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소개
이 책 <현상학적 마음: 심리철학과 인지과학 입문>은 숀 갤러거ㆍ단 자하비의 THE PHENOMENOLOGICAL MIND: an introduction to philosophy of mind and cognitive science(2008)를 완역한 것이다. 이 책은 도서출판 b에서 <마음학 총서>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총서의 첫 번째 책이다. 이 기획과 번역은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의 박인성 교수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음학 총서>는 마음을 연구하는 과학과 철학, 즉 인지과학, 심리철학, 현상학을 불교의 한 유파인 유식불교의 관점에서 이해해 보고자 기획되었다. 이렇게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유식불교의 사상은 현상학이나 인지과학 등의 용어들로 해석되고, 이렇게 해석되는 과정에서 유식불교는 새로운 함의를 갖게 되거나 새로운 언어를 수용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 책 <현상학적 마음>은 세계 현상학계와 인지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책이다. 인지과학의 다양한 성과들을 정리하고 이를 철학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그간의 인지과학의 성과를 한 눈에 보고자 하는 분들, 또 이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얻고자 하는 분들은 이 책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현상학적 환원이나 형상적 변경 같은 현상학의 방법론들, 의식과 자기의식, 시간, 지각, 지향성, 신체화된 마음, 행위와 행위체, 타자 인지, 자기와 인격에 관한 현상학적 이해를 인지과학의 다양한 성과들을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현상학을 비롯한 철학 쪽에서 보면, 철학은 자신이 위빠사나의 활동이자 산물이면서도, 그 위빠사나가 사마디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또 이 사마디에 의존하면서 더 정세해지고 강건해진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예를 들어, 마음에 욕정이나 증오 같은 번뇌가 일어날 때 그 번뇌들이 다른 마음 상태들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설명할 수는 있었지만, 그 번뇌가 왜 일어나고 어떻게 일어나는지, 또 일어나는 번뇌를 어떻게 해야 끊을 수 있는지 알 수는 없었다. 불교의 사마디 방법을 통해서 철학이 사마디 능력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 이 번뇌들이 일어나는 과정과 제거되는 과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해서 윤리학이 윤리학으로서의 실질적인 의미를 획득하게 될 것이다.
■ 저자 소개
숀 갤러거 Shaun Gallagher
미국 멤피스 대학 철학과 석좌교수이자,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철학과 명예교수이다. The Inordinance of Time, How the Body Shapes the Mind, Brainstorming 등의 저서가 있고, Handbook of Phenomenology and Cognitive Science, The Oxford Hand- book of the Self 등의 편집서가 있다.
단 자하비 Dan Zahavi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주관성연구소의 소장이자 같은 대학의 철학과 교수이다. Husserl und die transzendentale Intersubjektivität, Self-awareness and Alterity, Husserl's Phenomenology, Subjectivity and Selfhood 등의 저서가 있고, Metaphysics, Facticity, Interpretation, Selfawareness, Temporality, and Alterity 등의 편집서가 있다.
박인성 朴仁成
휘문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불교학부 교수이다. <유식삼십송 풀이>, <아비달마구사론 계품-산스끄리뜨본ㆍ진제한역본ㆍ현장한역본>, <중론-산스끄리뜨본ㆍ티베트본ㆍ한역본>, <유식삼십송석-산스끄리뜨본과 티베트본의 교정ㆍ번역ㆍ주석>, <니야야빈두/니야야빈두띠까-산스끄리뜨본> 등의 역서가 있고, 「삼장가타에 대한 규기의 해석」, 「의식의 솔이심에 대한 규기의 해석」, 「유식이십론 게송 10에 대한 규기의 해석」, 「대승장엄경론의 아홉 심주에 관한 연구」, 「문장의 의미파악과 5심에 관계에 대한 태현의 해석」 등의 논문이 있다.
■ 차례
감사의 말 5
1. 서론: 심리철학, 인지과학, 현상학 11
2. 방법론들 33
3. 의식과 자기의식 85
4. 시간 127
5. 지각 159
6. 지향성 189
7. 신체화된 마음 227
8. 행위와 행위체 267
9. 우리는 어떻게 타자들을 아는가 301
10. 자기와 인격 349
11. 결론 383
참고문헌 393
옮긴이 후기 421
미주 433
찾아보기 453
■ 책 속에서
심리철학이나 인지과학 입문 교재들의 대부분은 서로 다른 형이상학적 입장들, 곧 이원론, 유물론, 심신일원론, 기능주의, 제거주의 등을 기술함으로써 전체적 논의를 시작하거나 이 논의의 틀을 잡는다. 우리는 우리가 말하고 있는 것을 확실히 알기도 전에, 우리 자신을 형이상학적으로 결정해야 하며, 이 입장들 중 어느 하나에 충성을 선언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현상학은 이러한 종류의 문제들을 한쪽으로 치워버리고, 괄호치며, 경기장 밖으로 몰아내고서는 대신에 우리에게 탐구 중에 있는 현상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청한다. 현상학의 기저를 이루는 이념들 중 하나는, 이러한 형이상학적 문제들에 사로잡히게 되면 실질적인 주제 곧 경험과 단절되는, 고도로 기술적이고 추상적인 논의들로 퇴보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현상학을 위한 에드문트 후설의 격률이, ‘사태들 그 자체로 돌아가라!’였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이 말로 현상학의 고찰들은 사태들이 경험되는 방식에 기초해야 하지, 이해될 수 있는 것을 단지 모호하게 하고 왜곡시킬지도 모르는 다양한 외부적인 관심사들에 기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심리철학과 인지과학의 한 가지 중요한 관심사는 경험의 다양한 구조들에 대해 현상학적으로 섬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20쪽~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