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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

시리즈 b판시선 041
출판일 2021-01-29
저역편자 정세훈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10,000
도서규격 135쪽 | 124 X 194mm
ISBN 979-11-89898-46-5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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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발행하며

 
정세훈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동면>이 출간되었다. 50편의 시가 4부로 나누어 구성된 시집이다. 정세훈 시인은 시집 권두의 ‘시인의 말’에서 “우리의 문학은 산업화와 자본으로부터 점령당한 인간의 삶의 본질을 찾아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여 우리 사회를 진정한 인간의 삶을 위한 장으로 구축해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듯이 노동자적 시선으로 자신과 주변의 삶과 풍경을 포착하는 시들로 채워져 있다.
 
시집 제목으로 내세운 ‘동면’이란 겨울이 지난 후 봄에서 가을까지 이어질 새로운 삶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겨울 동안의 긴 잠이다. 그래서 동면의 시간 속에는 깨어난 이후 활동해나갈 삶이 잠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집의 제목이 시집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응축하고 있다고 할 때, ‘동면’이라는 시집의 제목은 이 시집이 잠재성의 시간을 전면화하여 의미화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정세훈 시인은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동면에 들어간 듯이 보이는 삶에서도 신생의 힘이 잠재해 있음을 투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늘 내 귀밑머리에 앉아 있다 / 보이지 않는 사상이 늘 내 가슴속을 차지하고 있다”(「보이지 않는 것」)고 말한다.
 
시는 어떤 대상의 보이지 않는 면을 보기 위해 마음을 다할 때 형성되기 시작한다. 시 쓰기란 보이지 않는 것, 잠재해 있는 것이 우리 삶과 세계를 지탱하고 형성하는 지반이자 힘임을 시적으로 인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사상”과 “보이지 않는 바람”이 마음과 감각을 저변에서 지탱하고 형성하는 힘이라는 것을 인식하듯이 말이다. 정세훈 시인은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한겨울의 삶, 그리하여 동면에 들어간 삶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잠재성―신생을 가져올 봄―을 포착하고 인식하고자 한다. 이 동면은 시인의 그 잠재성의 인식을 향한 시적 여정이 담겨 있는 시집이다.
 
■  지은이 소개
 
정세훈
195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20여 년간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던 중 1989년 『노동해방문학』과 1990년 『창작과비평』에 작품을 발표하며 시인이 되었습니다.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 장편동화 『세상 밖으로 나온 꼬마 송사리 큰눈이』, 그림동화 『훈이와 아기 제비들』, 시집 『손 하나로 아름다운 당신』 『맑은 하늘을 보면』 『저 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끝내 술잔을 비우지 못하였습니다』 『그 옛날 별들이 생각났다』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 『부평 4공단 여공』 『몸의 중심』 『동면』, 포엠 에세이집 『소나기를 머금은 풀꽃 향기』, 산문집 『파지에 시를 쓰다』, 시화집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등이 있습니다.
현재 위기 청소년의 좋은 친구 어게인 이사, 소년 희망 센터 운영위원, 인천 민예총 이사장, 노동문학관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작 : <살고 싶은 우리 집>,<동면>,<훈이와 아기 제비들> … 총 21종
 
■  차례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본질 11
투쟁 12
야산에 누운 무덤들 13
지리산 14
민들레 피었네 16
해갈 18
호수 20
동면 22
맹그로브 나무 24
배설 26
매미 28
치욕의 시 29
보이지 않는 것 30
 
제2부
‘예수’의 꿈 33
모형 십자가 34
내 마음에 산사 하나 지어놓고 36
마음을 담는다 38
어머니 40
사랑 41
부활초 42
누군가의 얼굴 44
혹한에 얼어붙은 강 46
포옹 48
만추 50
엄동설한 폭설을 배경으로 51
 
제3부
저물녘 57
가을아침 58
그해 첫눈 60
아가야 62
고풍 64
심야 66
터널 68
찔레꽃 69
지금 70
장마 71
내 이름은 정세훈 78
단풍 들 때 80
 
제4부
불면의 노동 83
울 아버지 밤대거리 가시던 길 85
진짜 술맛 91
아가의 장난감 92
심호흡하는 언덕마루 94
꽃구경 95
아기 개나리 98
어머니의 재봉틀 100
팔푼이 102
밥 103
가을 길 104
대중이가 울었단다 106
우리들의 못난이 108
 
ㅣ해설ㅣ 이성혁 111
 
■  본문에서
 
<동면>
 
전철역엔 함박눈 대신 스산한 겨울비가 내린다
 
이른 아침 출근길을 적시었던
때아닌 겨울비가
깊은 밤 뒤늦은 귀갓길 광장에
번들번들 스며들고 있다
 
가까스로 빗방울을 털어낸
고단한 발길들
승산 없는 생의 승부수를 걸어놓고
총총히 빠져나간 불빛 흐린 전철역사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하듯
방울방울 떨어지는 낙숫물이
얼어붙은 노숙자의 잠자리를
실금실금 파고들고
 
정해진 궤도를 따라 달려온
마지막 전동차
비 젖은 머리통을 숨 가쁘게 들이밀고
들어온 야심한 밤
 
생이 무언지 제대로 젖어보지 못한
우리들의 겨울날은
때아닌 겨울비와 통정을 하며
또다시 하룻밤 동면에 들어가고 있다
 
<단풍 들 때>
 
나의 생이여 즐거운가 그렇다면 그 즐거움은
단풍 들 때 동맥 끊듯 끊어지거라
행여 도적같이 지나온 전생이었든
혹여 찰나같이 닥쳐올 내세이던
차마 하지 못하고, 못 할 사랑
엉겁결에 저질러놓고
행복에 겨워 있다면 그 행복 단풍 들 때
가을볕 수수 모가지 잘라지듯 잘라지거라
천상의 고통이 지상으로 내려오고
지상의 고통이 천상으로 올라가는
그리하여 머지않아 발가벗겨질 온 천지가
울긋불긋 울긋불긋 단풍 들 때
나의 생이여 아름다운가 그렇다면 그 아름다움은
단풍 들 때 마른 지상에 물 번지듯 지워지거라
 
<본질>
 
지상의
 
새 떼가 다급히 어디론가 날아간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뱀들이
떼를 지어 밖으로 기어 나온다
잉어들이 자꾸만 물 위로 뛰어오른다
개들이 한꺼번에 마구 짖어댄다
 
그 순간
보이지 않는
깊숙한
 
지구 내부에서
 
험한
지진과 해일의
전조현상이
꾸물꾸물 일어나고 있다
 
■  시인의 말
 
전통적 농경사회였던 우리 사회는 1960년대 말 전국에 산업공단이 조성되기 시작하면서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어왔다. 이에 편승해 자본화도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4차 산업으로 이행되어 가는 현재 그 상황은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인간의 삶의 본질이 최우선시되어야 할 우리 사회는 산업화와 자본이 그 자리를 침략해 차지해 버렸다.
이제 우리의 문학은 산업화와 자본으로부터 점령당한 인간의 삶의 본질을 찾아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여 우리 사회를 진정한 인간의 삶을 위한 장으로 구축해가야 한다.
그러한 노정으로 임한 이번 졸시 작업을 통해 우리 삶의 본질을 인간에만 국한하지 않고 자연과 생물, 무생물 등 우주 종교적 차원에서 찾고자 한 것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  추천사
 
잠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전복. 시인에 따르면 이 잠재적으로 일어나는 전복이 바로 ‘본질’이다. 전복의 잠재성은 보이지 않지만 새 떼나 잉어들, 개들은 이를 감지한다. 특히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뱀들”은 이를 감지하고는 동면에서 깨어나 “떼를 지어 밖으로 기어나”오고 있다. 동면에서 깨어나 새로이 산다는 것, 다시 말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면서 어떤 악조건도 감당할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열매를 맺으며 숲을 이룬다는 것은 사막과 같은 세상을 전복할 세계 내부의 잠재성이 땅 위로 현실화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세계의 ‘본질’이 실현되는 과정인 것이다. - 이성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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