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소개
도서출판 b에서 시리즈로 기획한 현대철학사전 중 제1권인 『칸트사전』이 올해 초 나온 제2권『헤겔사전』에 이어 이번에 출간되었다. 이 사전은 일본에서 158명의 칸트 연구자들에 의해 집필된『カント事典』(弘文堂, 1997)을 완역하여 출간한 것이다. 칸트 철학의 기본개념들과 칸트 연구에서의 핵심사항들을 다루는 항목들 800여개와 원고지 8,000여장에 이르며, 더불어 그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칸트의 강의록들에 대한 해설 및 칸트 연구와 관련된 다양하고 폭넓은 참고자료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칸트 철학은 그 이전의 철학사 전체가 그곳으로 흘러들어오고 또 그 이후의 모든 철학들이 그곳으로부터 발원하고 있는 하나의 광대한 호수에 비유될 수 있다. 또한 칸트의 사유 속에서는 철학적 사유의 모든 근본문제들과 기초개념들이 다듬어지고 있다. 따라서 칸트 철학에 대한 독해는 그 자체로서 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유 일반에 대한 이해와 우리의 자기이해를 위해 단적으로 필수적인 과제이다. 그러나 칸트의 저작들을 이해하고 관련된 철학적 쟁점들을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이러한 어려움은 우리에게 칸트의 텍스트를 독해할 수 있는 개념적 지도와 영향작용사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 사항들에 대한 설명이 주어져 있지 않은 데 기인한다.
독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이『칸트사전』은 칸트 철학의 풍부한 내용들을 명확하게 서술할 뿐만 아니라 텍스트 비판과 현대 철학과 연관된 칸트 연구의 다양한 문제 국면들을 빠짐없이 제공함으로써 이후 칸트 연구가 한층 더 전진하기 위한 바탕을 구축하는 인상적인 성취를 이룩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칸트사전』은 처음으로 칸트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상적인 출발점이자 칸트 철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위한 필수적인 자료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칸트사전』은 칸트 이해와 연구를 위한 안내자가 필요할 때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비판기 이전과 이후를 포함하여 칸트 철학 전반에 걸친 안내서의 부재를 아쉬워하며 칸트 독해의 어려움을 토로했던 이들은 이『칸트사전』과 더불어 비로소 더할 나위 없이 명료하고 친절한 교사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자신이 독일 철학 연구자이기도 한 번역자 이신철 씨는 우리에게 바로 그와 같은 사전을, 그것도 최선의 것으로 제공해주었다. 우리말로 옮겨진 이 사전은 말끔하게 읽힌다고 자부한다.
이 사전은 또한 다음과 같은 점에서도 의의를 지닌다. 일본의 칸트 연구 역량이 총 결집하여 성취한 이『칸트사전』은 성실하게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가는 일본의 인문학 연구자들의 덕목을 유감없이 실현해 보여준다. 각각의 항목들에 대한 서술들은 바로 이러한 덕목으로 반짝이고 있다. 또한 이『칸트사전』은 칸트 철학이 일본에서 수용된 다양한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칸트에 대한 ‘창조적 독해’의 방향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 점 때문에 우리는 이웃나라 일본의 인문학적 성취에 찬사를 아끼지 않아야 하며, 그것이 최고의 성취일 때 이를 번역하여 우리 것으로 하는 데 조금도 망설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선 이『칸트사전』을 비롯한 다양하고도 방대한 사전 작업들이 바로 그것들일 것이다. 우리로서는 이 번역의 출간을 계기로 한국의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사전이 지닌 학문적 의의를 깨우치고 그에 대한 취미를 되살릴 수 있길 기대한다.
최근 우리 학계에서는 칸트의 중요저작에 대한 훌륭한 번역들과 독자적인 연구서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이는 물론 척박한 상황 속에서도 진지하게 헌신하는 연구자들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출발점에 놓여 있고, 비어 있는 구석들에 대한 아쉬움 역시 크다 할 것이다. 이런 시점에『칸트사전』의 출간은 우리가 그렇게 고대해마지 않았던 가뭄의 단비와 같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이 사전이 학생들과 연구자들을 촉발하여 좀더 분발하게 만들기를, 그리하여 머지않은 훗날 칸트 연구와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적 사유 일반이 이곳에서 다시 꽃필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덧붙이자면, 지금 이『칸트사전』과 이미 출간된『헤겔사전』에 이어 이후『마르크스사전』,『니체사전』,『현상학사전』등 현대철학사전 시리즈가 연속적으로 출간될 것이다. 각권 동등한 비중으로 엮인 이 사전 시리즈는 명실공이 21세기용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이 시리즈에 포함된 사전들이 모두 1990년대 중후반의 저작들로서, 종래의 철학사전류에서 보이는 다소 편향된 이념적 관점을 지양할 뿐 아니라 최근의 학문적 성과들까지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바, 이것 자체가 이 사전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지은이 소개
□ 엮은이
[편집고문]
사카베 메구미(坂部 惠)___ 1936년 생. 오비린(桜美林) 대학 국제학부 교수·도쿄(東京) 대학 명예교수
아리후쿠 고가쿠(有福孝岳)___ 1939년 생. 교토(京都) 대학 통합인간학부 교수
[편집위원]
구로사키 마사오(黑崎政男)___ 1954년 생. 도쿄(東京) 여자대학 문리학부 교수
나카지마 요시미치(中島義道)___ 1946년 생. 덴키추신((電氣通信) 대학 교수
마키노 에이지(牧野英二)___ 1948년 생. 호세이(法政) 대학 문학부·교수
오하시 요이치로(大橋容一郎)___ 1952년 생. 조치(上智) 대학 문학부 교수
이시카와 후미야스(石川文康)___ 1946년 생. 도호쿠가쿠인(東北學院) 대학 교양학부 강사
후쿠타니 시게루(福谷 茂)___ 1953년 생. 교토(京都) 대학 문학부 교수
□ 옮긴이
이신철(李信哲):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형이상학과 인식론, 독일관념론, 특히 헤겔 철학을 공부했다. 현재 건국대학교와 숭실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박사학위 논문인 「방법으로서의 체계—헤겔 ‘논리의 학’을 중심으로」가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진리를 찾아서>, <주체사상과 인간중심철학>, <한국철학의 탐구>, 옮긴 책으로는 <순수이성비판의 기초개념>,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학문론 또는 이른바 철학의 개념에 관하여>, <역사 속의 인간>, <헤겔사전> 등이 있다.
■ 차례
서 문 ⅰ
옮긴이 서문 ⅱ
집필자 및 협력자 일람 ⅴ
사용 안내 ⅶ
항목 ㄱ ~ ㅎ……………………………………………………1~507쪽
부 편………………………………………………………………508~534쪽
- 칸트 강의록 해설
- 18세기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사
- 18세기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의 강의요강
부 록………………………………………………………………535~624쪽
- 칸트 관계 역사지도
- 칸트 상세 연보
- 학술원판 칸트 전집 수록 작품 목록
- 한국어판 칸트 저작 및 연구문헌 일람
- 일본어판 칸트 저작 일람
- 칸트 구미어 문헌표
색 인………………………………………………………………625~676쪽
- 우리말 색인
- 구미어 색인
- 인명 색인
- 저작명 색인
■ 지은이의 말
18, 19세기 독일 고전 철학의 의의를 현대의 관점에서 재발견하고자 하는 시도는 오늘날 텍스트 비판의 비약적인 충실화와 현대 철학과의 활발한 교류를 배경으로 하여 여러 분야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칸트에 관해서도 특히 1960년대 이후 이미 30년 남짓 분석철학, 실천철학, 사회철학, 해석학 등의 새로운 충격 아래 이루어진 안팎의 연구 상황은 여전히 신칸트학파의 영향이 남아 있던 그 이전 시기와 비교해 볼 때 그야말로 사태를 일신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분명히 눈부신 진전을 이루었다.
이러한 새로운 상황에 부응하여 일본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고 있는 칸트 연구자들의 힘을 총결집하고 거기에 해외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아 오늘날의 관점에서 칸트 철학의 다양한 문제 국면들의 파노라마를 제공함으로써 이후 연구의 더욱 비약적인 진전을 위한 준비를 갖추어 나가자는 것이 이 사전 기획의 취지이다.
1993년 5월 마침내 출범한 이 기획은 백 몇 십 명에 이르는 집필자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력을 받아 칸트 시대와 우리 시대라는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커다란 변혁기가 서로 교차되는 양상을 다양한 측면으로부터 개관할 수 있는 모양의 안내서로서 이제 결실을 맺었다.-<서문>에서
최근 우리 학계에서는 칸트의 중요저작들에 대한 훌륭한 번역들과 다양한 영역에 걸친 깊이 있는 독자적 연구서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칸트 철학이 지닌 중요성에 비추어볼 때 이는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칸트의 철학체계와 그 사유의 도정은 그 이전의 철학사 전체가 그곳으로 흘러들어오고 또 그 이후의 모든 철학들이 어떤 모양으로든 그곳으로부터 발원하고 있는 하나의 광대한 호수에 비유될 수 있다. 또한 칸트의 사유 속에서 우리는 철학적 사유가 관여해야 할 모든 영역의 근본문제들과 기초적인 개념들이 다듬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다면 칸트 철학에 대한 독해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다른 여러 철학들에 대한 이해와 우리의 자기 이해를 위해 단적으로 필수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칸트의 저작들을 충분한 이해를 갖추어 독해해 나가고 각각의 주제와 관련된 철학적 쟁점들을 정리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칸트가 다루고 있는 주제의 방대함과 가닥을 찾기 어렵게 얽혀 있는 개념들의 그물망, 나아가 칸트 철학에 대한 서로 대립하기까지 하는 너무도 다양한 해석들은 그때마다의 텍스트 독해 시도를 일종의 자기 회의의 경험으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마냥 미로를 헤맨다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 칸트의 텍스트를 독해할 수 있는 개념적 지도와 영향작용사와 해석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기초적 사항들에 대한 설명이 주어져 있지 않은 데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형편에서 최근 비약적으로 충실화된 텍스트 비판에 기초하여 칸트 철학의 의의를 현대의 관점에서 재발견하고자 하는 이『칸트사전』은 우리에게 칸트 철학의 기초개념들과 기본사항들 및 그것들의 체계적 연관을 제공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칸트의 텍스트들을 거침없이 독해해 나가고 칸트의 철학을 둘러싼 다양한 연구의 논쟁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