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소개
다자이 오사무 전집이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도서출판 b에서 한국어판 <다자이 오사무 전집>(전 10권)이 완간되었다. 출판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자그마한 출판사에서 뚝심을 발휘하며 2011년 전집 발간을 기획하고 3년 만에 완주를 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들은 여러 출판사에서 이미 소개가 되었지만 전집이 완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20세기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특히 <사양>, <인간 실격>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말년의 작품들은 패전 후 실의와 허무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선풍적 인기를 누리기도 하였는데 사후 6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다자이 오사무는 더욱 활발히 읽히고 있다. 일본 문학계에서는, 사상적 혼돈에 빠졌던 20세기를 풍미했던 다자이라는 아이콘이, 21세기 들어 경제 불황과 높은 실업률,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으로 방황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시금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 전집은 일본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누군가에게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는 창이 되는 동시에, 인생의 터널 속에 갇힌 누군가에게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며 어깨를 다독이는 위로의 책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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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제8권은 <사양>이다. <사양>에는 다자이의 후기 대표작인 「비용의 아내」, 「사양」을 포함한 1946년 7월부터 1947년 10월에 걸쳐 발표된 소설 열한 편에 더하여, 1945년 1월에 발표된 고전 각색 작품 「새로 읽는 전국 이야기」를 실었다. 다자이는 전후 민주주의의 광풍 속에서 도쿄 미타카의 옛집으로 돌아와 방탕한 생활을 거듭하며, 세상과 자신을 동시에 비판하면서도 해학이 담긴 내용의 작품을 다수 발표한다.
표제작 「사양」은 다자이 생전의 최고 히트작이자 첫 베스트셀러로, 패전 후 좌절에 빠져 있던 당시 일본인들에게 큰 공감을 사면서 몰락한 상류계층의 사람을 일컫는 ‘사양족’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새로 읽는 전국 이야기」는 에도 시대의 대중 소설가인 이하라 사이카쿠의 고전을 각색한 단편 모음이다. 이는 제7권에 수록된 「옛날이야기」와 더불어 다룰 수 있는 소재에 많은 제약이 있었던 시대에 작가로서 살아남고자 애쓴 흔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다자이 문학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자학’과 ‘해학’의 정신을 골자로 쓰인 이들 옛날이야기의 향연은 웃음과 더불어 감동까지 선사한다.
■ 지은이 소개
• 다자이오사무太宰治
1909년 일본 아오모리 현 북쓰가루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 1936년 창작집 <만년>으로 문단에 등장하여 많은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사양>은 전후 사상적 공허함에 빠진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양족’이라는 유행어를 낳을 만큼 화제를 모았다. 1948년 다자이 문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인간 실격>을 완성하고, 그해 서른아홉의 나이에 연인과 함께 강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했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그의 작품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거나 영화화되는 등 시간을 뛰어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최혜수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졸업. 일본 문부성 초청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와세다 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다자이 오사무 전집 중 <사랑과 미에 대하여> <정의와 미소> <쓰가루> <사양>과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를 읽는다>, 다카하시 도시오의 <호러국가 일본>(공역) 등이 있다.
■ 차 례
남녀평등 7
친한 친구 31
타앙탕탕 57
메리 크리스마스 79
비용의 아내 93
어머니 127
아버지 143
여신 159
포스포레센스 173
아침 183
사양 191
새로 읽는 전국 이야기 341
| 작품해설 | 「사양」을 이해하기 위하여―창작 배경과 ‘혁명’의 의미 501
옮긴이 후기 515
다자이 오사무 연표 519
<다자이 오사무 전집> 한국어판 목록 523
<다자이 오사무 전집>을 펴내며 525
■ 옮긴이의 말
번역을 하면서 지나치리만치 많은 쉼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제의 문제, 끝없이 이어지는 만연체 등등, 아마도 다자이 오사무를 번역한 적이 있는 모든 번역가들이 겪었을 난해한 문체를 마주하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어떤 판단을 내려야 했다. 물론 그 판단 기준이 된 것은 내가 가진 지식과 동료들의 조언이었다.
좋은 번역이란 외국어와 한국어 실력, 해당분야 지식의 세 박자가 다 맞아 떨어져야 가능하다. 그리고 그 세 박자가 다 맞아 떨어지기에는 내가 아직 모자라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일본어와 한국어 실력이 이미 어느 정도 굳어진 나이에, 지금 내 수준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번역이 바로 이번 다자이 오사무 전집 번역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양>, 옮긴이 후기에서
■ 추천사
스무 살 무렵 <인간 실격>을 읽으며, ‘요조’라는 두 글자가 나올 때마다 동그라미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요조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만들고 또 부르고 있습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모쪼록 저를 이해해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저는, 지금, 그저, 요조로 살아가는 삶이 정말 행복할 뿐입니다. -요조(가수)
좋아하는 작가는 여러 명 있지만 그중에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다자이 오사무를 들 것입니다. 열네 살 때 <만년>을 접한 이래 중고등학교 시절 전집을 즐겨 읽었고 그 후로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고 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무언가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제게 다자이의 소설은 크리스트교 신자들의 성서와도 같아서, 책을 펼칠 때마다 작고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나곤 합니다. -유미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