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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가

시리즈 b판시선 51
기타사항 2022 문학나눔 선정
출판일 2022-08-22
저역편자 하종오 판소리체시집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12,000
도서규격 반양장본 l 124 x 194mm l 172쪽
ISBN 979-11-89898-78-6
구매처

악질가_앞표지.png

 

 

 

“민요시와 굿시를 넘어 판소리체시로 나아간 하종오의 시”

 

 

1. 이 책을 발행하며

 

   하종오 시인의 서른아홉 번째 시집은 판소리체시집 <악질가>이다. 시집 <악질가>에는 ‘판소리’의 형식을 빌려 민주주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자치제의 부조리한 내용 등을 풍자하고 있는 판소리체시 6편이 담겼다.  

   ‘판소리체시’는 하종오 시인이 만들어 쓴 장르 명칭인데, 과거 김지하 시인이 사용한 장르 명칭인 ‘담시’와 ‘대설’보다 전통예술의 연희 현장에 더 가까워진 감각을 드러낸 장르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종오 시 세계의 흐름 속에서 보면 새로운 형식이지만 이미 충분히 예견된 형식의 출현이다. 하종오는 이미 첫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1981, 창비)에서부터 전통 민요 가락을 토대로 자신만의 유장한 호흡과 어법을 빚어내었고, ‘굿시집’이라고는 장르 이름을 붙여 무가 가락에 당대 현실의 문제를 담아 무당굿으로 공연할 수 있는 <넋이야 넋이로다>(1986, 창비)를 펴낸 바가 있는데, 그즈음 그의 시에서 빠진 가락이 판소리 가락이었다. 

   한국 전통예술의 양식으로는 크게 민요와 무가(巫歌)와 판소리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1980년대 하종오의 민요조 시와 굿시는 한국 구비문학의 세 가지 전통 양식 가운데서도 민요와 무가에 뿌리를 두고 독특한 시적 형식을 창조한 것이었다면, 그로부터 약 40년이 지나 펴낸 판소리체시는 전통의 세 양식 중 마지막 남은 하나인 판소리의 형식인데,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고 있는 한국의 지역정치 현실을 풍자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민요와 무가가 노래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면 판소리는 서사(이야기)에 중심을 두면서 동시에 노래까지도 내포한다는 점에서 ‘판소리체시’ 여섯 편이 실린 하종오 판소리체시집 <악질가>는 하종오 시편의 전통 가락의 현대적 재창조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시편과 2022년 판소리체시를 견주어보았을 때 변하지 않은 점은 하종오의 시적 지향점이 지배계층의 정서와 정신보다도 민중의 정서와 정신을 주체로 삼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하종오 시의 전통 가락의 활용은 민중의 삶과 구별되는 문학보다 민중의 삶과 구별되지 않는 문학이 더 문학적일 수 있다는 일관된 의식의 반영일 것이다. 

하종오가 1980년대 초반에 민요와 무가 형식을 자신의 시에 도입한 것은 그전까지 서구 근대문학 흉내를 내던 한국시에서 놓쳐왔던 민중의 마음씨와 말씨를 다채롭게 표현함으로써 한국시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는 한국시문학사의 평가에 이어서, 2020년대 초반의 판소리 형식의 차용은 한층 더 그런 평가를 구체화한다.

   그러면 하종오가 2022년에 판소리체시를 쓰는 시적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 현대시가 현실 문제에서 떠난 지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현실은 인간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지방, 지역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시인의 문학적 소신과 신념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실제로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시인 자신이 경험하고 목격하는 지역사회의 현실이 혈연 학연 지연으로 얽혀서 돌아가는 형국이어서 미래를 전망할 수 없을뿐더러 현재가 희망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종오 시인이 쓴 ‘판소리체시’ 여섯 편은 대한민국에서 군(郡)으로 지칭되는 지방의 구성체을 이루고 있는 계급 혹은 계층인 군수, 군의회의원, 공무원, 토호, 일반주민이 지방의 주체로 얽히고 설켜서 생존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래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지방, 지역의 실체를 독자에게 환기시켜 주목하게 하고 고민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2. 지은이 소개

 

하종오 시인: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1975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넋이야 넋이로다>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 <정>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어미와 참꽃> <깨끗한 그리움> <님 시편> <쥐똥나무 울타리> <사물의 운명> <님> <무언가 찾아올 적엔> <반대쪽 천국> <님 시집> <지옥처럼 낯선>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베드타운> <입국자들> <제국(諸國 또는 帝國)> <남북상징어사전> <님 시학> <신북한학> <남북주민보고서> <세계의 시간> <신강화학파> <초저녁> <국경 없는 농장> <신강화학파 12분파> <웃음과 울음의 순서> <겨울 촛불집회 준비물에 관한 상상> <죽음에 다가가는 절차> <신강화학파 33인> <제주 예멘> <돈이라는 문제> <죽은 시인의 사회> <세계적 대유행> 등이 있다. 

 

 

3. 차례

 

ㅣ시인의 말ㅣ 5

 

악질가 9

토호가 35

대지가 혹은 대필가 61

염치가 85

말단가 113

참새가 혹은 생쥐가 141

 

 

4. 본문에서

 

<악질가> 부분

 

낮엔 생계비를 마련하려고 전악질장례식장에서 알바하고

밤엔 집에 돌아와 혼자 강도군수 선거를 도모하는 최늘공에게

보통이웃들이 한둘 한둘 찾아와

위로 격려 속닥속닥 귓속말하더니

어느 날엔 수십 명 어느 날엔 수백 명 어느 날엔 수천 명

어느덧 수만 명이 몰려와서

또박또박 외치는구나

성하면 쇠하고 쇠하면 성하는 게 세상 이치!

약한 자를 가까이하고 강한 자를 멀리하는 게 인간 도리!

강도군수에 입후보 하시오!

강도군수에 입후보 하시오!

날강도 토호들 날도둑 토호들 더 잘 살도록 협조하고 

가난한 보통이웃들 힘없는 보통이웃들 더 못살도록 외면하는

현 군수 전악질을 갈아치웁시다 (29쪽)

 

* * * * * *

 

<참새가 혹은 생쥐가> 부분

 

낮에는 참새가 금희 씨를 데리고 공중을 날아 올라갔는데,

참새가 커졌는지 금희 씨가 작아졌는지

희한하게도 나란히 공중을 날아가고 있었것다

공중에는 온갖 새들이 잘들 지내고 있었것다

매실나무 자두나무 살구나무 배나무가 수천수만 수천수만,

감나무 복숭아나무 사과나무 포도나무가 수천수만 수천수만,

제 철이 아닌데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기도 했것다

새들은 자리다툼하지 않고 아무데서나 쪼아 먹으며

제각각 날갯짓을 할 수 있는 대로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었것다

금희 씨는 자신이 날아다니는 대로

공중이 새로 생겨나고

언제라도 먹고 싶은 걸 따먹을 수도 있어 놀라워하다가

과일나무들이 우거진 거기,

양동이를 든 어린 금희 씨,

양동이를 든 젊은 금희 씨,

이 과일나무 저 과일나무로

과일을 따는 어린 금희 씨와 젊은 금희 씨,

어린 금희 씨와 젊은 금희 씨가 너무너무 반가운지 웃음 방그르르르,

금희 씨에게 사과 한 알을 건네주며 웃음 방그르르르,

아빠엄마는 배 타고 고기 잡으러 나가셨어

넌 언제 여기 와서 살 거야?

금희 씨가 사과를 한 입 먹는 순간,

친구들한테 나눠 주러 갈게

어린 금희 씨와 젊은 금희씨가 귓속말하고는 돌아섰것다

금희 씨는 아비어미를 기다려볼까 하다가

다음날에 다시 찾아와야겠다고 마음먹고

꿈인 듯 생시인 듯

참새와 나란히 날아 너와집으로 내려왔것다 (153-154쪽)

 

 

5. 시인의 말

 

   판소리체시(體詩)는 연희를 목적으로 썼지만 묵독하는 시로서 언어적 완결성도 추구했으므로, 소리꾼은 장단에 맞게 조금씩 고쳐서 불러도 좋겠다. 

   대한민국에서 군(郡)으로 지칭되는 지방의 구성체를 보면 군수, 군의회의원, 공무원, 토호, 주민, 이렇게 다섯 계층 혹은 계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들은 지방정치의 주체로 생존하는데, 이 판소리체시집은 그들에 관한 이야기 여섯 편이며 창작 순서대로 수록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필수조건인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력(핵)발전소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도리어 그 지방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을 파괴, 파멸시키는 그 원자력(핵)발전소를 배경으로 한 판소리체시 한 편을 추가하였다.

이렇게 읽으면 어딘가에 자연스레 존재할 인간과 지방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고 저렇게 읽으면 어디에도 도무지 존재하지 않을 인간과 지방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누구한테서 들었을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고, 전체적으로는 누구한테서도 듣지 못했을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여하튼 현재적인 이야기를 담은 판소리가 작창되기도 또 불리기도 쉽지 않은 요즘, 현재적인 판소리로 불릴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어서 썼고, 현재적인 판소리를 부를 수 있는 소리꾼을 위한 시를 쓰고 싶어서 썼다. 

 

 

6. 추천사

 

   하종오의 판소리체시집은 당연히 아니리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판소리의 여러 장단을 차용 또는 변용하여, 현재적 언어로 쓴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시집이다. 수록된 판소리체시 6편은 과장, 축소, 점층, 비약, 생략, 반복, 왜곡, 반어, 역설, 대구(對句) 등의 표현법과 일상어, 유행어, 비속어, 은어를 대담하게 구사하면서 문장에서 주체와 객체를 자유자재로 바꾸어 풀뿌리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는 지방자치제의 현장과 이면을 적나라하게 희화화하고 풍자한다. 하종오의 초기시가 민요와 무가를 바탕으로 하여 비장미의 서정을 내재했다면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이번 판소리체시는 골계미의 서사를 발화한다. 판소리체시라는 형식에 지방정치 현실과 주민 현실을 내용으로 담음으로써 근래의 한국시가 이루지 못한 시적 성취를 획득하고 있지만, 아마도 예술적 완성은 소리꾼의 완창에 달려 있을 것이다. -조기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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