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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퉁이 자작나무

시리즈 b판시선 048
기타사항 2022 세종도서 선정
출판일 2021-11-30
저역편자 윤재철
출판사 도서출판 b
가격 10,000
도서규격 반양장본 | 124 X 194mmㅣ151쪽
ISBN 979-11-89898-64-9 03810
구매처

그 모퉁이 자작나무_앞표지.png

 

 

 

 

“사라져가는 것들을 향한, 서글프지만 따뜻하고 다정한 노래”

 

 

1. 이 책을 발행하며

 

윤재철 시인의 시집 <그 모퉁이 자작나무>가 출간되었다. 8년 만에 새 시집을 출간한 것인데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이다. 61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시집은 발문이나 해설, 추천사도 생략하고 시인 자신의 시작 메모 성격의 에세이를 권말에 붙여 놓았다. 

 

시집에는 사라져가는 것들을 향한 서글프지만 따뜻하고 다정한 노래들이 빼곡하다. 일상생활 공간에서 친근했던 풍경들이 세태의 변화에 따라 급격히 달라지고 사라져가는 서정을 담아낸다. 수십 년 동안 그만그만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동네가 대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황량하게 변해간다. 5구역, 6구역 등의 이름으로 지정되어 펜스로 가려진 채 “주인 떠난 빈집 / 대문에는 출입 금지 노란 테이프 두르고” 철거가 시작되고, 삶의 터전으로서 “아무 의심 없이 내려섰던 / 지층은 벌써 흔들리기 시작”(「방배6구역」)한다. 그런데 시인이 주목하는 것은 펜스 너머로 헐린 집이나 뽑힌 나무들의 잔해가 치워진 빈터에서 “비록 내일부터 지하 3층 / 지상 이십몇 층 아파트”가 세워질지라도 잠깐이나마 “사람의 시간과 시간 사이 / 평평한 대지의 추억으로 다시 살아오는”(「빈터 1」) “맨바닥 땅이 / 비에 젖으며 / 검은 흙으로 되살아나 / 금방이라도 파란 풀잎 피워낼 것 같”(「빈터 2」)은 대지의 민낯이다. 이러한 시인의 시선은 “깍두기같이 각설탕같이 / 사각의 모자를 쓴” 도심의 가로수로 서 있는 플라타너스, 먼 북방이 고향인 자작나무가 서울 방배동 문화센터 빌딩 모퉁이에 심어져 이리저리 가지가 절단당한 채 서 있는 모습이나, 보도블록 틈새에 피어나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풀, 카센터 강철판 틈서리에 피어 노란 얼굴에 까만 기름때가 낀 민들레 등등으로 이끌리며, 제자리를 잃은 것들이거나 혹은 본래 제자리였지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된 환경 속에서 결코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는 순조롭지 못한 생명성에 대한 안타까움을 듬뿍 담아낸다. 

 

시인은 또 우리가 잊고 살아온 오래된 사랑을 찾아간다. 타임캡슐을 타고 1억 년 전 시공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공룡발자국 위에 찍힌 도요물떼새의 발자국을 찾고, 천사백 년 전 백제 무왕이 심었다는 궁남지 버드나무를 찾고, 120년 전 “진골 쫄쫄우물로 들창 난 집”이라는 쪽지를 들고 사람을 찾아가던 120년 전 종로구 운니동을 찾고, 6~70년 전에 사라진 화전민을 찾아가다 노란 마타리꽃을 만나기도 한다. 이렇게 사라져서 잊혀졌지만 그 풍경은 “내 마음속 작은 집”에 있다. 그 집은 “한없는 출렁거림 / 신나게 춤춤 / 춤추며 흐느낌 / 그러고는 지쳐 잠”(「내 마음속 우주」)드는 시작도 끝도 없는 시인의 우주에 존재한다. 시인은 왜 이런 시공을 초월한 듯한 우주 속에 자신만의 집을 짓는 것일까. 지금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 면회도 못 간 사이 / 한밤중에 요양원 병실에서 / 혼자 숨을 거두신 / 어머니 분골을 / 집에 모셔 두었다가” 겨울이 오기 전에 선산에 안장을 해야 하기도 하고, “장모를 화장해서 / 소나무 밑에 묻고 돌아온 저녁 / 빈집 쇠문을 밀고 들어서”면서 장모가 가꾸던 노란 국화꽃은 그대로 있는데 “장모는 어디 갔나 / 이 꽃들 두고 어디 갔나 / 마을회관에 잠깐 마실갔을까” 하고 집안을 두리번거리기도 하는데 시인은 어째서 먼 과거의 잊혀진 것들을 찾아 헤매는가. 그런 의문은 “슬플 때 나는 따뜻해져 / 가슴엔 한 잔 / 눈물이 배어 나오고 / 옛사람 생각에 / 혼자 외롭게 따뜻해진다”(「슬플 때 나는 따뜻해진다」)고 말하는 데서, “왜 그때는 사랑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 왜 그때는 사랑이 그렇게 서러웠는지 // 슬플 때 나는 따뜻해져 / 편지를 쓰고 싶다”고 말하는 지점에서 풀릴지도 모른다. 

 

 

2. 지은이 소개

 

윤 재 철 1953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초·중·고 시절을 대전에서 보냈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981년 ‘오월시’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아메리카 들소> <그래 우리가 만난다면> <생은 아름다울지라도> <세상에 새로 온 꽃> <능소화> <거꾸로 가자> <썩은 시> 등과, 산문집으로 <오래된 집>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1996)과 오장환문학상(2013)을 받았다.

 

 

3. 차례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큰고니 혹은 백조 13

그 모퉁이 자작나무 1 14

그 모퉁이 자작나무 2 16

빨간 우체통 18

월명리        20

방배6구역  22

빈터 1 24

빈터 2 26

원주민 느티나무 28

방배로 플라타너스 30

랜드로버 위의 달 31

까 까 까마중 32

쪼쪼쪼 강아지풀 34

카센터 민들레 36

자반고등어 37

방림시장 걸으며 38

 

제2부

코로나바이러스 43

팬데믹 44

검정 마스크를 쓴 소녀 46

작약 48

아, 낙화 49

수국 51

구절초 52

들판 건너 불빛은 아름다웠다 54

부추꽃 당신            56

울음 빠져나간 몸 58

장마 속 잠자리 60

모딜리아니의 꽃 62

겨울 능소화 63

과꽃 64

 

제3부

방배동 고갯마루 67

때죽나무    68

지붕 위의 나팔꽃 70

어벤져스 투 찍던 날 72

언덕길 찔레나무 74

애벌레의 꿈 같은 잠 76

누워서 빗소리 듣는 건 78

완두콩 꼬투리 79

우면산 개쑥부쟁이 80

수반 82

만보계 84

빠삐용 의자 86

슬플 때 나는 따뜻해진다        88

나선에 대한 오랜 기억    90

내 마음속 우주  92

 

제4부

큰고니는 예벤키를 닮았다 97

천전리 물결무늬 화석 101

가진리 물새 발자국 104

부여 궁남지 106

만항재 마타리꽃 108

함백산은 대박산 110

구루지 112

동작동 갯마을 114

장승배기 116

진골 쫄쫄우물로 들창 난 집 118

느티나무께 120

성마령 122

계룡산 등운암 124

삼척 마지막 화전민  125

김달삼모가지잘린골 126

법성포 가는 길 128

 

ㅣ시작 노트ㅣ 다섯 개의 작은 에피소드 130

 

 

4. 본문에서

 

 

<빈터 1>

 

 

방배6구역 집들은 

낡은 콘크리트 잔해 되어 떠나가고

오래된 뜨락 

감나무 모과나무도 떠나가고 

담장이며 덩굴장미며

골목길 전신주도 떠나가고

 

드디어 아무것도 없는 

하늘 아래 땅만 남아

빈터

처음처럼 

한낮은 햇빛도

바람도 고즈넉한데

 

오랜만에 되찾은 

민낯의 기억

도랑물도 다시 

길 찾아 흐르고

새들도 씨앗 물고 날아올 것 같은

텅 빈 대지의 추억 

 

비록 내일부터 지하 3층

지상 이십몇 층 아파트를 세우고

파크 브릿지 공중 정원 만들지라도

지금 사람의 시간과 시간 사이 

평평한 대지의 추억으로

다시 살아오는 빈터

 

* * * * * *

 

<구절초>

 

 

코로나 때문에 

면회도 못 간 사이

한밤중에 요양원 병실에서

혼자 숨을 거두신

어머니 분골을 

집에 모셔 두었다가

코로나는 여전하지만

그래도 겨울 오기 전에 안장하려고

분골 가슴에 안고 올라간 

선산 납골묘 

바닥 돌 틈에서

길게 뻗어 나온 

한 줄기  

구절초 

아마도 어머니는 그 산비탈

버얼써 오셔서 

자식들 보고 

어서 오라고 반기시는지

유난히 하얗게 핀

구절초 한 송이

가을 햇살 속에 눈이 부셨다

 

* * * * * *

 

<진골 쫄쫄우물로 들창 난 집>

 

 

1897년 11월 23일자 

<독립신문> 잡보에 실린 기사 하나

홍주 화성면 배울 사는 김덕정이라는 사람이 

어음 우편 반쪽을 길에서 주워 가지고 

신문사에 와서 주인을 찾아 주라고 했다는데 

쪽지에 쓰여 있는 주소가 재미있다 

진골 쫄쫄우물로 들창 난 집 사는 병정 김도익 

그 사람에게 이 표지 주고 돈 찾으라는 것 

 

진골은 

종로구 운니동에 있던 옛 마을 

진흙 니泥 자를 써서 니동 

쫄쫄우물은

돌 틈에서 물이 

쫄쫄 흘러나왔던 데서 비롯된 이름

들창은 

들어서 위로 여는 창

 

그러니까 병정 김도익 씨 집 주소는

진골에 있는 쫄쫄우물 쪽으로 들창을 낸 집

숫자 하나 쓰지 않은 

백 프로 순 자연산 

아날로그 주소가

손금을 보는 듯 정겹다

 

* * * * * *

 

<슬플 때 나는 따뜻해진다>

 

 

슬플 때 나는 따뜻해져

가슴엔 한 잔 

눈물이 배어 나오고

옛사람 생각에

혼자 외롭게 따뜻해진다

 

그대 나를 안아 주렴

그대 가슴에 기대어 

마음 하나 내려놓고 싶다

팔은 네 몸을 둘러

네 등허리 골

마디마디 하나하나 눌러 내리며

 

왜 그때는 사랑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왜 그때는 사랑이 그렇게 서러웠는지

 

슬플 때 나는 따뜻해져

편지를 쓰고 싶다

은행나무 연필로

이 세상 마지막 고백처럼

그때 널 사랑했었노라고

 

 

5. 시인의 말

 

갈수록 시가 외롭다

 

 

잊어버린

눈물이 외롭다

길가 코스모스는 무리 지어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데

길은 자꾸 희미해지고

오고 가는 사람이 없다

꿈꾸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꽃이 외롭다

시가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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