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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어느날

시리즈 b판시선 044
출판일 2021-07-09
저역편자 박남원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10,000
도서규격 139쪽 | 124 X 194mm
ISBN 979-11-89898-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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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발행하며

 
“쓸쓸하고 고요한 시절에 띄우는
위안의 시”
 
박남원 시인의 신작시집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어느 날>이 도서출판 b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시집에는 어떤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풍경에 쓸쓸함과 고적함을 담은 59편의 시가 5부로 나뉘어 수록되었다.
박남원 시인은 요즘 잘나가는 소위 586세대다. 시인 또한 이력으로 보아 586세대로서 1980년대를 온몸으로 관통하는 삶을 산 듯하다. 그러나 그의 시적 주체는 이제 60대로 접어든 자신의 좌표에서 지난 시대를 되돌아보며 그 의미를 묻고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시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시집의 제목에 ‘사랑’이라는 말을 붙였지만, 사랑이 아니라면 도무지 올 수 없는 곳에 도달한, 그러나 더 먼 곳으로 가라는 사랑의 대책 없는 주문 앞에 망설이다가 다시 길을 나서는 한 인간의 순정한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는 있었으나 / 정작 당신을 만날 수 없어 쓸쓸했던 // 그런 날 이상하게 당신이 / 조금 왔습니다. // 당신 아닌, /실은 당신보다 더 당신이 / 강물 위에 노을이 되어 떠 흘렀습니다.”(「당신을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그런 어느 날」)와 같은 연애시 형식을 띠고 있는 시들에 등장하는 당신은 “숨은 신”으로 작용한다. 하나이면서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숨은 신은 사랑의 모순을 여실히 보여준다. 당신은 늘 없었으며, 하여 만날 수 없는 존재지만 어느 날 당신은 조금 와 있는 존재이며 “당신보다 더 당신”인 실체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경이감을 노래하고 있다.
 
박남원의 시가 기대고 있는 다른 하나는 기행의 형식을 통해 존재의 의미와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금강산과 연이은 우리 땅 북단에서부터 땅끝마을까지 그가 호명하는 지명은 실로 다양하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유람으로서의 그것이 아니라 노동 현장 혹은 성찰의 공간과도 밀접한 관련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피상적 낭만주의와는 일정한 거리를 가진다. 가령 어느 섬에 들어 노을을 바라보면서 “살아오는 생 내내 빛이 단지 빛일 뿐이었다면 도대체 저 마지막 노을의 장엄함은 무엇이겠는가.”(「석모도의 노을」)라고 노래하고 있다.
“바람 불고 노을 지는 길 위에서/ 가끔은 힘들고 외로웠지만 / 그래도 내가 머물 곳은 다른 곳은 아니어서 / 여전히 그늘진 자리에 머물러 있는 내 자신에게 / 한편으론 자랑스러운 마음도 조금은 있었지. // 하지만 그마저 자랑스럽지 않았다면 / 얼마나 쓸쓸한 일이었을까. / 세상은 얼마나 쓸쓸했을까.(「나무 아래서」) 누군가의 사랑의 모습은 역동적이고 화려할 수도 있겠지만 저물어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쓸쓸하고 조용하기만 사랑의 길 위에서 자랑스러웠다고 말할 수 있는 자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  지은이 소개
 
박남원
1960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숭실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했다. 1989년 <노동해방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으로 <막차를 기다리며>, <그래도 못다 한 내 사랑의 말은>, <캄캄한 지상> 등이 있다.
최근작 :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어느날>,<캄캄한 지상> … 총 2종
 
■  차례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균열의 기억 13
잊힌 후 14
한적한 강원도 어느 산골의 오후 16
당신을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그런 어느 날 17
내 안에 머물던 새 18
떠난 들녘 20
꽃처럼 봄이 진 이후에야 22
달맞이꽃 23
북한산에 눈이 내리면 24
겨울, 바닷가에서 26
물푸레나무에게 27
 
제2부
 
선자령에서 31
겨울 수기리에서 32
비행기고개를 넘으며 34
저 견고한 세상의 문은 열릴 줄을 모른다 36
저녁 무렵 실상사에 들러 38
동안거 40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42
파사성에서 44
풀씨제 46
저문 들녘의 꽃들을 위하여 48
구권이 길 떠나던 날 50
쓸쓸한 봄밤 52
대관령에서 53
 
제3부
 
초파일 신륵사에서 57
순리를 위하여 58
바람의 언덕 61
산이 무너지는 소릴 들었네 62
악어의 눈물 64
나무 아래서 66
고달사지에서 68
눈 오는 들판에서 70
반야원에서 71
궁평리 연가 72
천덕봉을 오르며 74
 
제4부
 
가을 항구에서 77
김주열 열사 묘지에 들러 78
객토 80
강물이 바다에 이를 때까지 82
시간에 대한 고찰 86
소한 추위 88
땅끝에서 90
백장암에서 92
당신 가신 날 94
그 덕에 잘 있었다 96
3월에 내리는 눈 98
화암사 99
 
제5부
 
설리 103
그리하여 아주 사소하게 나는 104
나에게 행복이라는 것은 106
단풍나무 숲을 걸으며 108
섬강 두물머리에서 110
경비원 김씨 112
석모도의 노을 115
밤티재길 116
용기가 없었던 탓에 118
누가 힘겹게 봄을 오게 했는지도 모르고 119
죽림정사 120
저 먼 별까지 혼자 걸어갈 테니 122
 
ㅣ해설ㅣ 우대식 123
 
■  본문에서
 
<대관령에서>
 
아니다, 아니다 하며
세월이 흘렀다.
 
잠시 꽃이 피고 겨울이 오고
산도 계곡도 파도에 휩쓸려
눈구름 속으로 침몰해 들었다.
 
그림자 하나가 떠 있었다.
그림자 하나가 길을 잃었다.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쌓여
길조차 길을 잃고 눈을 맞았다.
 
눈은 마침내 대관령을 집어삼키고
 
백두대간……
솟구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그런 세월이 내내 흘렀다.
 
<바람의 언덕>
 
세상에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한 생애 이끌고 온 그대 발자국들인들 무슨 의미 있으랴.
 
거제도 바람 부는 언덕에 가면
바다로 난 길 쪽은 언제나 바람이 불고
저마다 빛을 내는 저 많은 몽돌들도 그 위쪽 동백도
환한 웃음 곁에는 언제나 바람이 훑고 간 흔적.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밤새 그대에게 쓴 편지가 무슨 의미 있으랴.
 
<저 먼 별까지 혼자 걸어갈 테니>
 
언젠가 나 죽어 내?영별식장에는
굳이 바쁘신데 오실 일 없으시네.
살아 내내 외로움으로 지내는 동안
언제부턴가 외로움에 터를 잡게 되면서
마음 편히도 그렇게 살게 되었으니
마지막 외로움도 실은 해탈로 가는 한 길목 아닌가.
나 그간 잊고 지내던 이승의 노래 한 소절
목질의 목소리로 흥얼거리며
저 먼 별까지 혼자 걸어갈 테니……
 
■  시인의 말
 
크고 작은 삶의 우여곡절들이 시집 한 권 낼 여유조차 없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렇더라도 누더기가 몸을 떠나지 못하듯 시가 내게 그랬다.
돌이켜보면 시가 물질적으로 가져다준 것은 없었지만 싫든 좋든 여기 담겨 있는 시들은 어쩔 수 없이 내 삶이고 나로서는 누가 뭐래도 소중한 정신적 분신들이다.
갈수록 세상이 힘들어지는 것 같다.
산하나 넘으면 더 높고 험한 산과 마주하게 되는 이 쓸쓸하고 어려운 세상에 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뭐가 있겠는가. 외롭고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이 시집이 조그마한 위로라도 줄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  추천사
 
박남원 형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전화에 남아있는 마지막 메시지는 4년 전의 안부를 묻고 있다. ‘아니다, 아니다 하며’(?대관령에서?) 또 그만큼 세월이 지났나 보다. 형이 15년 만에 시집을 내겠다며 하필이면 불민한 후배를 떠올린 건 띄엄띄엄 희미하게나마 이어온 청춘의 인연 덕분이다.
형의 시에서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끊임없이 떠나간다. 그러나 남은 그에게 돌아갈 곳이란 없기에 그저 머무른 채 기억을 곱씹는다. ‘세상 다 돌려보내고 나서 남은 허기’(?겨울 수기리에서?)는 외로움을 포태하지만, 처량하기보다 끝내 새뜻하다. 일말의 신파마저 세월에 문질러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몸부림치거나 울부짖거나 한탄하지도 않는다. 빈털터리의 시간을 노동과 기억으로 채우고 아슬아슬한 평화와 위안을 찾을 뿐이다. ‘균열의 기억’을 지우는 마지막 페인트공으로서, 조용하고 가만한 그 붓질이 쓸쓸하여 아름답다.
남원이 형은 그만큼의 세월 동안, 시를 살았던 게다. - 김별아 (소설가)
 
가문 날 야윈 땅에 구절초가 아프게 연둣빛을 회임할 무렵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봄날 꽃처럼 가뭇없이 지워진 옛시를 그리워하였으련만 잊혀지는 것이 오히려 흥복인 시절 그 시가 그날 조용히 찾아오신 것이다. 화엄이 화염이었던 노여운 연대기를 함께 썼던 그 사람 나의 옛시 남원이었다. 그는 잊혀질 권리야말로 비루한 세속에서 마지막 신성이라고 확신하는 듯 ‘사람들에게 잊힐 것 다 잊힌 후’ 강원도 외진 산골에서부터 물푸레나무숲 은성한 해남 미황사에 이르기까지 산하처처 아스라이 먼 곳을 홀로 품어 '움의 기억을 찾지 못한 꽃씨들을 찾'아 떠돌았던 것! 남원 시인은 애이불비 아득한 시간을 탁본하여 돌아온 것! ‘전기안전관리자’ 자격증을 가슴에 품고 우리 곁으로 생환한 것! 그 쯩證… ‘그 덕에 잘 있었다’니… 오호라 그러나 그러나 ‘저 견고한 세상의 문은 열릴 줄을 모른다’고 옛시께선 또 비감에 드는 것이니 어쩌랴. 원래 시인은 승자가 아니라 패자의 숙명에서랴! 그리하여 ‘이 위험천만한 가속’ 앞에서 시는 만고역적의 눈으로 먼 곳을 수행처 삼아 사숙하는 것이었으니 도달할 수 없는 곳 바로 그곳이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당신의 거처라니… - 홍일선 (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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