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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웨이, 공-산의 사유

시리즈 트랜스필 총서 3
출판일 2020-06-10
저역편자 최유미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22,000
도서규격 양장본 | 303쪽 | 152x224mm
ISBN 979-11-89898-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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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발행하며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는 페미니즘, 과학기술학, 동물학, 생태학에서 독창적인 사유를 전개해온 과학기술학자이자 페미니스트 이론가이다. 그의 사유 전반을 담은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최유미, 도서출판 b)가 출판되었다. 공-산(共-産)은 ‘함께’를 의미하는 심(sym)과 ‘생산하다’를 의미하는 포이에시스(poiesis)의 합성어인 심포이에시스(sympoiesis)의 번역어로 택한 말이다. 공-산은 ‘누구’도 혹은 ‘어떤 것’도 상호의존적인 관계 바깥에서 나고 성장하고 만들어질 수 없음을 표명하는 말로 해러웨이 사유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생명과 사회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법들은 개체를 중심에 두었기에, 진화는 개체가 세대를 넘어서 분기해가는 수목형의 토폴로지로 이해되었고, 인권, 동물권 등의 권리담론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해러웨이는 공생에 관한 최신의 이론들을 참조하면서 진화의 토폴로지는 구불구불한 오솔길로 이해하고 개체의 권리보다는 상호 구성적인 관계를 주목한다.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는 주체와 대상이 없는 조화로운 합일의 유토피아를 상정하지 않는다. 상대가 ‘누구’일 때 나는 반드시 ‘무엇’일 수밖에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언제나 주체(목적)이고 비인간은 대상(수단)이라는 서구의 인간학은 역동적이고 세속적인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 책이 포착하는 것은 일방적인 지배가 실패하면서 열어놓는 의외의 가능성들이고, 인간만이 아닌 비인간 타자들과 공유하고 있는 공-산의 세상이다.
 
해러웨이는 경계에 있는 자들의 전복적인 형상을 통해 자연/문화, 여성/남성, 동물/인간, 기계/유기체 등의 온갖 이분법과 대결해 왔다. 그의 대표적인 저작 가운데 하나인 「사이보그 선언」은 우주전사 일색이었던 사이보그 이미지를 여성-기계-동물 하이브리드로 재형상화하면서 페미니스트 사이보그의 가능성을 열었다. 2003년에 발표된 「반려종 선언」은 평범한 개로부터 반려종이라는 개념을 창안한다. 개는 친숙한 자이지만 동시에 잘 알지 못하는 자이다. 오랜 세월을 우리와 함께 살아온 인간, 비인간 타자들 역시 친숙한 자와 잘 알지 못하는 자가 겹쳐진 ‘중요한 타자’이다. 중요한 타자는 고통 받는 타자의 얼굴로 환원되지 않고, 때로 기쁨으로 빛나는 얼굴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타자를 위한 실천적인 윤리는 무엇과 단절하고 무엇과 연결할 것인지를 묻는다. 또한 이 책은 해러웨이의 페미니스트 인식론과 과학기술론을 중요하게 다루는데, 해러웨이는 과학기술을 특권화하지 않으면서 함께 살기위해 유용한, 그러나 무구하다고 할 수 없는 지식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생태위기와 기후위기, 그리고 감염병의 전 지구적인 대유행의 시대다. 이 위기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는 긴급성을 가지고 이 위기에 대처할 것을 주장하지만,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이 세계는 인간만의, 혹은 남성만의 세계가 아니고 인간 비인간, 공-산의 존재자들이 오랜 세월 함께 만들어온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혹은 우회로를 만들기 위해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는 인간-비인간의 협동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창의적으로 계승할 것을 촉구한다. 
 
■  지은이 소개 
 
최유미
KAIST 화학과에서 〈비활성기체의 결정안정성에 대한 통계역학적인 연구〉로 이론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IT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에 참여했다. 지금은 동서양의 철학을 횡단하면서 인문학을 깊이 공부하고 가르치는 삶을 살고 있다. 그 공부의 중심에 도나 해러웨이의 사상과 과학기술 담론,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의 ‘함께 살기’에 대한 고민이 있다. 지은 책으로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 《감응의 유물론과 예술》(공저) 등이 있으며, 〈기계와 인간의 공동체를 위하여〉 〈인공지능과 함께 되기〉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  차례 
 
서문 도나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 5
 
제1장 개와 인간, 기묘한 친척
1. 미즈 카이엔 페퍼 19
2. 사이보그에서 개로 25
3. 자연문화 27
4. 반려종 31
5. 진화 이야기 34
6. 순종견과 잡종견 36
7. 훈련하기 43
8. 동물이 돌아보았을 때, 철학자는 응답했는가? 48
9. 되돌아보기, ‘경의’ 54
10. 놀이 혹은 깊은 대화 57
11. 소화불량의 느낌 61
 
제2장 심포이에시스, 혹은 공-산의 사유
1. 심포이에시스, 혹은 공-산의 사유 67
2. 박테리아와 세균의 공-산 72
3. 모든 실패는 일종의 성공이다 76
4. 공생은 또 다른 자기를 만드는 것인가 79
5. 공-산의 생물학 82
6. 공-산의 예술 86
7. 공-산의 기하학 90
8. 공-산의 인식론 93
9. “죽이지 말라”가 감추고 있는 것 97
10. 공-산의 윤리 100
11. 고통을 나눈다는 것 105
 
제3장 인류세의 그늘 속에서: “트러블과 함께하기”
1. 인류세의 그늘 113
2. 트러블과 함께하기 119
3. 촉수적인 사유 122
4. 자식이 아니라 친척을 만들자! 127
5. 쑬루세: 피난처를 회복하기 131
6. 기억 136
7. 애도 138
8. 복구를 위한 SF―카밀 이야기 141
 
제4장 사이보그, 혹은 집적회로 속의 여성들
1. 모독 151
2. 새로운 체현의 여성들 156
3. 아이러니,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159
4. 불안하게 활발한 20세기 말의 기계들 162
5. “집적회로 속의 여성들”, 테크노사이언스의 유머 164
6. “우리들은 다르다” 167
7. 미분적인 의식 172
8. “현실적 생존을 위해 사이보그를” 177
9. 포스트휴먼 시대의 사이보그 181
 
제5장 페미니스트 인식론
1. 과학에 대한 페미니스트의 딜레마 189
2. 과학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192
3. 여성의 위치가 더 나은 지식을 만든다 197
4. 은유를 바꿀 시간 200
5. 시력의 재주장 202
6. 체현적 객관성 206
7. 인식 행위는 무구하지 않다 210
 
제6장 보일의 실험실과 테크노사이언스
1. 테크노사이언스 217
2. 리바이어던과 공기펌프 220
3. “문화 없는 문화”의 겸손한 목격자 223
4. 새롭게 형성된 젠더 228
5. 증식하는 목격자들 233
6. 구축자 중심의 스토리와 양파 알레르기 235
7. 겸손한 목격자들의 “편들기” 239
 
제7장 괴물의 약속
1. 가공주의와 생산주의 245
2. 기호론적 4분면 251
3. “자연 없는 자연” 252
4. “정의의 생태학” 255
5. 대리의 정치와 절합의 정치 257
6. “하나의 작은 발걸음”과 “내 어머니를 사랑하라” 260
7. 생물의학적 신체 263
8. 힘을 펼치기 위한 AIDS연대 266
9. 가상 268
10.《엔터키를 눌러라》 271
11. 린 랜돌프의 <사이보그> 273
 
제8장 글쓰기와 이야기하기
1. 여성적 글쓰기 281
2. 사이보그 글쓰기 286
3. SF 288
4. 두꺼운 현재 292
5. 캐리어백 이론 295
6. 종결되지 않는 이야기 299
 
■  본문에서
 
그의 이름은 카이엔 페퍼다. 그를 예의바르게 부를 때에는 '미즈'라는 경칭이 필요하다.
 
P. 79~80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을 만든 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우리가 생명 시스템을 살아 있다고 규정할 수 있는 공통의 것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생명현상은 생명력이라 불리는 신비한 힘의 작용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마투라나와 바렐라는 살아 있는 시스템의 공통적인 특징은 환경과의 긴밀한 상호 작용 속에서 자신의 경계를 재구성하는 능력, 즉 오토포이에시스 시스템에 있다고 보았다. 오토포이에시스 시스템은 하나의 프로세스가 아니라 복수의 프로세스들 간에 존재하는 내적 상호 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이 프로세스들 간의 상호 의존성이야말로 시스템의 자기동일성의 원천이다. 그래서 오토포이에시스는 그것의 그리스 어원이 지시하는 바대로 자신의 동일성을 낳는 자율 시스템이고, 그것으로 그 자신을 환경과 구분해내는 시스템이다. 마투라나와 바렐라는 살아 있는 세포를 오토포이에시스 시스템의 첫 번째 물질적 사례로 꼽는다.
생전에 마굴리스는 자신의 공생 이론을 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오토포이에시스 개념과 연관시켰다. 하지만 공생 이론을 지지하는 일군의 생물학자들은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이 공생 이론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오토포이에시스 시스템은 자기보전과 자기 준거적 경계가 지나치게 강조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마굴리스 이론의 중요한 모델 시스템인 M. 파라독사는 5종류의 생물종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그것의 경계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M. 파라독사는 그들이 사는 오스트레일리아 흰개미의 내장과 불가분의 관계이고, 나무를 파먹고 사는 흰개미는 나무와 불가분이다. 그래서 M. 파라독사에게 흰개미와 나무조차도 자신과 구별되는 환경이 아니다.
 
P. 114~115
인류세는 그 지질학적인 엄밀성은 차치하고, 그 용어의 정치적인 함의 때문에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캐리 울프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이 용어에 찬성하는 쪽의 절반 정도는 인류세는 인간중심주의가 끼친 폐해를 웅변적으로 지적하는 말이라 여긴다. 그래서 이 용어를 통해 인간중심주의 이후(Post-Humanity)를 위한 탈출구를 만들어보자는 논의들이 있다. 하지만 이 용어에 찬성하는 나머지 절반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특별한 생물종인 호모사피엔스의 행위가 지층에 새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지질학적인 증거들은 호모사피엔스가 이 지구에서 얼마나 독보적인 생물종인가를 드러낸다. 그래서 이들에게 지금의 기후 위기나 생태 위기는 큰 문젯거리가 아니다. 발전하고 있는 테크노사이언스가 이런 위기들을 해결하지 못할 리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해러웨이는 인류세라는 용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 용어는 정치적으로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을 지극히 단순화하기 때문이다. 호모사피엔스종 일반의 행위로 이 원인을 돌려버리면 실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일들이 쉽게 감추어진다. 이를테면 화석연료 채굴에서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에너지 기업들과 국가자본의 행위가 인간의 이름 뒤에 숨는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도시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시골마을에 핵발전소가 지어지고, 나바호의 토착민들은 석탄 채굴이 야기한 대수층 고갈로 물 부족에 시달린다. 하지만 인류세는 호모사피엔스의 행위라는 일반화된 이름으로 이 불평등을 숨긴다.
 
P. 282~283
서양의 로고스(말) 중심주의에서 ‘말’은 명령이다. 말은 발화자의 의도를 투명하게 전달하는 단일한 의미의 산출을 이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쓰기는 말하기가 아니다. 그러므로 글은 명령이 아니다. 글쓰기는 발화와 이해 사이에 시간적인 간극이 있어서 의미 생성의 지연이 생긴다. 또한 기표의 연쇄작용에 의해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개념과 의미가 산출된다. 이러한 말의 개방성은 오히려 명령을 방해하고, 어지럽힌다. 식수가 글쓰기에 주목한 것은 이런 개방성 때문이다.
글쓰기의 모든 역사가 이성의 역사와 혼동되었던 것은 남성들이 의미화의 권력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글쓰기 안에는 남성들이 독점했던 의미들을 비틀고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여성들에게 글쓰기는 “변화의 가능성 자체이다. 사회 그리고 문화적인 구조들의 변형을 예고하는 움직임, 전복적인 사상의 도약대가 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것이 식수가 ‘여성적 글쓰기’를 주창한 이유다. 
 
■  지은이의 말
 
심(sym)은 ‘함께’이고 포이에시스(poiesis)는 ‘제작하다’, ‘생산하다’를 뜻하니, 심포이에시스는 공-작(共-作) 아니면 공-산(共-産)을 뜻한다. 모든 제작이나 생산은 다른 무언가와 함께-제작하는 것이고 함께-생산하는 것이다. 혼자 일하는 장인도 그의 도구들과 함께-제작하고, 홀로 조용히 서서 생존하는 소나무도 햇빛, 물, 땅 속의 균류와 영양소 등과 함께 자신의 생명을 생산한다. 후자의 경우는 제작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으니 심포이에시스를 함께-생산함을 뜻하는 공-산으로 번역하려 한다. 모든 생명은 그렇게 다른 무언가와 함께하는 공-산의 체계 속에서 생산된다.
공-산을 뜻하는 심포이에시스는, 하나의 막을 가지며 그 안에서 여러 성분들이 하나의 계를 이루는 ‘오토포이에시스(auto-poiesis)’를 한 걸음 더 밀고 나간 말로 도나 해러웨이가 제안한 개념이다.
(…)
공-산은 누구도 독점적인 소유자이기만 했던 적은 없었고, 모두가 평등했던 적도 없었음을 표명하는 말이다. 유한한 생명은 반드시 ‘무엇’을 필요로 하고, ‘누구’인 자와 ‘무엇’이 된 자의 권력 관계는 당연히 불평등하다. 하지만 ‘누구’와 ‘무엇’이 항상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 주체(누구)와 대상(무엇)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에 민감했던 페미니즘은 주체와 대상의 행복한 합일을 추구했고, 자신의 몸에 타자를 받아들이는 ‘여성성’에서 그 희망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 역시 ‘무엇’을 필요로 하는 ‘누구’이고, ‘누구’에 대한 ‘무엇’이기도 하다. 폭력이 없고 이용(exploitation)이 없는 무구한 위치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동시에 일방적인 폭력도 일방적인 이용도 불가능하다. 이 불가능성이 공-산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평등해진 후에야 공-산이 가능해진다고 여길 필요가 없다. 우리는 한 번도 공-산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지구의 공-산 시스템에서 퇴출될 위기에 있다. 이것이 우리가 공-산을 이야기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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