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의 소개
다자이 오사무 전집 제3권 유다의 고백이다. 유다의 고백에는 다자이 문학 중기에 접어든 작품 24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들이 집필된 중기의 시기는 다자이가 비교적 생활의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1936년, 파비날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 중이던 다자이는 형 슈지에게 과거를 청산하고 성실히 살 것을 서약하고 병원에서 퇴원한다. 그리고 1939년, 스승이었던 이부세 마스지의 소개로 이시하라 미치코를 만나 재혼을 하게 된다. 당시 다자이는 혼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에 없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데, 이런 다자이의 모습에서 그가 ‘갱생’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렇듯 비교적 밝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인간 다자이’의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으로 「달려라 메로스」를 꼽을 수 있다. 「달려라 메로스」는 주인공 메로스가 폭군 디오니스에 대항하여 친구와의 ‘신뢰와 우정’을 지키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는 한 편의 미담으로, 메로스는 다자이다운 주인공을 기대하고 있던 독자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줄 정도로 건전하고 아름다운 인물이다. 이 글에서는 ‘태어나서 죄송합니다’(「이십세기 기수」, 전집 제2권)라고 절망을 담아 한탄하던 다자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한편, 제3권의 후반부의 수록된 작품 「젠조를 그리며」는 당시의 다자이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이 단편은 당시 안정적인 날들을 보내던 ‘인간 다자이’와는 달리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던 ‘작가 다자이’의 또 한 번의 전환기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고향과 출세에 대한 미련을 접고 평생을 ‘길거리 음악가’로 살겠다는 작중 ‘나’의 결심은 당시 현실과 문학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던 다자이의 ‘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자신의 ‘어리석고 융통성 없는 음악’이 모두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놀림거리가 되더라도 그것을 끝까지 고집해 나가겠다는 ‘소설가 다자이’의 이 선언은, 그 후 더없이 안정적인 작풍을 보이며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던 다자이의 또 한 번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것일 터이다.
2. 지은이 소개
■다자이오사무太宰治
1909년 일본 아오모리 현 북쓰가루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 1936년 창작집 만년으로 문단에 등장하여 많은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사양은 전후 사상적 공허함에 빠진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양족’이라는 유행어를 낳을 만큼 화제를 모았다. 1948년 다자이 문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인간 실격을 완성하고, 그해 서른아홉의 나이에 연인과 함께 강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했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그의 작품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거나 영화화되는 등 시간을 뛰어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재원(제3권 유다의 고백 옮긴이)
부산대학교 졸업,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다카하시 도시오의 호러국가 일본(공역), 다자이 오사무 전집 중 유다의 고백,생각하는 갈대, 우치다 햣켄의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나쓰메 소세키 서한집 등이 있다.
3. 차 례
■ 제3권
유다의 고백
팔십팔야 7
농담이 아니다 31
미소녀 37
개 이야기 49
아, 가을 69
데카당 항의 75
멋쟁이 어린이 85
피부와 마음 97
봄의 도적 123
세속의 천사 165
형 179
갈매기 193
여인 훈계 213
여자의 결투 221
유다의 고백 279
늙은 하이델베르크 301
아무도 모른다 319
젠조를 그리며 333
달려라 메로스 357
고전풍 375
거지 학생 397
실패한 정원 453
등불 하나 461
리즈 469
| 작품해설 |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중기의 다자이 오사무 477
옮긴이 후기 485
다자이 오사무 연표 489
다자이 오사무 전집 한국어판 목록 493
다자이 오사무 전집을 펴내며 495
4. 옮긴이의 말
다자이는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여전히 건재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저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할 뿐’이라고 한탄했던 다자이의 그 말들이 이제는 ‘다자이 명언’으로 자리 잡아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유다의 고백, 옮긴이 후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