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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어긋남의 존재론

시리즈 트랜스필 총서 1
기타사항 2019 한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출판일 2019-08-05
저역편자 이진경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26,000
도서규격 양장본 | 430쪽 | 152x224mm
ISBN 979-11-89898-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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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발행하며

 
“삼중의 디아스포라 시인 김시종에 대한 철학자 이진경의 본격 문예비평”
 
사회학, 철학, 과학, 예술, 종교 등 다양한 학제 간 경계를 넘나들며 점점 더 깊고 넓은 사유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는 이진경이 이번에는 본격 문예비평서를 펴냈다. 재일교포 시인으로 살고 있는 김시종의 문학을 자신의 학문적 탐구 주제 가운데 하나인 존재론적 관점에서 비평을 시도한 책이다. <수유너머104>의 기획인 <트랜스필 총서> 제1번으로 도서출판 b에서 펴낸 김시종, 어긋남의 존재론이 그것이다.
 
김시종은 재일교포 문학인 가운데 단연 우뚝 솟은 시인이다. 43항쟁에 가담하고 남한을 떠나 일본으로 밀항을 하고, 일본에서는 공산주의를 지향하지만 ‘조총련’과 갈등을 하다 결별을 하고, 말하자면 남한도 아니고, 북조선도 아니며, 일본에 살고 있지만 일본인도 아닌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시인이다. 여러 갈래의 세계와 다층적으로 어긋난 삶, 그런 만큼 단독적일 수밖에 없는 김시종의 삶에 대하여 분석을 하고, 김시종의 시 전반에 걸쳐 한 편 한 편 함께 읽어나가는 비평적 과정은 이진경 자신의 존재론적 사유를 진전시켜나가는 과정과 겹쳐 있다. 이진경 스스로도 이 책은 “내가 밀고 가고 있는 존재론적 사유의 새로운 변곡점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김시종의 시 한 편을 소개하며 김시종 문학을 어떤 관점에서 읽어나갈 것인지를 이진경 자신의 문학론과 함께 제시하는 장이다. 제2장은 김시종의 시집들과 그와 관련된 여러 문헌들을 살피며 김시종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개괄한다. 그리고 제3장부터 7장까지는 본격적으로 김시종의 일본에서 재일조선인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형상화하고 있는 장시 니이가타, 없어도 있는 동네, 오사카의 재일조선인 집단거주지의 삶을 풍자적으로 그린 이카이노 시집, 광주민주화운동이 3년 지난 시점에서 ‘광주사태’를 다루는 광주시편, 그 외에 화석의 여름, 잃어버린 계절 등 대표적인 시집을 각 장에서 한 권씩 다루고 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서 김시종 시인의 삶과 문학의 전모를 밝혀주고 있는데 이런 작업은 전문적인 문예비평가로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이진경의 존재론과 김시종의 삶과 문학과의 만남은, 글쓰기에서 주제와 대상 간의 정합적 일치마저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행복하고도 필연적인 조우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이다.
 
이 책은 흔히 철학자가 시도한 문학비평은 논리적이기만 하고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일거에 씻어준다. 존재론이라는 형이상학적 세계, 고래나 내려가 보았을 심연의 바다 속 깊은 어둠에서부터 이카로스가 다가갔음직한 높이의 할레이션의 눈부심까지 오르내리며 겪어보아야만 하는 망연한 세계 속에서, 존재란 무엇인지, 예술이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묻고 있지만, 때로는 견고한 논리를 통하여 이미 널리 상식적으로 공유된 철학적 사유를 전복시키고, 때로는 감성적인 문체로 놀라울 정도의 섬세한 시 읽기를 수행하며, 때로는 입 안에서 오랫동안 굴려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이 흐르고 있는 책이다. 
 
■  지은이 소개 
 
이진경
전환기 한국사회의 토대를 분석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을 써서 24세에 이진경이라는 필명을 얻었다. 본명은 박태호.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논문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대한 공간 사회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지식 공동체 ‘수유너머104’에서 연구 활동을 하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근대성에 천착해 『철학과 굴뚝 청소부』를 썼고, 자본주의와 근대성의 변혁을 모색한 『맑스주의와 근대성』,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이진경의 필로시네마』를 썼다. 푸코, 들뢰즈, 가타리의 철학과 함께 자본주의의 외부에서 삶의 탈주를 꿈꾸며 『노마디즘』, 『철학의 외부』, 『역사의 공간』,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등 30여 권의 책을 냈다.
 
■  차례 
 
서문 7
 
제1장 시인에게 오는 시는 어디서 오는가?
:귀먹고 눈먼 자들의 진실에 대하여 21
1. 화석의 눈짓 23
2. 파멸의 순간을 아름다움으로 오인하는 자들이여! 25
3. 시는 어디서 오는가? 32
4. 멀리, 지평선 바깥을 돌아 38
 
제2장 재일을 살다, 시를 살다
:심연의 삶이 보낸 편지들 47
1. 삶의 대기, 시의 분위기 49
2. 오, 나는 눈멀고 귀먹었도다! 51
3. 심연, 혹은 지하에서 보낸 편지 55
4. 결별하고 결별하며 가다 59
5. 살다, 재일을 살다 68
6. 존재를 건다는 것 78
 
제3장 바다의 한숨과 귀향의 지질학
:<니이가타>에서 어긋남의 존재론 85
1. ‘거기에는 언제나 내가 없다’ 87
2. 사건적인 어긋남 89
3. 존재론적 어긋남 92
4. 어긋남의 사유: 시집 니이가타의 편성 99
5. 지렁이에서 번데기로 105
6. 고향의 생물학, 귀향의 지질학 119
7. 바다의 한숨 125
8. 나와 세계의 어긋남 136
9. 존재론적 분단, 혹은 분단의 존재론 145
 
제4장 없어도 있는 동네의, 아무것도 아닌 자들의 존재론
:<이카이노 시집>에서 긍정의 존재론과 감응의 다양체 155
1. ‘있어도 없는 것’과 ‘없어도 있는 것’ 159
2. 존재의 긍정과 부정 165
3. 아무것도 아닌 자들의 힘 175
4. 수직의 힘과 수평의 힘 182
5. 감응의 다양체 191
6. 재일의 끝, 재일의 경계 203
7. 나날의 깊이와 멍 212
8. 표면의 깊이와 심층 220
9. 상자 속의 삶과 이웃의 존재론 226
10. 그늘진 여름, 어긋남의 감각 233
 
제5장 사건적 어긋남과 바래진 시간
:<광주시편>에서 사건과 세계의 사유 245
1. <광주시편>과 ‘광주사태’ 247
2. 사건 이전의 사건 258
3. 사태, 시인의 눈이 가 닿는 곳 253
4. 다짐, 마음속에 다져넣음 256
5. 사태의 전언들 260
6. 사태의 존재론 267
7. 멈춘 시간, 바래지는 사건 283
8. 시간을 지우며 묻다 291
9. 함축적 사건화 296
10. 별일 없는 세계와 어둠의 특이점 307
11. 사건과 세계의 어긋남 318
 
제6장 얼룩이 되어, 화석이 되어
:<화석의 여름>에서 어긋남의 공간과 화석의 시간 323
1. 존재론과 어긋남 325
2. 틈새 333
3. 응고 340
4. 얼룩 346
5. 화석 356
 
제7장 녹스는 풍경과 어긋남의 시간
:<잃어버린 계절>에서 ‘때 아닌 시간’의 종합 363
1. 어긋난 시간에서 어긋남의 시간으로 365
2. 돌아가리라, 멈춘 시간 속으로 369
3. 계절의 시간 속 374
4. 멈춘 시간의 출구 379
5. 메마르게 한 시간을 부수며 389
6. 가라앉는 시간과 가라앉게 하는 시간 395
7. 어긋남의 시간 405
8. 시간의 세 가지 종합 413
9. 세계의 시간과 존재론적 어긋남 423
 
■  본문에서
 
돌인들 마음속에선 꿈을 꾼다.
 
P. 7~8
김시종(金時鐘)은 전설적인 시인이다. 살아서 전설이 된 시인이고, 그 삶으로, 그가 살아낸 시로 전설이 된 시인이다. 그 전설은 내게 반복되는 질문의 형식으로 도착했다.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묻던 일본인 친구들의 질문, 김시종을 아는지, 읽어보았는지 묻는 질문들이 그것이다. 대체 어떤 분이기에, 문학을 하는 것도 아닌 내게 이리들 묻는 것일까? 내가 한국인이어서 묻는 것도 아니었고, 그가 재일조선인이어서 묻는 것도 아니었다. 진지한 문제의식을 갖고 공부하는 이라면 의당 알아야 하고 읽어야 한다는 양 묻는 질문들이었다. (……) 아무것이나 전설이 되지는 못한다. 훌륭한 시인도 많고 위대한 시인도 많지만, ‘전설적 시인’은 드물다. ‘전설적 시인’이라는 표현은 아무에게나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전설이 된 것은 전설이 될 이유를 갖는다. 누군가 전설이 된다는 것은, 천재가 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종류의 일이다. 천재는 재능만 있으면 충분히 될 수 있지만, 전설은 재능만으론 되지 않는다. 전설은 재능보다는 차라리 재능을 포위한 어둠과 더 가까이 있다. 전설이란 재능을 둘러싼 어둠 속에서 파종되고 자라나는 검은 나무다. 그 나무의 가지 끝을 스치는 바람소리로 발화(發話)되고, 그 뒤에 부는 바람들에 실려 오는 전언들이다. 천재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전설은 경탄의 대상이다. 나는 김시종이 전설적 시인이란 말이 진실임을 믿는다. 그의 삶, 그의 시 속으로 들어가면서 느꼈던 경탄 때문이다. 이런 삶이, 이런 시가 어떻게 전설이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P. 44
삶이 보내는 편지는 자신이 살았던 삶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선물로 보내지지 않은 선물이고, 선물인 줄 모르는 채 받는 선물이다. 삶에 존재를 거는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주는 것을 선물로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음을 알고, 반대로 주지 않은 선물을 받는 이들이 있음을 안다. 선물은 보내는 이 이상으로 받는 이의 능력에 따라 선물이 된다. 삶이 보내는 저 선물 또한 그렇다. 그것을 알아듣고 받아 적는 이의 시적인 능력이 없다면 시가 되지 못한다. 능력이 ‘지나쳐’ 보내지 않은 것을 ‘받아 적는’ 이들 또한 있을 것이다. 시인이란 삶이 보낸 편지를 받아서 시로 적을 수 있는 능력에 의해 정의된다. 삶은 시인들에게만 선물을 보내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을 보낸다. 그 선물은 수신자에 따라, 그의 능력에 따라 삶이 보내는 편지는 소설이 되어 나올 수도 있을 것이고, 그림이 되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며, ‘사상’이 되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수신자가 없다면, 수신능력이 없다면 그것은 그저 허공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편지는 받았으나 그것을 시나 소설로 바꾸어 적을 수 없는 경우, 종종 그것을 대신 받아 적는 누군가와 만나 시가 되기도 한다.
 
P. 67
요약하면, 4·3사건으로 인해 ‘해방’ 이후 찾았던 자신의 세계와 결별했던 김시종은 55년에서 70년 사이 또 한 번 자신이 속해 있던 세계와 결별한다. 밀항자로 숨어들어와 일종의 지하운동으로 시작된 일본에서의 삶과, 동포들 속에서의 삶과 결별한다. ‘해방’이나 4·3사건에 의한 이전의 결별이 뜻하지 않게 찾아온 사건에 의해 자기 의사에 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뜻밖의 사건(‘쿠데타’)이 시작된 것이었지만 일관되고 굳건한 자기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결별이었다. ‘해방’에 의한 결별이 지극히 친숙했던 일본어와의 결별이었다면, 4·3사건에 의한 결별이나 총련과의 결별은 역시 친숙했을 동포들과의 결별이었다. ‘해방’으로 온 최초의 결별이 일본과의 결별이고, 4·3으로 인한 두 번째 결별이 남한과의 결별이었다면, 이번의 결별은 총련, 혹은 북한과의 결별이었다. 4·3으로 인한 결별이 밀항으로 도망치며 일본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면, 이번의 결별은 문학과 정치, 조직과 운동에 대한 신념 속에서 저항으로 대결하며 자신이 살아야 할 ‘일본’으로 다시 한 번 되돌아가는 결별이었던 셈이다.
 
■  지은이의 말
 
《광주시편》의 「바래지는 시간 속」과 《니이가타》가 내 안에서 공명하며 시를 따라갈 단서가 불쑥 솟아올랐다. ‘어긋남’, ‘존재론적 어긋남’이란 말이 시집을 읽는 내 시야를 맴돌았다. 그리고 그 말을 따라 김시종 선생의 시가, 시적 사유가 내게 밀려들어왔다. 그가 빠져 들어간 심연이, “뒤돌아보면 정말 미치지 않고 잘도 살아왔구나 싶다”는 그의 삶이, 그 삶 속에서 그를 사로잡은 깊은 어둠이 시커멓게 입을 벌리며 다가왔다.
 
그 어둠은 ‘존재’의 어둠이었다. 규정성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예측불가능한 힘으로 존재자의 삶을 바꾸어 놓으며 다른 삶으로 가는 출구를 여는 어둠, 어떤 세계 안에 살면서도 항상 그 바깥에 살게 하는 어둠. 존재론의 장소는 빛이 드는 숲속이나 세계가 아니라 그 캄캄한 어둠 속에 있다는 생각이 마치 깨달음처럼 왔다. 그 어둠에 단숨에 끌려들어간 것은 이전에 내가 보았던 어둠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삶을 걸었던 한 세계의 몰락 속에서 빠져 들어갔던 어둠. 생각해보면, 허무의 심연이었던 그 어둠으로 인해, 그 속에서 얻은 물음들 덕에 그동안 다른 삶을 찾아 헤매며 살아왔던 것인데, 존재론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눈에 보이는 것만 따라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런 시도가 헛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이나 《코뮨주의: 공동성과 평등성의 존재론》을 통해 시도했던 ‘존재자’의 사유는 ‘존재’를 향해 나아가야 했다. ‘존재자’의 존재론은 ‘존재’의 존재론을 향해 나아가야 했다. 그것은 존재를 사유하려는 것이란 점에서 연속적이지만, 어둠 속을 더듬고 다니며 사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세계성을 따라가던 사유와는 상반되는 것이고, 따라서 적지 않은 불연속성을 갖는 것이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김시종의 시에 대한 책인 것 못지않게 내가 밀고 가고 있는 존재론적 사유의 새로운 변곡점을 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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