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소개
도서출판 b에서 <니체사전>이 나왔다. <칸트사전>, <헤겔사전>, <맑스사전>, <현상학사전>과 함께 전 5권으로 기획한 <현대철학사전> 시리즈가 <니체사전>의 출간으로 완간되었다.
<니체사전>은 일본의 고분도(弘文堂) 출판사에서 출간된 <ニーチェ事典>을 번역하여 우리말 순서에 따라 사항들을 다시 편집하고, 거기에 ‘한국어판 니체 저작 및 연구 문헌 일람’을 덧붙인 것이다. 니체 철학과 관련된 전문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은 연구자들과 니체 사상의 전모를 해명하는 데서 빼놓을 수 없는 현대 사상 및 19세기 독일 문화 전문가들 약 40여 명이 집필자로 참여한 이 <니체사전>은 니체 사상의 기본 개념들 및 니체 연구와 관련된 기본적인 약 570여 개의 사항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철학적으로 중요한 개념들의 경우에는 독자적인 논문의 분량으로 충실한 해설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부록으로 ‘니체 연보’, ‘다양한 니체 전집에 대하여’, ‘문헌 안내’, ‘한국어판 니체 저작 및 연구 문헌 일람’도 덧붙여져 있으며, 상세하고도 치밀한 사항 색인과 인명 색인, 저작명 색인도 포함되어 있어 독자들의 사전 이용에 차질이 생겨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2009년부터 차례차례 출간된 ‘현대철학사전’의 <칸트사전>, <헤겔사전>, <맑스사전>, <현상학사전>은 많은 연구자들에게 현대 철학 편람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으며, 많은 학생들에게는 각 철학자의 주요 텍스트를 읽어나가는 데서 개념적 지도를 제공하는 안내자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이 방대한 각각의 '사전'들을 통독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함께 모여 읽는 모임들마저 조직되기도 했다. 이제 이 <니체사전>도 연구자들과 학생들, 그리고 니체의 세계에 입문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그러한 편람과 개념 지도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 지은이 소개
□ 엮은이
기마에 도시아키(木前利秋): 1951년 출생. 오사카 대학 인간과학부 조교수<br> 다카하시 준이치(高橋順一): 1950년 출생. 와세다 대학 교양학부 교수 <br>미시마 겐이치(三島憲一): 1942년 출생. 오사카 대학 인간과학부 교수 <br>오누키 아츠코(大貫敦子): 1954년 출생. 가쿠슈인 대학 문학부 교수 <br>오이시 기이치로(大石紀一郎): 1960년 출생. 도쿄 대학 교양학부 조교수
□ 옮긴이
이신철(李信哲):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논리학>, <진리를 찾아서>, <철학의 시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칸트사전>, <헤겔사전>, <맑스사전>, <니체사전>, <현상학사전>, <역사 속의 인간>, <신화 철학 1, 2>, <그리스 철학과 신>, <헤겔>, <헤겔의 서문들>, <학문론 또는 이른바 철학의 개념에 관하여>, <헤겔 정신현상학 입문>, <현대의 위기와 철학의 책임>, <헤겔과 그의 시대>, <독일 철학사>, <헤겔 이후>, <청소년을 위한 철학 인터뷰> 등이 있다. 현재 카이스트에서 강의하고 있다.
■ 차례
서문 ⅰ
옮긴이 서문 ⅲ
집필자 일람 ⅵ
사용 안내 ⅶ
항목 ㄱ ~ ㅎ……………………………………………………1~646쪽
부 록………………………………………………………………647~719쪽
- 니체 연보
- 다양한 니체 전집에 대하여
- 문헌 안내
- 한국어판 니체 저작 및 연구 문헌 일람
색인………………………………………………………………721~751쪽
- 우리말 색인
- 구미어 색인
- 인명 색인
- 저작명 색인
■ 지은이의 말
본 사전의 기획은 …… 니체의 번역도 다 나오고 해설서도 다양화되고 일본에서의 수용 역사에도 그 나름의 중층성이 나타난 사태를 발판으로 하여 니체를 다각적으로 사전으로서 다루어보자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이 기획을 받아들이게 된 배경에 놓여 있는 것은 첫째, 1980년대와 더불어 점점 더 첨예함을 증대시켜 온 니체의 현실성이다. 이제 니체는 파시즘에 결과적으로 도움을 준 사상가라든가 니힐리즘이나 힘에의 의지, 영원회귀나 초인을 실없이 떠들어댄 광기의 철학자와 같은 이미지로는 더 이상 다 마무리되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현대 서구 문명을 생각하는 데서 중요한 실마리가 되었다. 둘째, 이를 위해서는 일단 니체를 그가 살았던 시대의 맥락으로 옮겨 놓고 재구성하는 작업이 불가결하지만, 이 점과 관련해서 일본에서는 그다지 많은 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셋째, 니체 수용의 다면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물론 그것은 우리의 손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다소나마 단서라도 만들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강 이 정도가 기획 수용의 배후에 놓여 있었다.” “그런 까닭에 반드시 니체를 전문으로 하고 있지 않은 분들에게도 감히 공동 편집자의 역할을 맡아 주실 것을 부탁하기로 했다. 현대 사상에 밝은 분들과 독일 19세기의 문화적 맥락이나 니체를 최초로 수용한 시대에 대한 연구 실적이 있는 분들이 그런 분들이지만, 니체 전문가로서 지식을 쌓고 있는 분들이 빠질 수 없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전을 가능한 한 다양한 관점에서 만들자는 것이 그렇게 한 취지다.
(……)
하지만 강단 철학자와 달리 전문 용어만 하더라도 니체의 경우에는 제한되어 있다. 개념사적인 발상에서 접근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또한 수용의 경우에도 항목 선정 단계에서조차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지역이나 문화에 한계가 있다. 니체와 교제가 있었던 인물도 의외로 많다. 니체에게 있어 중요한 유럽의 과거 사상가나 문학자도 상당수에 이른다. 무리라도 하고 싶지만 실패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나아가 니체의 용어는 아니지만 현대의 눈으로 보아 재구성할 수 있는 것들도(예: 계몽의 변증법, 페미니즘) 받아들이기로 했다. 항목 선정이 예상외로 난항을 겪은 끝에 마침내 대략 570항목을 선택하여 분류했다. …… 집필 방식도 사전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롭고 다소 주관적인 강세를 지니는 것으로 했다. -<서문>에서
니체는 “나는 인간이 아니다, 나는 다이너마이트다”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만약 누군가가 우리에게 왜 니체에게 하나의 사전이 바쳐져야 하는지 묻는다면, 우리는 그가 실제로 다이너마이트였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철학적 테러리스트만큼 그토록 많은 것을 파괴함으로써 전혀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사상가는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니체는 체계적․형이상학적 철학에 대한 반대와 아포리즘적 사유의 개현, 그리스도교와 유럽 문화에 대한 비판과 피안에 대한 어떠한 전망도 지니지 않는 삶에 대한 긍정, 보편주의적 도덕에 대한 반란과 역사 과정에서의 도덕적 표상들과 가치들의 성립에 대한 명민한 분석을 통해 우리에게 우리가 처한 정황을 전혀 다른 개념들을 가지고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인간 영혼과 문화의 심층에 대해서나 도덕적 성취들의 의문스러움을 통해 드러나는 정신의 위협에 대해 그야말로 민감하게 사유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
물론 우리는 가령 니체의 정신적 자서전 <이 사람을 보라>를 읽어나갈 때 어떤 인간적 당혹감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으며, 나아가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니체의 빛나는 심리학적․현상학적 통찰들과 그의 영롱한 언어와 문체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식론과 존재론 및 윤리학이 변증법적으로 일관되지 못하다는 생각을 숨길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진술들에서는 수많은 모순들이 발견되는바, 그에게서는 서로 양립하기가 어려운 자연주의자와 급진적 해석학자, 모럴리스트와 냉소가, 사형의 반대자와 폭력의 찬미자, 자유주의자와 전체주의자, 낭만주의자와 냉정한 예술 심리학자 등등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의 이념 세계에서는 미학적 민감성과 심리학적 명민함 그리고 문헌학적-역사학적 지식이 논리적 지성과 일관된 형이상학에 대한 감수성을 동반하지 않은 채 성취되어 있는 것이다.
(……)
그러나 그에게서 발견되는 이러한 내적 비일관성과 근본적인 가치 회의주의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우리가 그와는 다르게 사유하고자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니체를 위대한 사상가로서 인정할 뿐만 아니라 또한 성실히 연구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당대의 문화, 과학, 예술, 철학의 천박함을 누구보다도 꿰뚫어보는 가운데 그 위선적인 문화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했고, 급기야는 자기 절멸에 이르기까지 그것과 성실히 대결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떠한 의심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옮긴이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