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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유감

시리즈 b판시선 053
기타사항 2023 문학나눔 선정 도서
출판일 2022-09-28
저역편자 최세라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12,000
도서규격 반양장본ㅣ124 x 194mm l 143쪽
ISBN 979-11-89898-80-9
구매처

콜센터 유감_앞표지.png

 

“신자유주의 시대 비정규직 노동에 관한 인류학적 보고서”

 

 

 

1. 이 책을 발행하며

 

   최세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콜센터 유감>이 출간되었다. 시집에는 다양하게 비정규직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내면 의식이 집중적으로 그려진 시 50편이 4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시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편의점, 피자가게, 이삿짐센터, 대리운전, 배달, 택배기사, 콜센터, 경비원,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등등 우리가 일상에서 늘 마주치는 사람들이자 우리들 자신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말해 이 시집은 신자유주의 시대 비정규직 노동에 관한 인류학적 보고서이자 만인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비정규직 노동은 신자유주의 체제하에,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극도로 만연한 불안한 노동 형태이다. 그리고 문학에서 평범한 개인의 일상과 노동 현실에 초래한 변화의 비극성을 곧잘 반영하였다. 하지만 시에서 그 작업은 아주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 최세라는 이번 시집에서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변화된 노동 형태와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천착을 보여준다. 

   나아가 비정규적 노동은 특히 감정노동이 이루어지는 산업현장의 비중이 높은데 최세라의 시들이 그 변화된 노동이 개인의 내면이나 감정구조에 끼치는 영향을 놓치지 않고 있어서 더욱 돋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노동자에게 바쳐진 연대의 기록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문학평론가 고봉준은 오늘날의 노동 형태가 이루어지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비정규직 제도는 어느덧 고용의 일반적인 형태로 굳어져 더 이상 제도 자체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그것을 ‘능력’의 문제로 간주하여 노동자와 노동자의 분열을 부추기는 자본의 목소리만 드높은 시절”이라고 규정하면서 “최세라의 시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비정규적인 방식으로 노동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보여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그 너머를 상상하도록 만든다.”고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2. 지은이 소개

 

최세라 시인: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1년 시와반시로 등단하고 시집으로 복화술사의 거리, 단 하나의 장면을 위해가 있다.

 

 

3. 차례

 

시인의 말 5

 

제1부 눈 밑으로 쏟아지는 유성우

세라의 시급 10

로라와 편의점과 나 12

맥잡─타임아웃 14

세라의 시식 코너 16

피자 굽기 18

카톡 20

위험을 설계합니다 22

포장이사 24

장난감공장 26

패턴실과 여름 28

애견미용 30

세라의 굿잡 32

완료형 34

 

제2부 새벽잠은 노곤한 밥풀을 수억 개씩 달고

대리운전 38

라이더 40

구내식당 42

2020, 걸레를 빨다 46

샴푸실에서 48

피트니스 전단 50

택배 분류 52

도배하다 55

김밥을 말다 58

노선버스 60

병실에서 62

이월 64

 

제3부 사람 하나가 캐비닛 서랍처럼 차고 깊은 물질이 되어

플랫폼에서 68

레드 문 69

번아웃 70

우리에게 거미만큼의 지혜가 있었다면 72

두해살이 74

4시 40분 A.M. 76

눈꺼풀 나비 78

택시 운전 80

82

빈칸 84

대체로 흐림 86

오월 88

검은 구두코에 기댄 달빛 90

 

제4부 귀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은

콜센터 유감⎯재즈콰르텟 94

콜센터 유감⎯녹취록 96

콜센터 유감⎯흡음 시스템 98

콜센터 유감⎯뮤트 100

위탁 판매 102

필터링 104

야간 경비 106

외근 108

강물 110

1인분 112

무선조종 탱크 놀이 115

면접⎯스캐닝 117

 

ㅣ해설ㅣ 고봉준 119

 

 

4. 본문에서

 

<포장이사>

 

20년 만에 이사 가는 집이라고 

팀장이 고개를 저으며 이(齒)로 테이프를 뜯는다

 

웅성거리는 물건들

 

세라는 신발을 신은 채 안으로 들어간다

발끝으로 상자들을 밀어낸다

주인은 나가지 않고 세라의 발끝을 노려본다

 

이빨 빠진 접시들이 수납장에 가득하다

보라색 파티용 냅킨도 구겨진 채 쌓여 있다

주인이 걸리적거린다 

사모님, 여긴 제가 정리할게요

세라는 애써 발랄하게 말한다

 

응급실에서 쓰던 거예요 거기서

마지막 생일파티를 열어줬어요

보라색 냅킨을 든 주인이 울먹인다 

주인이 걸리적거린다 그러나

 

웬만한 건 쓰레기로 처리해

팀장이 바삐 다가와 툭, 던지고 간다

 

이 집은 원룸으로 가는 거니까

 

잡동사니뿐인 주방 살림인데

갑자기 세라는 손이 느려진다 울지도 않는데

치우는 일이 어려워진다

세라는 새삼스러워져

방이 세 개 있고 아직 벽이 탄탄한 실내를 찬찬히 본다

 

가족사진이 있다 사진 속에 네 사람이 활짝 웃고 있다

 

세라는 주인의 벗은 발을 본다

새끼발가락에 초승달처럼 돋은 물혹을 본다

 

* * * * * *

 

<콜센터 유감⎯뮤트>

 

1

헤드셋의 검은 쿠션 사이에 끼어서 존재할 때

나는 목이 없다 좌우를

둘러볼 목이 없다 거미처럼

머리가 가슴으로부터 솟아올라 있다

입술은 심장에 연결돼 있어 말할 때마다

피가 가열된다

 

2

언니, 상담 중에 일곱 번이나 뮤트 키를 눌러서 내 목소리를 소거했어 네 번은 흐느꼈고 세 번은 욕을 했어 정말 치밀어오르게 하는 건 내 목소리가 돈이 될지 늘 생각해야 한다는 거야 언니, 누군가 내 콜을 듣고 있어 누군가 내 콜 품질을 관리하고 있어 어떤 경우를 당해도 미소가 없는 목소리는 불량품인 거야 언니, 숨이 쉬어지지 않아 감시가 없는 말짱한 바깥을 보고 싶어 우리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늘 블라인드로 가려 주는 창문 너머

 

3

거미가 붙어 있다 

조그만 소리가 날 때마다 한 줄에 하나씩 분배되는 콜을 받는다

거미는 가슴이 머리고 머리가 가슴이라서

가슴이 시키는 말만 할 수 있지만 

 

그물에 걸린 저의 소리를 찢고 삼키면서도

거미는 거미줄을 그만둘 수 없다

 

 

5. 시인의 말

 

가로등 밑으로 비가 흩날리고 있다

늘 그렇듯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조명된 세계뿐이다

 

빗물들, 나날들, 사람의 절망들, 조명되지 않는 곳에서 무수히 쏟아져 내릴 

 

여기 수록된 시들은 애써 걸으며 흔들렸던 날들의 기록이자 가깝게 껴안던 지인들의 전언이기도 하다 

 

 

6. 추천사

 

누구나 일을 하지만, 무슨 일이라도 하며 살아야 하지만, 그것을 ‘노동’이라 말하는 것을 꺼려하기도 하지만, 최세라 시인은 외려 그 노동의 세부를 끌어안고 탐문하며 함께 겪게 하고, 앓게 하는 일을 추동하는 사람 같다. 어두운 곳에서는 작은 불빛만으로도 큰 쓸모가 있듯, 그는 시라는 흐린 불빛 하나 들고 구체적인 동사를 짊어진 사람들을 해체하고 조립한다. 젖은 자가 또 젖어야 하는 삶을 운명처럼 견디는 만인의 노동평전이랄까. 아니 이 시는 조난 신호이자 공생하자는 타전이리라. ‘사람이 스쳐 갈 때마다 우는 배역’만 맡았던 시인으로서, ‘귀에서 눈물이 흘러’ 나오는 사람으로서, 그러나 시인도 우리도 내내 꿈꿀 것이다. ‘당장 꺼질 것 같은 바닥이 점점 높아지는 삶’들을. 높지 않아야 할 것들이 높지 않고, 낮지 않아야 할 것들이 높아지는 보다 평평해지는 세상을, 시는 다만 그들의 등을 조금 더 밀어주는 손바닥 같은 것인데 그녀가 밀어준 등들이 많아서 지문도 흐릴 것만 같다. -문동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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