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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위반에서 자연의 유희로

부제목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시기 프랑스의 괴물논쟁
출판일 2021-04-23
저역편자 이충훈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18,000
도서규격 양장본 | 358쪽 | 140x190mm
ISBN 979-11-89898-49-6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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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발행하며

 
“괴물은 신의 처벌인가, 자연이 만든 우연인가?”
 
이충훈의 저작 『자연의 위반에서 자연의 유희로』는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시기 프랑스에서 괴물이라는 주제를 놓고 예술과 과학의 두 관점이 가졌던 의미를 탐구하는 책이다. 괴물 논쟁의 의미를 이 시기에서 조명하는 이유는 고대에서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두려움의 존재였던 괴물의 존재를 이성으로 밝혀내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기이하게도 이어지는 낭만주의 시기에 괴물이 다시 끔찍한 모습으로 예술작품에 등장하여 괴물의 연구와 논쟁이 본격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놀라운 과학혁명을 가능케 했던 이 이성의 시대에 괴물은 이제 유쾌한 가상의 존재였음이 밝혀졌는데, 고야의 그림들, 사드의 소설에서 괴물이 더 끔찍한 모습으로 복귀했다는 점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 시대 예술가들은 인간 내부에 도사린 괴물의 특징에 주목했고, 과학자들은 해부학적 상동성과 상사성을 밝히면서 종종 과장되곤 한 괴물의 특징을 해소하고 약화하고자 노력했다.
 
저자는 “이 책은 괴물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상상력의 접근이 보여주는 격차를 강조하는 대신, 이 두 관점이 갖고 있는 일관성을 밝혀보고자 하는 시도”라고 머리말에 썼다. 이 시기 ‘과학적 접근’은 괴물을 해부하고 실험하면서 겉으로 보이는 끔찍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정상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 이제 괴물이란 정상과 본성상 차이가 없는 다양성의 산물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확실히 18세기 후반이 되면 괴물은 자연의 위반이기보다 자연이 마련한 놀라운 다양성의 증거로 간주되었다. 그러면서 정상과 비정상, 형상과 괴물을 나누는 절대적인 표지는 사라지고, 이 둘의 차이는 내재화되었고, 주관적인 것이 되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18세기에는 괴물을 지식의 영역에서 제거하고 추방하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중에도 괴물은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낭만주의 예술이 지식의 영역에서 추방된 괴물을 상상력의 영역에서 되찾는 것이다. 미와 추, 정상과 기형, 이성과 정념, 영웅과 괴물의 위계질서를 전복하고자 했던 낭만주의 예술에는 르네상스 시대에 상상했던 괴물보다 더 끔찍하고 더 잔혹한 괴물이 넘쳐난다. 이는 과학적 접근에서 이루어진 ‘자연이 마련한 다양성’의 예술적 상상력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빅토르 위고의 말을 인용한다. “미는 단지 한 가지 유형일 뿐이지만 추에는 수천 가지 유형이 있고, 미가 완전하기는 하지만 인간처럼 제한된 전체를 제공한다면, 이와 반대로 추는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전체를 제공하며, 이것은 인간이 아니라 고스란히 천지창조와 어울릴 만한 것”이라는…….
 
『자연의 위반에서 자연의 유희로』는 1, 2부로 나누어 모두 22개의 소제목을 달고 있다. 1부 ‘섭리와 무지’에는 괴물의 ‘어원과 의미’부터 시작하여 18세기 괴물 논쟁 등 8편이 실려 있다. 1부는 고대에서 18세기 말까지 괴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루면서 기이한 모습으로 태어나는 괴물들에 대해 전과는 다른, 갓 시작된 해부학, 생리학, 생물학, 분류학으로 적절한 답들을 찾아 세우는 입론의 장이다.
2부 ‘자연의 유희’는 괴물 분류학의 기초를 닦은 모페르튀로 시작한다. 모페르튀와 더불어 형이상학과 신학에 오랫동안 매여 있던 동물의 발생과 괴물 출현의 주제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우연과 유희로 탈바꿈 하게 된다. 이어 디드로의 모페르튀 비판과 함께 디드로 예술론을 접할 수 있다. 디드로에 의하면 “아무런 신체적 결함도 없고 완벽한 균형미를 갖추어 외관상 가능한 아름답게 보이도록 그린 그림 속 존재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공상에 불과한 존재로 이것이 바로 괴물”이다.
 
『자연의 위반에서 자연의 유희로』는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시대에서 사상과 예술, 과학이 괴물을 놓고 벌이는 논쟁의 집합이다. 발생론, 종교와 이성, 형이상학, 존재론과 인식론, 예술론, 물질과 생명에 관한 유물론 등 이 시기 지식인들이 괴물에 대해 꺼내 놓았던 모든 논변들을 담았다.
 
■ 지은이 소개 
 
이충훈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공부했다. 프랑스 파리 제4대학에서 『단순성과 구성: 루소와 디드로의 언어와 음악론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프랑스학과 부교수이다. 디드로의 『미의 기원과 본성』, 『백과사전』, 『듣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농아에 대한 편지』, 『자연의 해석에 대한 단상』, 장 스타로뱅스키의 『장 자크 루소. 투명성과 장애물』, 사드의 『규방철학』, 모페르튀의 『자연의 비너스』등을 번역했고, 『우리 시대의 레미제라블 읽기』, 『18세기 도시』를 공동으로 펴냈다.
 
■ 차례 
 
책머리에 5
 
제1부 섭리와 무지
어원과 의미 23
몽테뉴의 경우 53
상상력에 의해 태어나는 괴물 71
신이 어떻게 괴물을 지상에 내보낼 수 있는가? 89
발생이론과 괴물의 문제 99
18세기의 괴물논쟁 I 107
18세기의 괴물논쟁 II 123
18세기의 괴물논쟁 III 141
 
제2부 자연의 유희
모페르튀 155
뷔퐁의 유기분자와 내적 주형 이론 169
흑인과 백인의 잡종에 대한 모페르튀와 뷔퐁의 논의 185
노새는 괴물일까? 195
형이상학의 거부 205
존재론적 해석에서 인식론적 해석으로 221
형상과 기형 235
쌍두인의 초상 247
루소의 경우 263
늑대인간 루소 275
사드의 괴물 291
뷔퐁의 두 해석 303
이지도르 조프루아 생틸레르의 기형학 321
자연의 위반에서 자연의 유희로 339
 
참고문헌 349
 
■ 책 속에서
 
1690년에 출판된 『퓌르티에르 사전』은 괴물monstre을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경이로, 감탄이의 대상이거나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P. 78
고대 저자들과 그들의 권위를 따랐던 의사들은 산모의 상상력이 태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확신했다. 사실 이 시대에 부모와 자식이 닮지 않는 괴물이 태어나는 원인을 설명하는 데 다른 이유를 생각할 수 없었다. 괴물은 신의 분노의 산물이 아니라면 호기심과 욕망에 쉽게 빠져드는 인간의 잘못 때문에 태어난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상상력이 태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은 혼종의 결과로서의 괴물을 말끔하게 설명하는 손쉬운 길이었다. 그렇지만 의학과 해부학, 생리학이 비약적인 발전을 본 17세기에서 18세기 초에 이르기까지도 상상력 이론은 여전히 살아남았고, 강력한 상상력이 괴물과 기형을 초래한다는 설명은 당대 대표적인 철학자들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상상력에 의해 태어나는 괴물>) 
 
P. 166
형이상학과 신학에 오랫동안 매여 있던 동물의 발생과 괴물 출현의 주제는 모페르튀와 더불어 자연에서 일어나는 우연과 유희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더는 신의 섭리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신은 자신의 피조물에게 서로 사랑하여 자손을 퍼뜨릴 자유와 권리를 주었고, 그로 인해 그가 지은 세상은 다양성으로 더욱 아름다워진다. 간혹 괴물이 나타난대도 이는 방종한 인간에 대한 신의 징벌도 아니고, 불완전한 개체를 세상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신의 무능력의 증거도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에 존재하는 수많은 원인들로 인해 생명의 요소들의 결합에 차질이 생긴 결과일 뿐이다. -(<모페르튀>)
 
P. 225
그러므로 창조주든, 자연이든, 질서든 이런 용어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것을 가리키는 대신 그 과정이 사상된 추상적인 개념일 것이다. 따라서 디드로는 이들 개념에 본래 가졌던 역동성과 구체성을 되살려주고자 한다. 괴물의 경우도 이와 같다. 괴물을 자연의 위반, 창조주의 의지의 표현, 질서의 부재로 정의한다는 것은 결국 동어반복과 같다. 세상에 출현하는 다양한 기이한 존재들을 어떤 방식으로 ‘괴물’이라는 말로 종합할 수 있겠는가? 자연이 수많은 방식으로 작용한다면 괴물의 출현 역시 여전히 자연의 메커니즘 내부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존재론적 해석에서 인식론적 해석으로>) 
 
P. 245
관습화된 미적 규칙은 허구일 뿐 아니라 자연의 존재를 세상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괴물로 만들어버린다. 물론 신체적인 기형과 관람자의 눈에 충격을 줄 정도의 과도한 불균형을 가진 존재를 두고 그것에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 구현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추한 존재와 희화화된 존재는 다르다. 추한 존재는 보는 사람에게 첫눈에 불쾌감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를 어떤 맥락으로 배치하고 그의 몸이 가진 변화의 역사를 읽게 해준다면 관람자는 숭고의 감정을 갖게 된다. -(<형상과 기형-디드로의 예술론>)
 
■ 지은이의 말
 
분명 18세기는 괴물의 존재를 부정하는 시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에 알려진 괴물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강변하는 시대였다. 그렇지만 동시에 18세기만큼 괴물의 본질, 형태, 패턴에 대해서 열렬한 논의가 벌어진 세기도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다른 의미로 18세기 지식인들에게 괴물은 마치 강박관념처럼 존재하는 것 같다. 한쪽은 늘 괴물에 대해 말하고 다른 한쪽은 괴물에 대한 언급을 애써 피하고자 한다. -(<자연의 위반에서 자연의 유희로>, 346쪽)
…… 18세기 내내 관찰하고 해부하고 분류했던 괴물들이 이제 일부는 해부학의 대상으로, 일부는 발생학의 대상으로, 또 일부는 정신현상을 다루는 과학의 대상으로 흡수되었다. 과거에 괴물이 자연의 위반으로 규정되어 자연 속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했다면, 이제는 자연 속에 간혹 등장하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사건으로 간주되었으니 지식의 세계에서 또다시 추방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렇게 추방된 존재들은 일몰의 세상이 되면 끊임없이 경계를 넘어 우리 안으로 밀려들어 온다. 18세기 말, 고야의 판화 제목처럼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나는” 것이다. -(<자연의 위반에서 자연의 유희로>,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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