있는 시골마을에서 도무지 깊이를 알 수 없는 저수지를 초점 흐린 눈동자로 오래 바라보곤 했다. 아침부터 해가 떨어질 무렵까지 방죽을 서성이던 날도 있었다.
그 소년이 지천명에 이르렀다. 34년 세월이다. 그럼에도 아직 마주한 물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시를 읽고 쓰는 게 아이처럼 서툴기만 하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두 번째 시집을 묶는다. 물과 시를 바라보는 사람으로 나를 만들어준 두 사람 중 하나는 이미 세상에 없다. 홀로 남은 엄마만이 이 염치없는 무모한 출간을 웃으며 반기려나.
 
■  추천사
 
이 시집을 열면 벼랑 끝에 홀로 남은 장수의 긴 칼날 위로 흐르는 피가 보인다. 요즘의 소심한 사무원 같은 시에 익숙한 독자들은 홍 시인의 장대한 호흡에 숨이 가쁠 것이다. 특히 수작들의 성전인 2부 「출생의 비밀」은 대하장강 같은 서사시를 압축한 백미 중의 백미다. 이 시집에는 홍성식 시인이 그 ‘누구에게도 발설치 못한 아득한 진실’이 숨어 있다. 하늘이 이미 그를 용서한 진실이다. 용서하지 않아도 ‘구포시장 좌판의 빨간 자두’ 하나에 내 가슴은 이미 무너졌다. 그런데 시집을 닫을 때까지도 홍 시인은 끝내 칼의 피를 닦지 않는다. - 이산하 (대안연구공동체 시인학교장, 시인)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 자기 생을 저주하는 자가 있다. 포구의 좌판에서, 소도시 뒷골목에서, 이국의 여행지에서 힘겹게 삶을 꿰매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거친 노래를 대신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 홍성식이다. 그는 가여운 자들을 위해, 그들의 낮은 목소리를 증폭시키기 위해 마이크를 든 자멸의 가수다. 그의 노래 앞에서 생은 이다지고 가엽고, 이다지도 뜨겁다. 느끼하고 환희로운 생을 살았던 자, 이 시집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 허연 (시인, 매일경제 문화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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