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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은여우

시리즈 b판시선 012
기타사항 2016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ㅣ2016 송수권시문학상 수상
출판일 2016-04-25
저역편자 이은봉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9,000
도서규격 반양장본ㅣ163쪽ㅣ124x194mm
ISBN 979-11-87036-07-4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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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발행하며

 
 
도서출판 b에서 이은봉 시인의 시집 <봄바람, 은여우>가 출간되었다. 이은봉 시인은 1984년 <창작과비평> 신작 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를 통해 등단한 이래 이로써 10번째 시집을 펴낸다.
 
이은봉 시인의 시는 예나 지금이나 삶의 현장을 토대로 구축해왔다. 개인적 체험과 공통 현실은 구체적 삶을 조성하는 두 가지 핵심요소인데 시인의 시적 개성은 이 둘이 거의 겹쳐 있는 데에서 발생한다. 이번 시집도 예외는 아니나 형이상학적 사유가 두드러지게 전면에 드러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인의 연륜이 시적 세계를 삶에 대한 회상과 성찰의 태도로 이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회상과 성찰은 시인의 시선을 자주 허공으로 옮긴다. 이 허공은 이번 시집의 주요 시적 공간인데 그곳은 바람이 노니는 공간이다. 바람이 노니는 공간은 바로 지상으로부터 하늘을 향해 비상할 수 공간인데 시인은 “내 날개는 찢겨져버렸다 부러져버렸다 꺾어져버렸다.”(「꿈」)고 진술하고 있다. 말하자면 시적 주체는 허공으로 비상하고 싶으나 이미 꺾인 날개를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는데 그 날개 꺾인 장소는 굳건하다고 믿고 있었던 지상이라는 현실은 아니었을까 하는 점에서 성찰이 시작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바람, 은여우>는 가볍고 경쾌하다. 이은봉 시인은 이번 시집을 ‘바람의 시집’으로 읽어주기를 기대한다. ‘시인의 말’을 요약해보면 바람은 사람이었다가 세상이었다가 역사가 되고, 바람은 공기이고 소리이고 언어이고 기표이자 기의이며, 바람은 형상이자 형상이 아니다. 마치 선문답과도 같은 이율배반의 진술이 연속된다. 막연한 과거나 추억으로서의 회상이라면 시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삶의 다양한 속성과 세밀한 결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가볍고 경쾌해질 필요가 있다. 시집의 표제시인 「봄바람, 은여우」에서 봄바람은 그야말로 생명의 경쾌함을, 은여우는 야생의 활달함을 북돋고 있다. 봄바람은 은여우 덕분에 까불대며 빛나게 되고, 은여우는 봄바람 덕분에 변덕스럽고 화사해진다.
 
문학평론가 김종훈은 권말의 해설에서 이 시집의 특징을 “첫 번째 특징은 변화무쌍한 바람과 맞물려 시집이 지향하는 의미가 어느 하나로 고정될 수 없다는 것을 일러준다. 두 번째 특징은 평면에 깊이를 확보했던 것처럼 차원을 하나 늘려 봄의 풍경에 다른 시간이 있다는 것을 환기한다. 바람은 여기에서 종잡을 수 없는 실체이면서 동시에 다른 세계의 존재를 암시해주는 전달자이다.”라고 요약하면서, “이 시집은 「소나무 자식」에서 시작하여 「창공」으로 끝난다. 지상에서 시작하여 천상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소나무를 푸르고 싱싱하며 굳세고 강건한 사람과 연관 지을 때(「소나무 자식」) 창공에 오랜 꿈과 희망이 있다고 말할 때(「창공」) 어디서나 건강한 희망을 기원하는 그를 찾을 수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  
 
 
 
■  지은이 소개
  
 
□ 이은봉(李殷鳳) 시인
1953년 충남 공주(현, 세종시)에서 출생했다.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삶의문학 제5호에 「시와 상실의식 혹은 근대화」를 발표하며 평론가로, 1984년 <창작과비평> 신작 시집 <마침내 시인이여>에 「좋은 세상」 외 6편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활동했다. 시집으로 <좋은 세상>, <봄 여름 가을 겨울>,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 <무엇이 너를 키우니>, <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 <책바위>, <첫눈 아침>, <걸레옷을 입은 구름> 등이 있고, 평론집으로 <실사구시의 시학>, <진실의 시학>, <시와 생태적 상상력>, <화두 또는 호기심> 등이 있다. (사)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
 
 
 
■  차례
 
 
시인의 말        5
 
제1부 거친 귀
 
소나무 자식        15
앵남역        16
봄바람, 은여우                18
물오리        20
골짜기에 나자빠져 있는 바람        22
江돌        24
생각        26
바람이 좋아하는 것        28
끈        30
금요일의 바람        32
봄바람        33
쥐똥나무 울타리        34
바람의 발톱        36
거친 귀        38
지쳐빠진 바람        40
바람의 이빨        42
절개지        44
다리        45
 
제2부 달리는 바람
 
꽃        49
흔들의자        50
제가 누구인지 모르는 바람        51
잎사귀가 찢긴 황금나무를 어루만졌다        52
미화정 산책        54
저도 많이 외로웠으리라        56
왼손으로 턱을 괴고 쪼그려 앉아 있는 바람        58
이팝나무 한 그루        59
달리는 바람        60
안개꽃 더미        62
홀황        64
거미        66
바람의 본적        68
돼지        69
바람의 손        70
잎새들        72
그냥 그렇게        74
각시탈        76
 
제3부 더러운 피
 
허공        79
오색딱따구리        80
돌과 바람의 시        82
4월         84
자꾸만 찾아오는 시        86
대나무 평상 위에 누워        88
모기        90
철없는 바람이라니        91
꿈        92
시냇가 버드나무 가지처럼        94
바람아        96
물과 돈        98
미친바람        100
부자 되세요        102
바람의 문자         104
구름바다        106
더러운 피        108
다이너마이트        110
 
제4부 도선사 근처
 
나무, 나무, 나무        115
도선사 근처        116
오렌지 두 개        117
평사리 들판        118
바람의 칼        120
그렇지 세상, 온몸으로        122
절골집 공부        124
싸락눈, 대성다방        126
조국        128
매미        129
바람의 집        130
연꽃을 밟으며 당신은        133
내게는 늘 귀했다        134
촛불 속에는        136
바람의 파수꾼        138
매화꽃 언덕        140
무등북        142
창공        144
 
해설ㅣ김종훈        145
 
 
 
■  본문에서
 
 
「봄바람, 은여우」
 
 
봄바람은 은여우다 부르지 않아도 저 스스로 달려와 산언덕 위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은여우의 뒷덜미를 바라보고 있으면 두 다리 자꾸 후들거린다
온몸에서 살비듬 떨어져 내린다
햇볕 환하고 겉옷 가벼워질수록 산언덕 위 더욱 까불대는 은여우
손가락 꼽아 기다리지 않아도 그녀는 온다
때가 되면 온몸을 흔들며 산언덕 가득 진달래꽃 더미, 벚꽃 더미 피워 올린다
너무 오래 꽃 더미에 취해 있으면 안 된다
발톱을 세워 가슴 한쪽 칵, 할퀴어대며 꼬라지를 부리는 은여우
그녀는 질투심 많은 새침데기 소녀다
짓이 나면 솜털처럼 따스하다가도 골이 나면 쇠갈퀴처럼 차가워진다
차가워질수록 더욱 우주를 부리는 은여우, 그녀는 발톱을
숨기고 달려오는 황사바람이다.
 
 
* * *
 
 
「대나무 평상 위에 누워」
 
 
감나무 아래, 대나무 평상 위에 다시 눕는다
눈 감았으면서 뜨고, 뜨면서 감는다
그러는 사이 감나무 잎새들
보이면서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면서 보인다
감나무 아래 대나무 평상 위에 누워 나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홍시들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가
그늘이 펼쳐지기를 기다리는가
홍시들 사이, 그늘들 사이 푸르른 하늘이 나타나면서 사라지고, 사라지면서 나타난다
하늘 가까이 새하얀 뭉게구름 몇 점도 그렇게 나타나면서 사라지고, 사라지면서 나타난다
있으면서 없고, 없으면서 있는 저것들 사이
언뜻언뜻 허공이 보인다
있으면서 없고, 없으면서 있는 저것들, 허공으로 솟구치면서 가라앉고, 가라앉으면서 솟구친다
허공이 만들면서 지우는 저것들
내게서 나가면서 내게로 들어오고 있다.
 
 
 
■  시인의 말
  
 
< 바람에 관한 몇 가지 상념>
 
 
바람은 무엇인가. 바람은 누구인가. 바람은 어디서 살고 있나. 바람은 몇 살인가. 질문으로, 상념으로 존재하는 것이 바람이다.
 
바람은 사람이다. 사람은 바람이다. 바람은 세상이다. 세상은 바람이다. 바람의 역사를 살고 있는 것이 사람이다.
 
바람은 공기이고, 돌은 흙이다. 공기인 바람도 4원소 중의 하나다.
 
바람은 소리다. 바람은 뜻이 아니다. 바람은 언어다. 기의언어가 아니라 기표언어다.
기표바람은 기의바람을 끌고 다닌다. 기의바람은 기표바람을 쫓아다닌다.
기의바람을 만드는 것은 기표바람이다. 기표바람을 따라 기의바람은 그때그때 살짝 태어났다가 사라진다. 기표바람을 따라 금방 날아가는 잠자리 같은 기의바람!
기표바람이 기의바람을 만드는 곳은 상황, 선택과 배열의 관계다.
 
기표바람은 잠깐 기의바람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기표바람은 그렇게 이미지다.
 
움직이는 것이 바람이다. 바람은 움직이는 기氣다. 운기運氣하는, 활동하고 움직이는 기!
바람은 ‘바라다’라는 동사의 명사다. 바람은 희망이기도 하고, 꿈이기도 하다.
희망이나 꿈처럼 바람은 이루어지기도 하고,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 저 혼자 봇도랑에 처박혀 있기도 한다.
사람은 말한다, 바람은, 꿈은, 희망은 이루어진다고.
바람이, 꿈이, 희망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바람은 하단전下丹田에서 솟구쳐 오르는 욕망의 기표이다. 그렇다. 바람은 리비도의 기표다.
거개의 바람은 붕새처럼 하늘로 솟구쳐 오르지 못하고 텃새처럼 산기슭의 초가집 주변이나 맴돈다.
 
바람은 추상이나 관념으로 이해되기 쉽다. 바람은 추상이 아니라 구상이다. 바람은 끊임없이 형상이다. 이때의 형상을 누구나 다 바로 읽어내는 것은 아니다.
바람은 형상이 아니다. 나뭇잎을 흔들거나 비닐봉지 따위를 날려 형상을 이룰 뿐이다. 형상이 이미지를 가장 중요한 자질로 삼는 까닭이 여기 있다.
 
바람이 만드는 형상도 이미지다. 아니, 바람 자체가 이미지다.
언어도, 문자도 이미지다. 바람이 만드는 저 많은 언어를, 문자를, 이미지를 누가 다 읽어낼 것인가. 나는 겨우 몇 개를 골라 시로 해독해 볼 따름이다.
 
이처럼 바람은 미지未知이다. 본래 미지로부터 오는 것이 이미지이다. 이미지인 바람이라는 말로 만든 시! 여기 그 물질이 살짝 있다.
 
 
 
■  추천사
 
 
이은봉의 시에는 온통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에 어울리는 제목들이 있다. 이 바람들은 숲을 흔들고 지나가는 서정적인 가락은 아니다. 시대와 겨루던 땀의 흔적이 더께로 앉은 창틀에서 밀치고 젖히는 문짝과 풍지가 떨리는 소리를 내는 창에 부는 바람이다.
바람은 창밖 공간에도 이어져 거미와 매미, 머루와 다래 등 삼라만상에도 휘감기니 이것은 우주의 생태와 호흡을 함께 하는 바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의 본색에 중심을 두고 바람에게 말한다. 타고 흐르는 뜬구름에서 내려와 땅에 뿌리를 내리고 미루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머리칼을 날리라고 한다. 비록 절개지가 되어 생명의 풍경과 존재의 이미지들이 파괴되어 있고,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12층 공중무덤 납골당으로 자러 돌아가지만 빈 납골당은 저도 많이 외롭다. 뉴타운 아파트 단지라지만 검은 시멘트 숲을 걸어가다가 희고 뽀얀 강돌 한 개를 줍는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나. 강가라면 멋지게 물수제비라도 띄우고 싶다.
  꼭 강가가 아니면 어떠리. 시인은 푸른 빈 하늘에 바람을 띄우듯이 아름답고 작은 돌을 던질 수도 있다. 이 시인에게도 한때는 조국이라는 말만 들어도 온몸이 부르르 떨리던 시절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조국 같은 것은 없어져 버린 것 같은 시대가 왔다. 강과 모래를 팔아서라도 부자가 되려고만 한다. 햇빛을 팔아먹으려면 하늘을 개발해야 하나.
  열정과 고뇌를 잊고 바람처럼 살더라도, 다시 세상 사랑할 수도 있다고 이은봉 시인은 넉넉하게 다짐하고 있다. -구중서(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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