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의 소개
이 책의 원제는 GLU: Glossar zu Niklas Luhmanns Theorie sozialer Systeme(니클라스 루만의 사회적 체계이론에 대한 개념사전[전문어사전])이다. 총 64개의 항목이 수록되었다.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 1927~1998)의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 하나의 도전이다. 복잡다단한 개념들의 네트워크 속에서 헤매다 보면 대체로 독서의 의욕마저 소진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로와도 같은 상황이다. 이 <루만 개념사전>은 쉽사리 그런 상황을 벗어날 출구나 지름길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이 추구하는 것은 그런 미로의 길목마다 다양한 이정표들(루만의 용어로는 ‘구별들’)을 세우는 것이며 이를 통해 미로의 구조 전체의 파악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흔히 사람들은 ‘저작 70여 권과 논문 400여 편’이라는 그야말로 방대한 루만의 학문적 업적에 관심을 둔다. 하지만 그의 논저들 하나하나에는 이 체계이론을 구축하는 높은 수준의 창의적인 개념들과 맥락들이 관류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가령 ‘체계/환경’, ‘자기생산’, ‘사회분화’, ‘소통’, ‘형식/매체’ 등의 기본 개념들뿐만 아니라 그의 체계이론 내 고유한 함의를 지니는 많은 개념들과 상호연관이 그것이다. 이 책은 이 핵심 개념들을 항목별로 구분하여 각각의 요체를 조명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지은이 소개
■ 지은이
클라우디오 바랄디(Claudio Baraldi)는 이탈리아 주립대학인 모데나 및 레조 에밀리아대학교의 언어문화학과 교수이다. 그의 연구영역은 주로 소통체계들, 특히 언어 간 및 문화 간 중재, 갈등 관리 등과 관련된 상호작용 체계들에 관한 것이다.
지안카를로 코르시(Giancarlo Corsi)는 볼로냐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위를, 독일 빌레펠트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교육사회학, 법과 정치, 조직이론 문제에 대한 여러 논문을 발표했으며 현재 매체이론, 국가 및 헌법을 연구하고 있다.
엘레나 에스포지토(Elena Esposito)는 사회적 체계이론을 연구하는 이탈리아 사회학자이다. 그녀는 볼로냐대학교에서 사회학 및 철학을 공부했고 독일 빌레펠트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 때 지도교수가 니클라스 루만이었다. 현재는 빌레펠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이탈리아 모데나대학교에서 소통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 옮긴이
심철민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트리어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학과에서 석사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계몽 혁명 낭만주의>, <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작품>, <독일 낭만주의의 예술비평 개념>, <상징형식으로서의 원근법>, <상징형식의 철학 II: 신화적 사고>, <상징 신화 문화> 등이 있다.
3. 차례
ㅣ책머리에ㅣ 9
ㅣ이 책을 읽는 방법ㅣ 17
가족 29
가치 33
갈등 36
경제체계 40
과정 44
교육 46
구성주의 50
구조 57
구조적 연동 61
권력 67
귀속 72
기능적 분석 76
기대 79
도덕 86
동일성/차이 90
리스크/위험 96
반성 101
법 104
복잡성 110
부정 116
분화 119
비대칭화 123
사건 128
사랑 133
사회 138
사회분화 141
사회적 체계 151
사회학적 계몽 155
상징적으로 일반화된 소통매체 158
상호작용 167
상호침투 172
세계 177
소유/화폐 180
소통 184
시간 192
심리적 체계 198
약호 202
언어 208
역설 213
예술 219
예술체계 223
의미 228
의미론 233
의미차원 237
의료체계(환자치료체계) 242
이중 우연성 247
자기생산 251
자기준거 258
작동/관찰 265
재진입 273
정보 276
정치 280
조직 286
종교 291
중복/변이 297
진리 299
진화 303
체계/환경 308
포함/배제 313
프로그램 320
학문 324
합리성 329
형식/매체 332
확산매체 336
ㅣ니클라스 루만 문헌목록ㅣ 343
ㅣ옮긴이의 말ㅣ 387
4. 본문 속에서
“모든 기능체계는 오로지 자신의 고유한 구별을 통해 자신의 대상을 관찰하며, 따라서 그 자체로는 미분화된 약호화의 형식을 보인다. 예를 들어, 경제체계에서는 모든 것이 지불과 관련하여(즉 지불/비지불의 약호와 함께) 파악되며 이는 다른 체계들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모든 체계는 폐쇄 상태에서 작동하며(「자기생산」 참조) 환경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 (54-55쪽)
루만의 체계이론은 차이들에 기초한 구성주의(「구성주의」 참조) 접근방식이다. 이것은 그의 이론이 개인의 존재나 ‘체계’의 개념과 같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대상이나 개념과 같은 동일성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출발점은 하나의 구별, 즉 체계/환경의 구별(「체계/환경」참조)이며, 여기에는 작동/관찰(「작동/관찰」 참조), 동일성/차이, 현재적/가능적(「의미」참조)과 같은 다른 추가 구별들이 연결된다. (90쪽)
“이런 의미에서 리스크와 위험을 구별하는 것은 적절하다. 영향을 받는 체계에 의한 (또는 체계에 기인한) 결정으로 인해 가능한 피해가 발생하고 이 결정 없이는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만 우리는 리스크에 대해 말한다. 반면에 위험은 (다른 사람의 리스크 있는 결정을 제외한다면) 어떤 결정에도 귀속될 수 없는 가능적인 피해로 이해된다. 가령, 비가 올 때 젖게 될 위험(통제할 수 없는 환경적 사건)이 우산의 발명 이후에는 우산을 가져오지 않기로 결정한 결과에 의해 비에 젖게 될 리스크로 바뀌었다.” (97쪽)
“사랑은 상대방의 눈을 통해 세계를 구성하는 매체이다. 자아는 타자의 세계에 통합되고 이 세계 속에서 자신을 관찰하며 타자의 자기중심적 기획을 수용하거나 거부해야 하는 양자택일에 직면한다.”(135쪽)
“상징적으로 일반화된 소통매체들은 소통의 성공 개연성을 보장하는 특별한 구조들(「구조」 참조)이다. […] 그러한 소통매체들은 권력(또는 권력/법), 과학적 진리, 화폐(또는 소유/화폐), 사랑, 예술, 가치이다.”(158쪽)
“의미의 개념은 생명체계들(유기체, 두뇌)과 대조적으로 사회적 및 심리적 체계들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의미는 생명체계들과의 유비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적 및 심리적 체계들의 진화적 성취이다. 즉 의미와 생물학적 생명은 서로 다른 유형의 자기생산적 조직으로 구별되어야 한다.”(232쪽)
5. 옮긴이의 말
“이 책의 최초 간행본은 이탈리아어 판본(1989년)인데, 여기에는 루만이 직접 쓴 서문도 실려 있다. 즉 세 명의 저자들이 각 항목에 대한 원고를 쓰고 루만이 직접 이를 검토 내지 감수함으로써 공신력 있는 루만 개념사전의 기틀을 닦은 셈이다. 그 후 이 책은 1997년에 독어본 초판이, 그리고 2019년에 9판이 출간되어 현재까지 이십여 년 이상 루만 체계이론 이해를 위한 교과서 내지 필독서 구실을 하고 있다.” -(「옮긴이의 말」에서. 3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