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발행하며
도서출판 b에서 교육문예창작회의 시집 <세월호는 아직도 항해 중이다>가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출간되었다. 교육문예창작회는 1989년 12월에 창립되어, 문학을 통하여 교육과 사회, 역사를 고민하는 교사 문학 단체이다. 이 시집에는 교육문예창작회 회원 26명이 참여했다. 시인들마다 2-3편 내외로 세월호를 중심으로 현실 문제들을 담아낸 신작시들을 모은 앤솔로지이다. 세월호 참사 3년의 세월이 흐른 뒤, 선생님들이 붓을 들어 그 비극을 노래한 것이다.
지난 세월호 참사에서 특히 어린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이 컸기 때문에 교사 문인들의 관심은 어쩌면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관심이 이 시집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들은 이 시집의 발간사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돌이켜 보면 그해 사월의 진도 앞바다, 참혹하게 져버린 꽃잎들이 우리를 여기로 이끌었다. 탄식과 울음으로, 회한과 반성으로, 분노와 다짐으로 이어지는 날들이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 세월호는 올라왔지만 아직 인양하지 못한 진실이 바다 저 깊은 곳에 잠겨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쓰는 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세월호가 3년 만에 물 위로 떠올라 이제 막 뭍으로 옮겨지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아직도 미수습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시점에서, 문학이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교육문예창작회가 펴낸 이 시집은 희생된 넋들을 달래는 넋풀이이며 그들의 부활을 기원하는 진혼가라고 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 권순긍은 이 시집의 발문에서 “여기 실린 시들은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하며 사랑으로, 미안함으로, 부끄러움으로, 애틋함으로, 때로는 분노로 그리고 피눈물로 써내려간 시다. 시의 미학적 완성도에 앞서는 그런 복잡한 정서들이 이 시 속에 녹아 있다. 304명이 죽어간 세월호의 진실이 이럴진대 문학적 수식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이 시들은 그 진실을 증거하고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고 그 의미를 부여한다.
한편 교육문예창작회는 이 시인들을 중심으로 2016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안산에 있는 ‘4․16기억저장소’에서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261명을 기억하는 시낭송 행사 ‘금요일엔 함께하렴’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등 현실의 삶을 문학으로 담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때 쓴 시들은 4월 10일부터 국회를 비롯하여 각 시도 교육청 등에서 순회 시화 전시회를 열 계획을 갖고 있다.
■ 지은이 소개
□ 교육문예창작회 교육문예창작회는 1989년 12월에 창립되었으며, 문학을 통하여 교육과 사회, 역사를 고민하는 교사 문학 단체이다. 부정기 간행물인 <교육과 문예>를 펴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시낭송 행사 ‘금요일엔 함께하렴’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등 현실의 삶을 문학으로 담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 참여 시인 김경옥 김경윤 김영언 김윤현 김종인 김진경 김태철 나종입 도종환 박두규 박일환 배창환 송 언 송창섭 신경섭 신현수 안준철 이봉환 이응인 이중현 임덕연 조성순 조영옥 조재도 조향미 최성수
■ 차례
들어가는 말 5
김경옥 어미의 말 12
숟가락 16
한 송이 18
김경윤 내 마음의 맹골수도 20
미안하다 아이들아, 용서하지 마라 대한민국 22
김영언 베개를 베고 누운 교복 26
해일 29
나무 베는 식목일 31
김윤현 세월호 이야기 33
위험한 징후들 35
김종인 고백 36
그네 유문 38
파랑나비 41
김진경 전설 45
새벽 첫 전철, 심청 46
와불 48
김태철 세월호 이야기 50
광화문 지킴이 52
유난히 밝은 별 엄마 55
나종입 혁신도시로 이주한 후배 K에게 57
토종과 외래종 59
80년 광주에서 2016년 성주까지 61
도종환 화인 62
깊은 슬픔 64
캡틴 오 캡틴 69
박두규 세월호는 아직도 항해 중이다 71
우리가 꿈꾸는 나라 73
박일환 그 교실 78
팽목항에서 1 80
팽목항에서 2 82
배창환 이산 85
세월호, 이후 86
송 언 이유는 한 가지 88
겨울 팽목항 90
세월호의 저주 91
송창섭 하늘나라 우체통 93
팽목항 바다 95
맹골수로 97
신경섭 여기 99
송전탑등 103
광장 촛불 105
신현수 아, 팽목항에서 107
7만 2천원 112
노근리에서 묻는다 115
안준철 나는 아직 애도하지 않았다 120
꽃들이 울고 있더라 123
이봉환 팽목항에서 125
닭그네야, 너는 거기서 그네를 타렴 126
이응인 그곳엔 아직 사람이 있다 127
이중현 맹골수도에서 133
목숨의 꽃불 135
임덕연 어디서나 출렁이는 바다 137
동거차도 미역 140
조성순 세월 142
교사 구보 씨의 일일 1 144
다른 길 147
조영옥 출석부 150
믿지 않을래요 믿을래요 152
오늘도 광화문에서 156
조재도 꼭두각시 줄 끊어졌다 158
속삭임 160
조향미 우리 모두 열일곱 살 162
울음소리 167
최성수 양지꽃 169
순한 귀 171
성주, 원주 173
발문 l 권순긍 177
시인 약력 188
■ 본문에서
<세월호 이야기>
김태철
아이의 얼굴은 물빛으로 드러난다
사람들은 아이의 얼굴을 보고 바다라 말하지만
아이의 얼굴에 깃든
물고기와 돌미역을
어쩌지 못한다
아이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사라질 줄 모른다
쳐들어도 쳐들어도 기어코 곤두박질치는 것이
파도가 아니라 바람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평생 파도만 볼 줄 알고 바람은 볼 줄 모른다
아이의 얼굴 속에 바다가 스며든다
바다가 아이인지 아이가 바다인지
잠적해버리고 만 아이의 얼굴에
꿈틀대는 욕망과 소비를
어쩌지 못한다
우리는 누구인가 대답은 해도
내가 누구인지를 몰랐던
오이디푸스의 비극이
잠잘수록 커지는
목 디스크 환자의 저린 손끝인 것을
어쩌지 못한다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가 누구인지를
세월호 앞에 우리들이 아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처절한 통찰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걸
나는 어쩌지 못한다
* * *
<캡틴 오 캡틴>
도종환
지금 배가 기울고 있다
승무원들은 제 위치를 지켜라
승객들을 먼저 구해야 한다
목숨을 거는 일은 내가 맨 앞에 서겠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배에 남겠다
이렇게 지휘하는 선장을 우리는 갖지 못했다
승객들을 구하다가 살아남는 사람도 있고
남은 살렸지만 자신은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최후의 한 사람까지 구하라 그러면
신의 손길이 여러분을 붙잡아 주실 것이다
어린아이와 여자를 먼저 구하라
이렇게 눈물로 명령하는 선장은 어디 있는가
교사들은 대피로로 학생들을 인솔하고
남학생들은 여학생을 먼저 배에 태우고
구명조끼가 부족하면 승무원은 조끼를 양보하고
갑판장은 구명뗏목을 바다에 던져라
바다의 신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이렇게 위기를 헤쳐 나가는 선장은 왜 없는가
마지막 한 사람의 운명까지 구하고
배와 함께 가라앉은 선장을 찾다가
캡틴 오 캡틴 하고 울부짖는 승무원은 어디 있는가
그의 영혼과 함께 가슴에 묻을 선장
푸른 바다와 함께 영원히 출렁이는 선장
그런 우리의 선장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 시인의 말
<진실을 새기는 마음으로>
교육문예창작회 창립 초기에 <우리는 날마다 이긴다>라는 제목의 회보를 낸 적이 있다.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난 선생들이 권력의 탄압에 굴하지 않겠다는, 마침내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의지와 낙관을 담은 제목이었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촛불을 들고 날마다 이기는 싸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싸움의 한편에 시를 쓰는 교사들이 있다. 분필을 들던 손으로 촛불을 들고, 촛불을 드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 그렇게 모인 시들이 여기 오롯하다. 돌이켜 보면 그해 사월의 진도 앞바다, 참혹하게 져버린 꽃잎들이 우리를 여기로 이끌었다. 탄식과 울음으로, 회한과 반성으로, 분노와 다짐으로 이어지는 날들이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 세월호는 올라왔지만 아직 인양하지 못한 진실이 바다 저 깊은 곳에 잠겨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쓰는 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날마다 이기는 싸움을 위해 숨을 크게 쉬고, 눈을 부릅떠 멀리 보고, 펜을 들어 꾹꾹 눌러 써야 한다. 진실을 새기는 마음으로 여기서 한 발 더 내딛어야 한다. 사월의 바다에서 새로운 해가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이긴다. 끝내 이기고야 만다.
■ 추천사
‘교육문예창작회’는 전․현직 교사들이 모여 만든 문학 단체이다. 이 땅의 선생님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붓을 들어 그 비극을 노래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이 매일 보는 자신의 제자들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하며 사랑으로, 미안함으로, 부끄러움으로, 애틋함으로, 때로는 분노로 그리고 피눈물로 써내려간 시다. 시의 미학적 완성도에 앞서는 그런 복잡한 정서들이 이 시 속에 녹아 있다. 304명이 죽어간 세월호의 진실이 이럴진대 문학적 수식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이 시들은 그 진실을 증거하고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 ― 권순긍(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